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주말에는 대기 2시간"..점(占)에 의존하는 청춘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7. 13:00
2018 무술년(戊戌年)을 맞아 사람들로 북적이는 점집들
취업난과 경기불황에 불안감 높아져 억지로라도 '정답' 찾으려 해
"점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종의 상담센터 역할까지 도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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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과 원인 모를 두려움으로 점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장기화된 취업난과 경기불황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심해지면서 점에서 '정답'을 찾고자 하는 청춘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홍선주 기자
# 2018 무술년(戊戌年) 연초. 유독 사람들로 북적이는 찻집이 있다. 단순히 차를 내어오는게 아니라 사주를 보러 오는 사주카페다. 약 2시간 정도 대기를 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의 젊은 층이다. 2년 째 사주를 보러 온다는 직장인 김윤희(가명·29)씨는 "타로카드를 이용한 운세나 사주풀이를 무섭지 않은 분위기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점을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정도 풀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난·경기불황....미래 불안을 점(占)으로 달래는 청춘들
신년을 맞아 점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와 원인 모를 두려움으로 운을 보고자 하는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17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0~30대 회원 1,60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운세를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관심 운세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었다.
10대와 20대의 경우 '연애운'이 각각 46.5%, 41.5%로 1위를 차지했고 30대의 경우 '재물운'(69.7%)이 가장 많았다.
운세를 보는 이유는 호기심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42.7%는 '막연한 호기심에 본다', 22.9%는 '미래가 불안해 위안을 얻으려고 본다'라고 답했다.
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을 볼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직접 점집에 찾아가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최근에는 사주·운세를 봐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편하게 점을 볼 수 있다. 풍수지리의 명당자리를 알아볼 때도 구글맵과 로드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타로점이나 사주풀이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선뜻 점집을 찾아가기 힘든 젊은 층을 겨냥한 '사주·타로카페'도 확장세다. 홍대·건대입구·강남역 등지에 사주나 타로점을 봐주는 카페와 노점상이 일렬종대로 줄지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주풀이는 1인당 5만원, 타로카드점은 1인당 3만원으로 학생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이 되는 금액이지만 이미 단골 고객까지 확보한 상태다.
장기화된 취업난과 경기불황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심해지면서 점에서 '정답'을 찾고자 하는 청춘들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청년층(15세~29세) 실업률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7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이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9.9%로 집계됐다. 2013년 8.0%, 2014년 9.0%, 2015년 9.2%로 해마다 청년실업률이 악화되고 있다.
한 달에 3~4번 사주카페에 간다는 대학생 조민영(가명·26)씨는 "취업이 잘 안돼서 평소에 걱정이 많은데 직장운이 어떤지, 언제쯤 취업이 될 것인지에 대해 묻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운명론적으로 점에 의존하는 사람들 증가..상담센터 역할도 하는 점집
입시, 취업, 연애와 결혼, 사업, 건강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과제 앞에서 운명론적으로 점에 의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원강사 안주영(가명·32)씨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는데 마음이 불안하다"며 "결혼을 할 지, 안할 지는 물론 나 자신의 선택이겠지만 어떤 삶을 사는 것이 더 행복할지 점을 통해 확인해보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취업운 잘보는 곳', '애정운 잘보는 곳', '입시 운 잘보는 곳' 등 용하다는 점집을 추천해달라는 게시글이 수두룩하다. 해당 점집을 추천하면 다녀온 뒤 후기를 남기고 점괘가 맞았는지, 틀렸는지에 대한 평가를 한다. 점을 잘 본다고 소문난 곳은 대기시간만 두 달 혹은 세 달이 걸릴 정도다.
점괘가 꼭 맞지 않아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고, 이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점집이 일종의 상담센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심리상담센터는 시간당 평균 10만원의 비용을 내야 하고 지속적으로 방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반면, 점집은 상담내용이 기록에 남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는 "요즘 취업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상담을 요청하는 청춘들이 많다"며 "내담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상담치료과정과 달리 점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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