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빙의 이야기

오빠도 무당 동생도 무당...

일산백송 2014. 5. 24. 12:05

神내린 동생에 오빠가 내림굿

우리나라 사람은 누구나 신기(神氣)를 품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30%,
눌림굿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50~60%,
내림굿으로 영매가 될 운명이라면 80~100%의 신기를 지녔다.

신은 꿈을 통해 존재를 알리기도 한다.
돌아간 부모가 꿈 속에 나타나고,
객사한 조상이 ‘밥 좀 먹여 달라’고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무수히 많은 신이 신호를 보내오니
온몸이 시름시름 아프다.
어깨가 무겁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뒤에서 무엇인가가 잡아당기거나
바늘로 쑤시는 듯한 편두통에 시달린다.
이런 경우 대개 운명으로 받아들여 내림 굿을 받는다.

강신무 이준영 씨(36)와 이진숙 씨(35)는 남매 무당이다.
오빠는 이미 작두굿의 1인자로 입지를 굳힌 인물이다. 작두타기는 영험력의 척도다.
여동생은 4개월 전 북한산 자락에서 내림굿을 받았다.
강신굿을 집례한 이는 오빠 이씨였다.
동생 진숙 씨는 오빠를 따라 굿판을 따라다니는 동안 몸주,
즉 몸의 주인인 신들이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다.
‘나를 받아들여라’고 강요하며 밤마다 몸을 아프게 하고 괴롭혔다.
이 때마다 그녀는 신들의 명령을 거부하며 격렬히 저항했다.
그러자 신들은 그녀를 피폐시켰다.
밥을 소화할 수 없어 코카콜라와 소화제로 배를 채웠지만 이마저도 신들은 죄다 게워 내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몸무게가 30㎏이나 빠졌다.
피골상접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준영 씨는 임금 신들을 모셔 왔다.
이진숙 씨는 공교롭게도 중전 신들이 강림했다.
왕과 비라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이준영 씨가 모시는 세종대왕 김춘추 태조 문종 단종 성종 등 100여 신들은
이진숙 씨의 명성황후 선덕여왕 인현왕후들과 걸핏하면 다툰다.
그러나
남매가 굿을 벌일 때 만큼은 이들 남녀 신은 역할을 분담해 협동한다.
임금 신은 중대사 관련 거시적 계시를 내린다.
중전 신은 왕이 간과한 세밀한 부분을 미시적으로 풀어가며 해결책을 제시한다.

남매는 신당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오빠는 국사궁(02-735-8194),동생은 바람개비동자(02-313-9361)가 거처다.
김지만 기자/manj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