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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이야기

성철스님은 왜 절을 하라고 하셨나

일산백송 2014. 6. 18. 12:47

성철스님은 왜 절을 하라고 하셨나
대한불교 조계종 대원사 게시판에서 스크랩


성철스님(1912~1993)은 해인총림 방장으로서의 수행자 면목과 종정으로서의
이 시대 사표(師表)로도 유명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만큼이나 절을 많이 시키신 분으로 유명하다.

스님을 만나려면 3,000배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많을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성철스님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3,000배를 해야 만나주는가?"하는 비난에서부터
"나도 3,000배를 했으니 스님을 만날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하는 자긍심까지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성철스님은 왜 3,000배를 시키셨을까?

스님은 언젠가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직접 답하신 적이 있다.
흔히 '3천 배 하라'하면 '나를 보기 위해' 3천배를 하라는 줄로 아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승려라면 부처님을 대행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어느 점으로 보든지 내가 무엇을 가지고 부처님을 대행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남을 이익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늘 말합니다.
나를 찾아오지 말고 부처님을 찾아오시오.
나를 찾아와서는 아무 이익이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오지요.
그러면 그 기회를 이용하여 부처님께 절하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3천 배 기도를 시키는 것인데,
그냥 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절해라,
나를 위해서 절하는 것은 거꾸로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3천 배 절을 하고 나면 그 사람의 심중에 무엇인가 변화가 옵니다.
그 변화가 오고 나면 그 뒤부터는 자연히 스스로 절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남을 위해서 절을 하는 것이 잘 안 되어도,
나중에는 남을 위해 절하는 사람이 되고,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며,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1)

스님이 3,000배를 시키신 것은
스님을 만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아니라
부처님께 절을 하라는 의미이고
절을 통해 절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변화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된 마음으로 남을 위해 살도록 가르치기 위한 그야말로 '방편'이었다.


3,000배는 무작정 3,000번 절을 하는 것이 아니다.
108배를 하도록 마련된 『예불대참회문』을 30번 독송하는 일이다.
『예불대참회문』을 매개로 3,000배, 1,000배, 108배 등의 참회기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불대참회문』이야말로 스님이 가르치시는 일상 참법이라고 할 수 있다.

스님 역시 상당법문을 통해 참회법의 의미를 직접 언급하신 적이 있다.

내게 항상 다니는 사람에게는 의무적으로 절을 시킵니다.
108배 절을 하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면 날마다 아침에 108배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나도 새벽으로 꼭 108배를 합니다.
그 목적은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고 다음 같이 발원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제 발심하여 예배하옴은 제 스스로 복 얻거나 천상에 남을 구함이 아니요,
모든 중생이 함께 같이 무상보리 얻어지이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중생들과 보리도에 회향합니다."
일체 중생을 위해, 남을 위해 참회하고 기도했으니 기도한 공덕이 많습니다.
이것은 모두 일체 중생에게 가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도 부족하여, "원합노니 수승하온 이 공덕으로 위없는 진법계에 회향하오며…"

그래도 혹 남은 것, 빠진 것이 있어서 나한테로 올까봐
온갖 것이 무상 진법계로, 온 법계로 돌아가고 나한테는 하나도 오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인도에서부터 시작하여 중국을 거쳐 신라, 고려에 전해 내려온 참회법입니다.

중국도 중공 적화 이전에는 총림에서만이 아니고 모든 절에서 다 '참회'해 온 것입니다.
일체중생을 위해서, 일체 중생을 대신해서 모든 죄를 참회하고, 일체 중생을 위해 모두 기도했습니다.

이것이 참으로 불교 믿는 사람의 근본자세이며, 사명이며, 본분입니다.2)
스님은 참회법으로서의 절을 하는 일이
단순히 업장을 녹인다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 방편설이 아니라
불교 믿는 사람의 근본자세이며 사명이며 본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강조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또한 『예불대참회문』이 어떤 성격의 글이기에 『예불대참회문』을 인용하여
스님이 이런 가르침을 전하는 것일까?

이런 점에서 본고에서는 성철스님이 가르치신 일상 참법으로서의
『예불대참회문』의 구조와 의미를 살펴보고 스님의 참법에 담긴 의미를 알아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