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조두순 돌아오는데..경찰은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최민지 기자 입력 2018.12.25. 14:08
법무부 "인권침해 문제로 실시간 정보 공유 불가".. 범죄 일어난 후 경찰이 요청해야 공개
/삽화=김현정 디자이너기자
2008년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영이(가명)를 성폭행하고 중상해를 입힌 조두순이
2020년 전자발찌를 차고 출소한다. 하지만 이 흉악범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경찰은 알지 못한다.
일명 전자발찌법(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치추적 권한은 법무부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12월말 기준 전자발찌를 찬 범죄자는 3160명이다.
관련 법이 규정하는 전자발찌 착용자는
△16세 미만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
△성범죄를 2회 이상 범해 습벽이 인정된 자
△전자장치 부착한 전력이 있는데 또 성범죄를 저지른 자
△성범죄로 징역형을 받고 10년 이내에 성범죄를 다시 저지른 자 등으로
성범죄자 중에서도 죄질이 나쁜 흉악범들이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전국 57개 보호관찰소와 2개 관제센터(서울·대전)에서 관리하고 있으나
실시간 정보는 경찰과 실시간으로 공유하지 않는다. 다만 경찰이 요청하면 공문을 통해 정보를 준다.
예컨대 A 지역에서 강력범죄가 일어난 경우 이를 수사하는 관할 경찰이
현장 인근을 오간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하면 이를 공유하는 식이다.
당사자가 누구인지, 하루종일 어디를 오갔는지를 알려면 관할 법원까지 가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무부가 위치 정보를 경찰과 공유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 우려 때문이다.
이미 전자발찌는 입법 과정부터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전에 정보 공개는 어려우나 범죄 발생 이후엔 경찰과 보호관찰소가 긴밀히 공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긴급한 경우에는 법원 판단 없이도 경찰과 정보공유가 가능하게끔 법도 개정됐다.
하지만 경찰이 전자발찌 착용자를 대상으로 첩보를 수집하거나 주변을 감시하는 등 예방 활동은 할 수 없다.
'사후약방문' 조치에 그친다는 지적에 경찰청 관계자는
"법무부가 범죄예방을 책임지는 부처인만큼 경찰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했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의 재범 사건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올 9월 법무부로부터 '전자발찌 피부착자 재범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올 7월까지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의 재범 사건은 총 271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4년 48건, 2015년 53건, 2016년 58건, 2017년 66건 등으로 매년 늘었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의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관제센터 직원 1명이
보호관찰 대상자 331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 중 전자장치 훼손 등으로 현장에 출동하거나 대상자들의 상담, 심리치료 등의 역할을 하는 전자감독 전담 인력은 1명이 18.4명을 맡고 있다.
김대진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가 작성한 '전자감독제도 운영의 효과성 분석' 제하의
법무부 용역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 전자감독제도를 시행 중인 국가들은
대부분 전담 직원 1명이 10명 안팎의 대상자를 관리한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추적 기능을 법무부가 타 기관과 공유하기 전에 1차적으로 보호관찰관을 늘리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는 사전예방조치를 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경찰이 성범죄자를 추적해야 하는 이유가 '인력 부족'이라면 보호관찰소 인원을 충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법무부 관계자는 "선진국 수준인 1인당 10명 선으로 줄일 수 있게 인력을 충원하는 게 맞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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