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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직원인 내가 국회의원에 갑질? 저 바보 아니에요"

일산백송 2018. 12. 24. 11:27

조선일보
"공항직원인 내가 국회의원에 갑질? 저 바보 아니에요"
박상기 기자 입력 2018.12.24. 03:08 수정 2018.12.24. 10:41 


김정호 의원 공항 갑질 논란.. 사건 당사자인 24세 직원 인터뷰

김정호 의원
김정호 의원


김포공항 보안 요원인 김모(24)씨는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 XX 근무 똑바로 안 서네'라고 욕을 하고 고함을 질러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김포공항 출발장에서 김 의원에게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 달라고 했다가 김 의원에게 고성과 욕설을 들은 당사자다.


이번 논란에 대해 김 의원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분명코 욕을 하지 않았고, (공항 직원들이) 근거 규정도 없이 필요 이상 요구를 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오히려 갑질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씨는 "그분의 말이 하나도 맞는 것이 없다"며 "내가 시민에게 갑질을 한 것이라는 김 의원의 입장문을 봤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그분이 처음부터 '나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라고 밝혔는데 공항 협력사 직원인 내가 국회의원에게 갑질을 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라며 "CCTV를 보면 다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욕하는 걸 함께 들었던 김 의원의 수행원이 나중에 내게 와서 '아까 기분 나빴다면 죄송하다'고 했다"며 "내가 '다 괜찮은데 욕은 너무하신 것 아니냐'고 했지만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공항공사 협력사인 A사에 올해 1월 입사해 3월부터 김포공항에서 신분증 확인 업무를 해왔다. 김씨는 "교육받은 대로 위·변조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달라고 했는데 김 의원이 '나는 꺼내본 적 없으니 규정을 찾아오라'고 화를 냈다"며 "내가 다시 '최근에 비슷한 위조 사건이 발생해 신분증을 잘 확인하라는 특별 지침이 내려왔다'고 설명해도 계속 화를 냈다"고 했다. 김씨는 "규정을 찾고 있는데 옆에서 김 의원이 '너희가 뭔데 나한테 갑질을 하냐. 그렇게 대단하냐' '공사 사장한테 전화해라'고 했다"며 "김 의원 수행원은 휴대폰에 대고 '차관님 이런 일이 있어도 되겠느냐'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사장님한테 전화한다니 너무 당황해서 규정 책자를 제대로 읽기도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정호 의원이 공개한 휴대폰 지갑 사진… 항공 규정엔 ‘위조 여부 등 확인해야 한다’ - ‘공항 갑질’ 논란의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휴대폰 지갑과 신분증 사진. 김 의원은 “지금까지 투명 케이스에 담긴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과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의 ‘항공기표준운영절차’ 규정엔 ‘두 손으로 탑승권과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 /김정호 의원 페이스북
김정호 의원이 공개한 휴대폰 지갑 사진… 항공 규정엔 ‘위조 여부 등 확인해야 한다’ - ‘공항 갑질’ 논란의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휴대폰 지갑과 신분증 사진. 김 의원은 “지금까지 투명 케이스에 담긴 신분증을 제시하고 통과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의 ‘항공기표준운영절차’ 규정엔 ‘두 손으로 탑승권과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 /김정호 의원 페이스북


김씨는 "김 의원이 내 명찰을 보고 'A사 김○○씨, 근무 똑바로 서세요!'라고 하길래 너무 분해서 '의원님, 신분증 확인이 제 일입니다'라고 했다"며 "그 말을 들은 김 의원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나와 다른 직원들 얼굴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을 비롯한 공항 직원들이 수차례 김 의원에게 "불쾌하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나 비행기 안 탄다. 책임자 데려와라'며 계속 화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료 직원들도 계속 사과했다"며 "김 의원은 우리가 무례하게 굴었다고 하는데 CCTV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두 손을 모으고 저자세로 그분을 대했는지 다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승객 10여 명이 김 의원 뒤로 줄을 서 있었고 큰 소리가 나오자 '왜 저러느냐'며 웅성웅성했다"며 "김 의원을 일단 비어 있던 옆줄로 안내하고 다른 승객들을 먼저 들여보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나는 탑승 수속을 밟은 제일 마지막 승객이었다"며 자신 때문에 불편을 겪은 다른 승객들이 항의했다는 본지 보도(21일 자 A1면)는 사실과 다르고 악의적으로 왜곡·과장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도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고 한다.


야당들은 일제히 김 의원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항공사 직원에게 무지한 갑질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아니다.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고,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자격 미달"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김 의원의 반칙왕 등극을 축하한다"고 했고, 정의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특권과 반칙이 맞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