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추행' 누명에 자살한 교수..'남성인권'은 어디에? (영상)
박기호 입력 2017.11.24. 16:12
조각을 전공한 한 미술학도 손현욱의 고민은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어 어렵사리 개인전을 개최했고, 결과는 대성공.
4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줄을 이었고, 밀려드는 화환에 갤러리 입구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후 그는 고등학교 미술 교사를 거쳐 모교 미술학과에 교수로 임용됐고,
창작과 수업을 함께 하며 성실히 생활하던 어느 날, 황당한 소문의 주인공이 됐다.
대자보가 붙은 지 삽시간만에 학교에는 해당 교수가 그라는 소문이 퍼졌다.
억울한 그는 자신의 무고를 누차 증명하고, 학교 측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으나
소문과 의혹은 어느새 진실보다 강력한 여론과 분노가 되어 그를 덮쳤다.
몇 주 뒤, 자신의 결백을 외면한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의 의혹 어린 시선을 견디지 못한 손 교수는
자신의 아파트 9층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으로 사건이 세상에 크게 알려지자 경찰은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나섰고,
수사 끝에 대자보 내용은 거짓이었으며, 실제 학과 내 성추행 장본인인 A 교수가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돌리고자 학생 B에게 대학원 입학을 미끼로 대자보 작성을 사주했음이 밝혀졌다.
22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김웅재 판사는 가짜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B(26) 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손 교수가 재직 중인 동아대학교는 A 교수는 파면, B 학생은 퇴학 조치했으나,
이미 무고한 한 생명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성범죄에 있어서는 특수성이 적용돼 피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간주한 뒤 상호 간 진술의 모순점을 찾는 방식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절친한 친구의 딸이 한 사소한 거짓말로 누명을 쓴 채 마을 사람들의 불신과 폭력에 내몰리는 영화 ‘더 헌트’ 이야기나,
만원 전철에서 순식간에 치한으로 몰려 현행범으로 체포돼 유죄확률 99.9%의 사법부와 맞서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는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비단 성범죄에 있어 지켜지지 않는 남성 인권의 사각지대가 외국에서도 존재하고 있음을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보여준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성범죄 무고사건에 대해 “실체적 진실 접근을 어렵게 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뿐더러 공권력 낭비와 수사?재판 장기화로 사법질서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한다.
故 손현욱 교수 사건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거짓 대자보를 사주한 A 교수나 이를 써 붙인 B 학생의 행위보다
손 교수의 결백을 믿지 않고 의혹만으로 그를 의심한 집단의 편견과 폭력에서 드러난 대중의 추악한 내면은 아니었을까.
박기호 기자 rlgh95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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