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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천 어린이집 폭행 교사 전화번호 잘못 유포.. 초등생 곤욕

일산백송 2015. 1. 16. 11:51

[단독]인천 어린이집 폭행 교사 전화번호 잘못 유포.. 초등생 곤욕
욕설 전화·문자 수백통
부모 “무차별 공격 경악”
지나친 신상털기 논란
경향신문 | 조형국 기자 | 입력 2015.01.16 06:01 | 수정 2015.01.16 10:07

"엄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어. 왜 나한테 이런 글을 보내지?"

지난 14일 대구에 사는 이모씨(37)는 9살난 딸이 휴대전화를 들고와 하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딸이 건넨 휴대전화 전원을 켜보니 부재중전화 30통이 찍혀있었다.
문자는 더 많았다.
"차라리 세상을 뜨는 게 어때?"
"미친O, 욕도 아깝다. 어찌 애를 그렇게 때리냐."
"너는 반매장해야한다. 죽어라."
이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대한 일부 시민의 분노가 엉뚱한 초등학생을 향했다.
폭행 용의자 양모씨(33)의 신상과 연락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유포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연락처가 퍼진 탓이다.


양씨의 연락처로 알려진 전화번호는 이씨의 딸 휴대전화 번호와 숫자가 같았지만,
마지막 네 자리 숫자 중 두 개의 배열이 달랐다.
하루 종일 ㄴ양의 휴대전화는 1, 2초 간격으로 울렸다.
모두 낯선 번호나 발신자 번호 표시제한으로 걸려온 전화였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쏟아진 수백통의 문자메시지와 전화엔 욕설과 폭언밖에 없었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네가 그 사람이냐?",
"입을 찢어버린다"고 욕부터 했다.
카카오스토리에 찾아와
"왜 4살짜리를 폭행했느냐, 생각이 있느냐"는 글도 남겼다.
'쫓아가서 죽여버릴거야'라는 내용의 드라마 사진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화가 난 이씨는 "이 전화는 사건과 무관한 초등학교 2학년 딸의 전화다.
전화번호를 알게 된 출처를 밝혀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들에게 답장했다.
일부는 "나도 자식 키우는 엄마라 분통이 터졌다. 정식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아니면 그만이지 반박하는 건 뭐냐",
"뭐가 아니야. 본인 아니면 가족이겠지"라며 이씨 말을 믿지 않았다.

이씨는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사람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확인도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경악했다"고 했다.
이씨는 15일 딸의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