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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효 기간 - 헬렌 정 -

일산백송 2018. 12. 30. 16:30

옮겨온 글

사랑의 유효 기간 - 헬렌 정 -

2018. 1. 18. 8:01

 

코넬대학 인간행동연구소의 신시아 하잔(Cynthia Hazan)박사는

열정적인 사랑의 유효 기간에 관한 대규모 역학조사를 벌여,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끈 바 있습니다.

그녀가 밝혀 낸 열정적 사랑의 유효 기간은 19개월~30개월,

날짜로 계산하면 900일입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에서 분비되는 수많은 화학물질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이것은 약한 환각 현상과도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뇌는 900일 쯤이 되면

이런 화학물질들에 대해 내성이 생기게 됩니다.

눈에 씌인 콩꺼풀이 벗겨지는 순간이 오는 것입니다.

이때가 되면 서로를 현실적으로 보게 되고,

남자와 여자에서 벗어나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게 됩니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 뇌는 약 3년 정도의 시간동안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을 풀어 놓아 정신을 뒤흔들어 놓지만,

그 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냉혹함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900일 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2~3년 동안을 함께 지낸 후에는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여기에는 충분한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생동안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있는다면

우선 우리 모두는 과도한 성생활로 기진맥진해 죽게 될 것입니다.

돈을 벌지도, 아이를 돌보지도 않으며, 공부를 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너무나 강렬한 경험이라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면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진대사면에서도 아주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따러서 평생 사랑에 빠져 지낸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진화론적으로 비효율적이며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900일이 필요한 것일까요?

사랑의 유효기간이 더 짧을수록 인간은 더 많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고,

따라서 더 효율적으로 번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에대한 학자들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우선 진화론적인 설명은

인간은 장기적인 관계를 염두에 두고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남녀가 만나 2세를 낳을 때까지만 함께 있는 것에

중점을 둬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열정적인 사랑이 지속되는 18개월에서 30개월 동안이야말로

수태에서 임신하여 수유하는데까지 필요한 만큼의 시간입니다.

18개월에서 30개월은 열정적 사랑의 유효기간이자

인간 생식주기의 평균적인 시간인 것입니다.

이 기간은 또한 우리가 자식을 낳아

아이가 어느 정도 부모의 보호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900일 간의 폭풍이 끝나고 난 후에도

지속되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오래된 부부들은 흔히 정으로 의리로 산다고 이야기하고,

젊은 부부들일수록 사랑해서 산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변해가는 것일까요?

신시아 하잔 박사는 이에 대해 '애착관계의 형성'이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900일은

아이를 낳아 어느 정도 키우는데 걸리는 기간인 동시에

사랑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진정한 유대관계를 맺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도움 없이,

진화를 거듭해오면서 갖게 된 번식의 욕망 없이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친밀한 애착을 형성해 나가는 것은

순전히 두 사람만의 몫입니다.

열정적인 사랑의 기간동안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 기간동안 애착과 유대관계를 만들어 낸 남녀는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애착단계에 있는 커플들은 서로를 보면 흥분하고 기대하기보다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열정적인 사랑과는 분명 다른 감정이지만

이들이 느끼는 감정 또한 사랑입니다.

 

* 옮긴 곳 : 헬렌 S. 정 [Anatomy of Happiness: 행복의 해부]

(서울: 작가서재, 2010) PP.143-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