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아들 명예회복했지만 내 마음은 찢어지고 무너져”
억울한죽음 손현욱 교수 모친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2017.11.21 20:09
- 동아대 학생, 가짜 대자보로
- 손 교수 성추행 가해자 만들어
- 부산지법 징역 8개월 선고
- “사과 원했지만 반성 없더라”
“아들의 억울한 죽음이 조금이나마 풀려 다행입니다.
오늘 따라 아들이 더 사무치게 보고 싶네요.”
2015년 바다미술제 때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 전시된 고 손현욱 교수의 작품 '배변의 기술'. 유족 등은 지난 5~6월 동아대 석당미술관에서 손 교수의 작품을 모아 추모전을 열었다. 국제신문 DB
지난해 5월 부산 동아대학교 캠퍼스에 미술학과 손현욱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성추행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힌 가짜 대자보는 결국 손 교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당시 가짜 대자보를 썼던 A(26) 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 20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김웅재 판사는 판결문에서 “A 씨는 마치 손 교수의 성추행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있고 증거까지 존재하는 것처럼 표현해 진실인 것처럼 인식하도록 했다”며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노력도 없이 풍문에만 근거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의 수단과 범행으로 인한 결과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손 교수의 모친 최모(61) 씨는 선고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죽은 아들을 대신해 싸울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은 찢어지고 무너진다”며 “현명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잡고자 1년간 치열하게 싸웠다. 혼자 증거자료를 모으고 경찰과 검찰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탄원서도 두 번이나 넣었다. 살면서 처음 겪는 소송으로 신장에는 혹이 생겼고 급성간경화 질환까지 얻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오직 아들의 실추된 명예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는 “A 씨 부모가 수천만 원을 제시하며 합의하자고 했지만 정말 원했던 건 진심 어린 사과와 아들의 명예회복이었다”며 “반성은커녕 잘못을 끝까지 부인하는 A 씨를 보며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 힘든 싸움을 꼭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판부 선고 하루 전날은 손 교수의 생일이었다. 최 씨는 혼자 경남 양산의 절에 가 그곳에 잠든 손 교수를 만나고 왔다. 그는 “내게 아들은 살아가는 유일한 즐거움이자 희망이었다. 지금 숨을 쉬고 있지만 살아있는 게 아니다. A 씨가 구속됐다고 해서 아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니다. 감옥이 아닌 더 힘든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A 씨의 구속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동아대 성추행 사건은 이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당시 실제 성추행범으로 알려진 B 교수는 지난 3월 파면됐다. 최 씨는 “아들이 죽지 않았으면 진실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의 죽음으로 세상에서 가짜뉴스가 사라졌으면 한다. 진실을 정확히 밝히는 날까지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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