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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성공무원 숙직..'남녀 동등 의무' 확산 계기 될까?

일산백송 2018. 12. 2. 18:56

아시아경제

서울시 여성공무원 숙직..'남녀 동등 의무' 확산 계기 될까?

김봉수 입력 2018.12.02. 13:26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의 여성 공무원 숙직 근무 조치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은 변화지만 최근 페미니즘의 열풍으로 논란이 된 공공 부문의 남녀 평등 관련 이슈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최근 시는 내년부터 남녀 형평성 차원에서 남성 공무원만 하던 숙직 근무에 여성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성은 주말ㆍ휴일 낮 근무(일직)만 해왔고, 오후6~오전9시 사이의 근무(숙직)은 남성만 투입됐다. 그러나 여성 비율이 40%에 달하면서 남성들의 당직 근무 부담이 더 가중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남성은 평균 9개월, 여성은 15개월 마다 당직을 서는 등 당직 주기 격차가 벌어졌다.

사업소의 경우 더 심해 남성은 평균 40일, 여성은 63일마다 당직이 돌아와 남성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같은 시의 조치는 남녀 평등 이슈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사점이 크다.

사회 대부분의 일자리 분야에서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여성들은 공정한 승진ㆍ직책 부여, 내부에서의 실질적으로 동등한 지위와 대우, 역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 활동 비율이 60%대에 못 미치고 임금도 남성의 60%대에 그친다. 특히 기업이나 공공 분야할 것 없이 고위직은 모조리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유리 천장'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남성들은 "동등한 권리를 원한다면 동등한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밤을 새면서 외부의 침입이나 시설물 파손 등 비상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숙직 근무에 여성이 투입되지 않고 있듯, 힘을 써야 하는 등 일부에서의 여성들에 대한 지위ㆍ대우ㆍ역할에 대한 차별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여성 군 복무 문제가 대표적이다. 일부 남성들은 성 차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여성들도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단골로 내놓고 있다. 반면 여성들은 모성 보호나 신체적 특성 등을 이유로 '철 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한다.

 

지난 6월9일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불법촬영 편파 수사' 항의 집회. 출처=연합뉴스

 

최근엔 직업 군인, 소방관, 경찰, 해양경찰 등의 채용 과정에서도 여성들의 신체 검사 기준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교통사고 현장에 투입된 여경들의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의 신체 검사 합격 기준이 남성에 비해 하향 조정돼 있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방관, 경찰, 해경 등이 대거 충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남녀 평등 제고 차원에서 여성 비율을 15%대로 늘리기로 하면서 여성 합격자들이 대거 탄생하자 상대적으로 소외된 남성 응시생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실무 현장에서도 강한 힘과 위기 대응력이 필요한 업무 특성상 여성을 뽑더라도 '장식'이 아닌 힘과 스피드를 갖춰 현장에 함께 투입될 '동료'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꾸준히 일고 있는 군 복무 가산점 논란도 있다. 군 복무 가산점 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폐지됐다. 여성들의 경우 군 복무가 의무가 아니어서 공직 진출ㆍ취업 등에서 원천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남녀간 동등한 권리ㆍ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군 복무 대상자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남성들의 군 복무 선호도나 '애국심' 등이 저하되면서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 여성 공무원 숙직 근무 조치는 '동등한 권리를 누리려면 동등한 의무를 행하라'는 노르웨이 등 유럽 페미니즘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향후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성평등 국가로 꼽히는 노르웨이의 경우 2016년 성평등 차원에서 '국민의 의무와 권리는 성별과 관계없이 동일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의견이 모아졌고, 여성의 군 복무를 의무화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