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혁신 비대위' 방향타는 누가..전대 '룰의 전쟁' 관리가 관건
김형섭 입력 2022. 06. 06. 13:20기사내용 요약
후보군으로 원로·중진 거론…강금실 전 장관 추천도
혁신 비대위 제1 과제는 전당대회 룰 세팅
대의원제, 권리당원 조건 놓고 벌써부터 계파 신경전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 여파를 수습할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기로 한 가운데 누가 민주당의 혁신 방향타를 쥘지 주목된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방선거 참패로 80여일 만에 총사퇴하면서 다시 꾸려지게 된 이번 '비대위의 비대위'는 8월 말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꾸리기 전까지 당을 이끌 비상지도체제다.
특히 대선과 지방선거 2연패에 따른 책임론이 분출하며 계파갈등에 흔들리고 있는 거야(巨野) 민주당을 다잡으면서 쇄신과 반성을 이끌어야 할 중차대한 책무를 맡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비대위의 콘셉트를 '관리형'이 아닌 '혁신형' 비대위로 잡은 것도 단순히 전당대회 준비에 그칠 게 아니라 선거 결과에 대한 성찰과 당의 쇄신 작업까지 주도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당 대표 대행을 맡게 된 박홍근 원내대표는 혁신 비대위를 이번 주 안에 출범시킨다는 목표 하에 의견 수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혁신 비대위의 막중한 임무와 시기적 엄중함을 감안할 때 중량감 있는 중진의원 출신 또는 원로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두 차례 비대위원장 경험이 있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민주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왔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수도권 5선 의원 출신인 원혜영 전 의원 등 원로 그룹의 이름이 우선 거론된다.
최근 활발하게 SNS 활동을 재개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나 당내 지지모임인 광화문포럼이 선제적인 계파해체를 주장하며 해산된 정세균 전 총리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중진 그룹에서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김부겸 전 총리,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이상민 의원, 당의 강원지사 출마 요청을 수락하고 의원직을 던졌다가 낙선한 이광재 전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안민석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선 의원들 중에서 계파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 것인가, 또는 국민이나 당원들로부터 혁신위원장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마땅한 적임자가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참여정부에서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을 추천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그분의 의사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지난 윤호중 비대위원장 상황에서 하도 답답하시니까 본인이 총대를 메시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을 놓고 당내 친이재명계(친명계)와 친문재인계(친문계) 간 계파갈등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인물 찾기가 가능하겠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이번 혁신 비대위의 제1 과제가 룰 세팅을 비롯한 8월 말 전당대회 관리이며 이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어느 지도부가 쥐게 되느냐로 귀결될 수 있는 문제여서다.
당장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 변경 여부를 놓고 벌써부터 계파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03. photo@newsis.com현재 민주당 전당대회의 당대표·최고위원 선거는 예비경선에서 중앙위원회 대의원 투표로 치러지고 본투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해 이뤄진다.
이를 놓고 친명계와 당내 강경파는 예비경선에서 권리당원이 배제돼 있고 본투표에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의 등가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권리당원은 80만명에 육박하고 대의원은 1만6000여명인데 투표 반영 비율 등을 고려하면 권리당원 1표가 대의원의 1표보다 비중이 현저히 낮아 선거에 당원들의 의견 반영이 제대로 안 된다는 논리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도 지난 4월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50%와 권리당원 50%를 합산해 치르고
본경선에서는 대의원 20%, 권리당원 45%, 일반당원 5%,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자는 지도부 선출방식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권리당원 조건도 쟁점이다.
민주당 당규는 경선일 '6개월 전 입당',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 납부' 조건을 채워야 권리당원으로 인정한다.
최소한 전당대회 6개월 전 입당해 매달 꼬박꼬박 당비를 납부했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데 8월 말인 전당대회 시점을 고려하면 대선일인 지난 3월9일 이후 입당한 이재명 의원의 열성 지지층인 '개딸'들은 전당대회 투표권이 없는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룰은 국민의힘이 훨씬 민주적"이라며 "컷오프나 본선에서 국민의 여론을 잘 반영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기득권인 중앙위원이나 대의원으로 돼 있어서 이 룰을 바꿔야 되는데 당장 전당대회를 하면서 룰 바꾸자고 그러면 갑자기 바꾸냐는 얘기가 나올 것 같데. 그러면 계속 죽을 때까지 못 바꾼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던 안민석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이미 예비경선과 본경선에서 대의원 제도를 폐지했다"며 "민주당이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인데 국민의힘보다 못한 고루한 당이 돼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권리당원도 국민의힘은 책임당원 6개월 (규정을) 폐지하고 3개월 당비 납부한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줬다"며 "이것 역시도 민주당이 이렇게 더 빨리 해야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친문계는 기존 룰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이유이지만 그 이면에는 친명계가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하게 룰을 변경할 수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대표적 친문계인 홍영표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도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꾼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룰을) 그렇게 만든 이유들도 있다.
그게 1~2년 해온 것도 아니니 그런 것들을 존중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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