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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빼달라 했더니 '예배중'…" 대형교회 불법주차 '몸살'

일산백송 2015. 3. 24. 09:48

"차 빼달라 했더니 '예배중'…" 대형교회 불법주차 '몸살'
[르포]신도만 수천명, 서울시내 대형교회 가보니…주민들 "주말엔 단속도 없어"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정혜윤 기자, 강기준 기자 |입력 : 2015.03.24 05:25|조회 : 16679


"차 빼달라 했더니 '예배중'…" 대형교회 불법주차 '몸살'

"차 빼달라 했더니 '예배중'…" 대형교회 불법주차 '몸살'
서울 여의도 내 Y교회 앞 인도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 사진 = 정혜윤 기자 

"매주 아수라장입니다. 종교도 좋지만 주민들도 생각해 줘야죠. 

교회 신도들이 골목길은 물론이고 인도까지 주차하다보니 걸어 다니기도 어려울 정돕니다."

서울 여의도의 Y교회는 주말마다 신도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주차전쟁을 치른다. 

일요일인 지난 22일에도 이 교회 앞 도로는 정기예배 시작 1시간 전부터 

신도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신도들이 주차한 차량으로 교회 주변 골목길은 물론 인도도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교회 뒤편에 위치한 아파트로 가는 길목은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보였다.

신도 수가 4000여명에 달하는 Y교회 내 마련된 주차공간이 80여대 밖에 안되다 보니 

주변 도로와 인도를 점령하게 된 것이다. 

길 건너 위치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도록 유도하지만 이마저도 삽시간에 차버리는 게 대부분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실제 차량들은 인도로까지 침범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차량에 부딪히지 않고 인도를 지나기 위해선 몸을 돌려 게걸음으로 발을 떼어야만 했다. 

백미러 부분을 지날 땐 숨을 크게 들이쉬며 차량 사이를 지났다.

올림픽대로로 진입하기 위해 차들이 속도를 높이는 왕복 6차선 도로로 내려가는 것 보다는 그래도 

이 편이 나아 보였다. 주민들은 유모차를 끌고 오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내려가거나 다른 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이 주차된 차량에 부딪혀 넘어질 뻔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단속반이 주말에 나와 쫓아내도 그때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시 주말이 돌아오면 불법주차 차량이 버젓이 도로 위에 주차한다는 게 주민들의 목소리다. 

특히 주말이라 신고를 해도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주민은 

"내 차를 가로막고 있어 차를 빼달라고 전화했는데 예배중이라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치밀었다"며 

"문제가 계속되다보니 단속도 무의미하고, 구청에 신고해도 그때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Y교회 주변에선 단속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차 빼달라 했더니 '예배중'…" 대형교회 불법주차 '몸살'

"차 빼달라 했더니 '예배중'…" 대형교회 불법주차 '몸살'

서울 강남의 S교회 주변 골목길이 차량들로 막혀있다. / 사진 = 강기준 기자 


주차문제와 관련해선 교회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 토지매입 등도 고민했지만 

비용문제 등에 부딪혀 현재로선 뾰족한 해법은 사실상 없다는 입장이다.

이 교회의 한 목사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불편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권유하는 것 말고 특별한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주말 교회를 찾는 신도수가 1만명에 달하는 서울강남의 S교회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택밀집지에 자리 잡고 있는 S교회 주변 골목길에선 교회를 찾은 차량들이 주차할 곳을 찾다 

서로 엉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S교회는 500~600대 규모의 자체 주차장과 주변 식당 등 상가 주차장까지 끌어 모아 1000대 가량의 주차공간을 마련해 안내하고 있지만 한번에 4000여명씩 방문하는 신도들을 감당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S교회 맞은편 건물주는 

"일요일마다 불법주차가 엄청 많다. 거주자 우선구역에도 버젓이 주차하는 경우도 많다"며 

"주차문제로 항의하다가 종종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법 주차 관리를 하는 자치구에선 매주 일요일마다 2~3건씩 민원이 발생하지만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별로 구역을 맡아 주말마다 단속을 진행하지만 절대적인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매주 2~3조씩 조를 짜서 대형 교회 등의 주차단속을 벌인다. 

신고가 많지는 않지만 주민 편의를 위해 단속을 한다. 하지만 크게 나아지진 않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재윤 기자 트위터 계정 @mton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