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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고독사 많다..그 이유는

일산백송 2017. 12. 3. 09:50

연합뉴스

[디지털스토리] 50대 남성 고독사 많다..그 이유는

입력 2017.12.03. 08:02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신아현 인턴기자 = 배우 이미지(본명 김정미) 씨가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2주 전 사망한 그를 발견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었고 경제적 형편도 좋지 못했다.

 

홀로 살다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꾸준히 잇따르고 있다.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가족이나 이웃과의 단절, 경제적인 궁핍 등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고령층보다 50대 중장년층 남성에게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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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인이나 1인 가구가 홀로 사망한 후 방치된 채 발견된 죽음. 서울시 복지재단이 내린 고독사의 의미다.

 

고독사는 공식적인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 통계도 따로 없다. 다만, 이와 유사한 행정용어로 '무연고자 사망'이 있다.

 

무연사란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죽음'을 말한다. 혼자 있더라도 연고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독사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1천66명이 연고없이 사망했으나 이듬해 100명 가까이 늘어났다. 2016년 1천49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는 6월에 이미 지난해 65%인 970명이 발생했다.

 

고독사로 추정되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서울복지재단은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2013년 기준으로 전국의 고독사 의심 사례는 1만1천2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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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것은 곁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노인상담센터장 이호선 박사는 고독사 증가 원인으로 "1인 가구의 증가와 세대 공동체,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되면서 응집력이 사라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회적 관계망은 나이가 들수록 좁아진다.

지난달 발표한 통계청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받을 곳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에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고 답한 20대는 89.1%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40~50대를 기점으로 급격히 줄기 시작해 60세 이상의 경우 75.6%까지 떨어진다.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도 2.4명으로 감소한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 역시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는 84.7%로 가장 높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감소해 50대에서는 74.8%까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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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에 취약한 계층은 50대 중장년층이다.

 

서울시 복지재단이 2013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 3천343건(확실 사례 162건+의심 사례 2천181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50대가 22.4%(524건)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 5명 중 1명 이상이 50대 중년이라는 얘기다. 70대(385건)나 60대(368건)보다도 많다.

 

성별로 분석했을 때는 남성이 압도적이다.

고독사 확실 사례 중 84.6%가 남성이다.

 

연령대별 인구 분포와 비교했을 때도 50대 고독사 비율은 높은 편이다. 서울시 인구 통계에 따르면 같은 시기 50대 인구는 159만3천805명으로 30대(176만3천451명), 40대(173만8천953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그러나 고독사 발생 건수는 30대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비슷한 인구 연령대인 20대(145만9천843명)에 비해서는 5배 이상 많다. 인구가 많아서 고독사도 많은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이호선 박사는 "단순히 50대 인구가 많아서 고독사도 많은 것이라 해석하는 건 오류"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에도 종전 이후 빈번하게 탄생했지만 (중장년층에 접어들어) 고독사가 지금 세대만큼 많았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이를 지금 시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사회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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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년 남성'이 새로운 고독사 위험집단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호선 박사는 "중년 남성들이 겪을 수 있는 조기 퇴직, 이혼 및 건강상의 문제로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더 쉽게 노출된다"며 "그로 인한 심리적 좌절과 사회 적응의 어려움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독거 노인의 경우, 예전부터 가정 방문이나 정부 지원 등의 시스템으로 관리해오고 있지만 중장년층은 관심 밖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도 중년 남성의 위기는 감지된다. 고독사가 자주 발생하는 편에 속하는 서울시의 한 지역구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는 30대 사회복지사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이들은 대부분 고령 노인이었지만 최근에는 40~50대 중년층이 급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거 노인의 경우, 예전부터 가정 방문이나 정부 바우처 등의 제도를 통해 꾸준히 관리해 온 덕분에 어느 정도 개선됐다"며 "이에 반해 중장년층은 아직 관심에서 다소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에서 흔히 소외 연령대라 인식하고 있는 고령층에 비해 중장년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안전이 우려되는 취약 1인 가구를 담당하고 있는 한 사회복지사는 "독거 중장년층의 경우,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정신과 치료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연령대가 좋아하는 등산 모임을 여는 등 자발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차선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립된 죽음' 문제를 겪은 일본은 다양한 지원방안 및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작년 일본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1만7천433건이다.

전체 사망자 수의 3.5%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난 1일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일본의 고독한 사망자 수는 공식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은 연간 3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복지담당 공무원 외에도 집배원, 가스 검침원 등이 고독사가 우려되는 사람을 신고하게 하며, 관련 상담 창구 등도 운영하고 있다.

 

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같은 곳에 살면서 욕실, 세탁실 등의 공간을 공유하도록 설계한 '콜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도입 초반인 2003년만 해도 혼자 사는 50~60대가 많았으나 점차 다양한 세대가 입주해 섞여 생활하고 있다.

 

혼자 살다가 사망하면 발생할 수 있는 주택보수 및 사후처리 비용을 보상하는 고독사 보험도 등장했다.

 

우리도 고독사 예방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양천구는 지난 3월 50대 독거 남성을 지원하는 '나비男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정기적인 안전 확인과 정서적 지원을 하는 '노인 돌봄 기본서비스', 무연고 독거 노인이 사망한 경우 생활관리사가 상주가 되는 '무연고 독거 노인 장례지원서비스' 등이 있다.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