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공직선거법에 비춰보면 명백한 법 위반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줄곧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자 이를 만회하고자 실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되면 개인적으로 기부하겠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한국사회복지사협회를 방문한 정 후보는 협회 관계자 수십 명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관련 규정을 통해 사회복지공제회에 개인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사회복지공제회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 후보의 입에서 기부라는 말이 나오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70만명의 사회복지 종사자가 정 후보의 말을 귀담아 듣겠다”고 화답했다.
엄청난 재산을 보유한 재벌가 정치인이 이익단체에 선거일 불과 5일 앞두고 기부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12조 1항에 위반된다고 봐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12조 (기부행위의 정의 등)
①이 법에서 "기부행위"라 함은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제113조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
①국회의원ㆍ지방의회의원ㆍ지방자치단체의 장ㆍ정당의 대표자ㆍ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ㆍ단체ㆍ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ㆍ단체ㆍ시설에 기부행위(결혼식에서의 주례행위를 포함한다)를 할 수 없다.
②누구든지 제1항의 행위를 약속ㆍ지시ㆍ권유ㆍ알선 또는 요구할 수 없다.
기관·단체에 기부 의사 표시, 약속만 해도 공직선거법 위반
이처럼 공직선거법은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하여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 이익제공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법위반 행위로 명시해 놓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이라는 후보자가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이익단체인 한국사회복지공제회에 ‘개인적으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행위이니 만큼 관련법 조문에 따른다면 분명한 선거법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중앙선관위도 정 후보의 혐의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이다. 선관위는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언론들에게 “특정 단체에 본인 명의로 기부행위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의사표시나 약속만으로도 선거법위반에 해당된다”며 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의 개연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복지공제회는 이익단체, 자선·구호단체 예외 조항에 적용 안 돼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 중이라도 일부 기부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사회보호시설에 의연금품을 보내는 행위, 재난구호법에 규정된 구호기관에 구호를 위해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중증장애인에게 자선구호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등 ‘구호적·자선적 행위’에 대해서는 법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정 후보가 기부를 약속한 한국사회복지공제회는 자선·구호단체가 아니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휘 향상을 위한 법률’에 의거해 설립된 단체로 사회복지사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공제사업이 주목적인 ‘이익단체’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4조 (한국사회복지공제회)
① 사회복지사 등은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한국사회복지공제회(이하 “공제회”라 한다)를 설립할 수 있다.
② 공제회는 법인으로 하고, 주된 사무소는 서울특별시에 둔다.
제6조 (사업)
① 공제회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한다.
1. 회원에 대한 공제급여의 지급
2. 사회복지시설의 안전·화재 등에 대한 공제사업
3. 자금조성을 위한 사업
4. 회원의 복지·후생을 위한 사업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업에 부대되는 사업 중 정관으로 정하는 사업
설령 당선된다 해도 '당선무효형’
선관위가 정 후보의 ‘기부 약속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까. 정 후보 캠프는 “(정 후보의 발언이) 기부를 약속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선관위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선관위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선거법위반으로 결정 날 경우 정 후보는 어떻게 될까. 기부행위 금지·제한을 위반할 경우 통상 형량은 8개월에서 2년이 선고되고 벌금은 최소 100만원에서 500만원에 이른다. 설령 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서울시장 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경우 당선이 무효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이 확실해 보인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적지 않은 중앙선관위가 정 후보를 어떻게 처결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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