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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야기

노모 트렁크에 태운 아들…'효' 없는 사회

일산백송 2015. 10. 31. 07:42

노모 트렁크에 태운 아들…'효' 없는 사회
SBS 뉴스 임상범 기자 입력 : 2015.09.29 16:51|수정 : 2015.10.07 15:26

모처럼 온 가족이 모였을 나흘간의 긴 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어린 손주들의 재롱과 오가던 술잔 같은 즐거운 기억들 뒤로 전 보다 주름이 더 깊어지고 허
리가 굽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이 간간이 눈에 들어왔을 겁니다.
이번 추석, 아니 여러분 가슴 속에 부모님의 자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중국도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까지 길게는 12일 동안 장기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휴 시작인 지난 25일 남동부 장시(江西)성에서 후베이(湖北)성으로 넘어오는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차량 한 대가 교통 공안의 단속에 걸렸습니다.
단속 공안이 차 안을 둘러 보다 희안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타고 있었고
뒤에 두 좌석에는 아이들이 각각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렁크에 뭔가 사람의 그림자가 더 보였던 겁니다.
확인을 요구하자 운전석의 남자는 마지못해 트렁크를 열었습니다.
비좁은 트렁크에는 여자 노인 한 분이 쪼그린 채 앉아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운전석 남자의 어머니이자 아이들의 할머니였습니다.
트렁크 탑승은 불법임을 고지하고 운전석의 남자, 즉 할머니의 아들에게 운전면허증과
신분증 제시하라고 요구한 뒤 이렇게 된 연유를 묻자 아들은 자기 자식들이 불편하다고해서
어머니를 트렁크에 앉게 했다고 태연히 답했습니다.
순간 잠자코 있던 할머니가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난 괜찮아요. 하나도 안 불편해요.”라며 손사래까지 쳤습니다.
혹시 아들이 처벌이라도 받을까봐 발 벗고 나선 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차는 할머니가 자신의 연금을 십 년 넘게 악착같이 모아 아들에게 사 준 거였습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자기 자식만 귀한 줄 알았지
부모가 자기에게 준 내리 사랑은 고마운 줄 모르는 파렴치한 ‘불효’라며 분노했습니다.
놀라운 건 비슷한 광경을 자기도 목격했다며
네티즌들이 트렁크 짐짝 신세가 된 노인들의 사진을 줄지어 올린 겁니다.
이런 일이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얘깁니다.
지난달에는 사기혐의로 구류중인 손자를 면회하기 위해 베이징에서부터 후난(湖南)성 창사(長沙)까지 1600㎞를 홀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찾아간 104세 고령의 할머니의 이야기가 알려져
많은 중국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결국 손자를 보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이처럼 ‘효’가 위태위태한 중국에서는 지난 2012년 ‘노인권익보호법’이 제정됐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방문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 시행과 함께 불효 자녀에 대한 고소가 늘어났고
먼 고향의 부모를 대신 방문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했습니다.
유교적 전통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경제력이 있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부모나 국가가 고소할 수 있고,
위반하면 벌금형 혹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불효처벌법’이 시행중입니다.

우리 한국 정치권에서도 이른바 ‘불효방지법’ 제정이 공론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자식이 부모 부양을 하지 않으면 물려줬던 재산을 되돌려 받도록 민법을 개정하고
부모에게 폭행을 일삼는 후레자식들에게는 강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자는 겁니다.
노인 인구는 갈수록 늘어가는데 나라 돈만으로 노인복지를 해결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강제적으로라도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도록 해야 할 필요가 그만큼 절실해졌다는 얘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세태를 반증하는 것인 만큼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효(孝)는 늙으신(老) 부모를 자식(子)이 업어 모신다는 뜻입니다.
가르칠 ‘교(敎)’는 ‘효(孝)’와 채찍질하다, 매질하다는 뜻의 '복'이 합쳐진 말입니다.
인륜인 효를 제대로 행하지 못하는 자식은 매로 가르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바야흐로 효(孝)가 교(敎)에 간신히 매달려 가는 세상이 됐습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193283&oaid=N1003234662&plink=TEXT&cooper=SBSNEWSEND&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