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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생일에 한살..왜 우리는 1월1일에 한살 먹나

일산백송 2019. 1. 1. 07:18

중앙일보

전 세계는 생일에 한살..왜 우리는 1월1일에 한살 먹나

이가영 입력 2019.01.01. 01:00 수정 2019.01.01. 06:43

 

떡국 자료사진. [중앙포토]

 

새해가 되면 먹는 게 떡국만은 아니다.

떡국과 함께 나이도 느는 건 오랜 풍속이다.

1819년에 제작된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섣달 그믐밤에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는데, 이것을 떡국이라고 한다.

항간에서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 때 ‘너 지금껏 떡국 몇 그릇째 먹었느냐?’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떡국을 ‘첨세병(添歲餠·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확한 연원은 규명된 게 없으나 최소 200년 전부터 새해가 되면 떡국과 함께 나이도 먹었던 것이다.

이는 태어나면 한 살, 그 후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는 ‘세는 나이’ 때문이다. 옛 고대 중국에서 유래돼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2월 31일생 아기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두 살이 되는 등 혼선이 있어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는 나이를 폐지했다. 일본은 1902년, 중국에서는 1960~70년대 진행된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자신의 생일에 한 살이 늘어나는 만 나이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세는 나이를 고집하는 건 한국과 북한 정도다.

서재평 탈북자 동지회 사무국장은 “북한에서도 1월 1일이 되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한다. 만 나이는 따로 밝히고, 보통은 세는 나이로 따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세는 나이를 ‘한국식 나이’로 부르기도 한다.

 

사실 우리나라도 1962년 단기력을 서기력으로 전환하면서 법적으로는 만 나이를 공식 사용한다. 민법 제6장 제158조(연령의 기산점)는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공서나 병원 등 행정상으로 만 나이를 사용하며 성년과 미성년자를 나누는 기준도 만 19세다. 그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 쓰는 ‘연 나이’도 존재한다. 금년도 해에서 태어난 해를 뺀 것인데, 대표적으로 병역법에 사용된다. 사용하는 나이가 3가지인 셈이다.

 

여론은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주장에 힘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월 SBS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오픈서베이가 전국 20~6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2.4%의 응답자가 “어떤 식으로든 나이 셈법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1.8%가 ‘만 나이’를 지지했으며 ‘한국식 나이’는 38.2%에 그쳤다. 또 다른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지난해 2월 L.POINT 리서치 플랫폼 라임에 따르면 남녀 2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나이 계산법에 대해 질문한 결과 ‘만 나이로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자’는 의견에 응답자의 68.1%가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꾸준히 올라와 180여건에 이른다.

 

한국식 나이 계산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어머니 배 속에 있는 10달 동안의 시간을 인간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0살이 아니라 1살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최영갑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는 “한자문화권과 연결된 동양 문화라고 봐야 한다”며 “서양처럼 세상 밖으로 나와야 생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잉태하는 순간부터 인간으로 대접하는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동서양이 공존하는 사회이므로 우리는 우리 대로 전통을 살리고, 행정업무는 만 나이로 하는 것에 불편함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공서 문서 등 행정 처리에서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처럼 일상에서도 통일한다면 사회적 소통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람마다 유리한 나이를 이야기하다 보면 관계가 복잡해지고, 이 자체가 실질적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몇 년째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바쁜 세상에 우리나라만 복잡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