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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간 외국인노동자 다시 불러 일시키다니

일산백송 2017. 12. 9. 14:34

[디지털스토리] 응급실 간 외국인노동자 다시 불러 일시키다니

2017-12-09 08:00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깜댕이' 이런 말 듣기 정말 싫어요"

 

"백인이 오면 어디서 공부하느냐고 물어보거든요. 그런데 우리 같은 흑인이 오면 '어디서 일해요? 어느 공장?'이라고 물어봐요"

지난 1일 영국 BBC는 모델 한현민(16) 씨와 콩고 출신으로 한국에서 9년째 사는 라비와 조나단 형제를 함께 인터뷰했다. 한 씨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오르며 큰 화제를 낳은 인물이다.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를 둔 혼혈이다. 라비와 조나단 형제는 콩고 난민 출신으로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일반 한국 사람보다 피부가 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숱하게 인종 차별을 당한 경험도 같다. 한 씨는 방송을 통해 "선입견을 품지 않기를 바란다"며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사진=BBC 캡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매년 증가한다.

이에 따라 다문화 가정 역시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피부색에 따른 편견과 차별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이들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 증가하는 외국인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

법무부가 발간한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모두 204만9천441명으로 전년 대비 16만 명 증가했다.

2012년 144만5천여 명이던 체류 외국인 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9.2%의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도 올라갔다. 2012년 2.84%였으나 매년 커져 지난해는 4%에 육박했다. 장기 체류 외국인도 지난해 처음으로 150만 명을 넘어섰다.

결혼 이민자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결혼 이민자는 모두 15만2천374명으로 5년 전보다 4천 명 가까이 증가했다.

국적은 다양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는 특정 몇몇 국가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 중국,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국적이 분산됐다. 국내의 다문화 가정이 단순히 몸집만 커진 게 아닌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모델 한현민이 지난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19

 

◇ 여전한 존재하는 편견

 

편견은 존재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캐나다 칼턴 대학 국제정세학 연구진이 발표한 '세계 가치관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의 인종 차별지수가 인도, 터키 등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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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장 최근 자료인 2014년 기준으로 "이웃으로서 다른 인종과 지내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이 34.1%에 달했다. 이는 알제르바이잔, 리비아 등에 이어 9번째로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한국을 특수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보통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이 높고, 평화로운 국가일수록 다른 인종에 대해 관용도가 높은 편인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이웃 나라인 일본과의 긴장 관계와 급속히 유입된 동남아 이민자로 인해 발생한 사회 문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연구를 통해서도 감지된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말 발표한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인종을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5.7%로 조사 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인접 국가인 일본(22.3%), 중국(10.5%)보다도 높은 수치다.

인식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우리와 다른 인종, 종교, 문화를 가진 이들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2년 39.4%에서 2015년 55.3%로 크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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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이런 문제를 실감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인 브라이언 헤일(41) 씨는 한국 생활 9년 차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내가 가르치는 9살 초등학생이 내 (까무잡잡한) 피부색을 보더니 '선생님 더러워요! 씻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헤일 씨는 "아직 어리고 아이인 만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5일 오후 8시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26살의 케냐 남성 역시 피부색 때문에 종종 차별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택배 알바를 하는데 점심시간에 '넌 숟가락 쓸 줄 아냐'고 묻더라"며 "한국에 온 지 벌써 6년째지만 여전히 상처로 남았다"고 말했다.

피부색은 일상 생활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는 "식당에 혼자 들어가면 '블랙 피플 겟아웃'이라며 쫓아내기도 하고, 콜택시를 불러서 탔더니 기사가 '노노노 손님 있어 타지마'라고 한 수모도 겪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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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차별은 인종이나 국적에 따라 심해지기도 한다. 여성가족부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생활에) 별로 어려움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일수록 낮았다. 대만/홍콩이 63.5%로 가장 높았고 미국/유럽/호주 등이 53.9%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베트남이 28.9%로 가장 낮았고,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시아 출신 역시 30.1%로 최저 수준이었다.

인천 남동공단의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공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모(35) 씨는 "외국인 노동자를 이등병 대하듯이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반말과 고성이 오가는 게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동남아 출신의 한 이주 노동자가 근무 중 발등을 다쳐서 응급실에 갔는데 공장장이 일손이 부족하다며 다시 불러 일을 시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네팔 출신 노동자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지난 3월 유엔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기념해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국 사회 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심화되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대한민국 국적 남성과 결혼한 이주 여성과 이주노동자 등에 대해 체류의 안정성 등 권리를 부여하고, 차별을 바로 잡으라고 권고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3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이주공동행동 등 주최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7.3.19

 

◇ 해결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인종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의 필요성과 제도의 개선 등을 강조한다.

김광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홍보팀장은 "이제까지는 이방인들에게 단순히 '한국인이 되어라'는 식의 문화 동화 교육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다 같은 사람'이라는 세계 시민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시민교육이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화 다양성 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 방식이다. 유네스코 및 유엔의 교육 발전 목표에 반영되기도 했다.

와타나베 사치코 다문화 종합복지센터 사무국장 역시 "학교나 사회 등에서 피부색이 다른 인종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돕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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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다문화교류네트워크 이사는 "과거 다문화 가정이란 곧 한국에 시집 온 여성이나 다름없었다면 최근에는 그 형태가 상당히 다양해졌다"며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 법 등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남성이 외국에서 결혼 후 출산한 아이들을 데리고 귀국하거나, 이주노동자 남성이 한국 여성과 결혼에 아이가 생긴 경우처럼 새로운 모습의 다문화 가정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이에 따라 다문화의 범주를 확장 시키고 이에 걸맞은 정부 정책 등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고령화 시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업에 적응하지 못해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이 차별없이 한국인으로 살 수 있게 돕지 않으면 저출산·고령화 흐름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1년여 간 워킹 홀리데이로 머물다 최근 귀국한 이모(25) 씨는 "우리 말을 유창하게 하고 한국 살이에 익숙한 외국인마저 이방인 취급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호주인들도 나를 그런 눈으로 봤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고 있는 호주에 비해 한국은 그럴 기회가 적으니까 인식의 발전이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