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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미투' 폭로에 동조·반발.. 발칵 뒤집힌 문학계

일산백송 2018. 2. 7. 18:27

문화일보

최영미 '미투' 폭로에 동조·반발.. 발칵 뒤집힌 문학계

김인구 기자 입력 2018.02.07. 12:00 수정 2018.02.07. 12:10

 

‘성폭력’ 논란이 문화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서점. 뉴시스

 

입장따라 서로 다른 반응 보여

“위선·비겁으로 감싸면 안돼”

“문단 성추행 집단 인식 불편”

영화계서도 파문 잇단 확산

음악·미술계까지 번질 조짐

남성혐오·인신공격 우려도

 

해묵은 ‘성폭력’ 논란이 또다시 문화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최영미 시인이 풍자 시 속에서 국내 대표적 시인의 성희롱 행태를 적나라하게 까발려 충격을 준 뒤, 문학계 내에서 이에 반발하거나 동조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2016년 10월 SNS에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로 촉발된 이 문제는 잠시 수그러지는 듯하다가 재점화하고 있다. 나아가 문학 뿐만 아니라 영화·음악·미술계 등 문화 전 분야로 더욱 더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영미 시인 폭로, 이승철 시인 반박

 

최영미 시인이 계간지 ‘황해문화’의 지난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이 6일 인터넷 등을 통해 퍼지면서 충격을 줬다.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원로 시인의 성희롱을 고발했는데, 문학계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최 시인은 이날 밤엔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원로 시인은 상습범”이라며 “(문단 내) 성희롱 피해자는 셀 수 없이 많다”고 거듭 폭로했다.

 

이에 7일 인터넷 상에는 최 시인을 반박하거나 응원하는 문인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을 지낸 이승철 시인은 “최 시인 인터뷰를 보는 동안 한국 문단이 성추행 집단으로 인식되도록 주지되었기에 몹시 불편했다”면서 “‘미투(Me Too)’ 투사들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한꺼번에 매도되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류근 시인은 “그의 온갖 비도덕적인 스캔들을 다 감싸 안으며 오늘날 그를 우리나라 문학의 대표로, 한국문학의 상징으로 옹립하고 우상화한 사람들 지금 무엇 하고 있나. 위선과 비겁은 문학의 언어가 아니다. 나는 선배들에게 늘 이렇게 듣고 배웠다. 최 시인의 새삼스럽지도 않은 고발에 편승해서 다시 이빨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인들이여”라고 한탄했다.

 

이 와중에 한국시인협회는 새로 뽑은 회장의 과거 성추문 전력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인협회는 지난달 23일 평의원 회의에서 감태준 시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감 시인이 중앙대 교수로 있던 2007년 제자 성추행 추문에 휘말렸던 전력이 불거지면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감 시인은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처신이 문제시되면서 학교에서 해임된 후 복직하지 못했다. 시인협회 관계자들은 “평의원들이 안이하게 판단했다. 어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영화계,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혐의

 

6일엔 문학계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잇따라 성폭력과 관련한 파문이 번졌다. 동성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거론됐던 이현주 감독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피해자 A씨는 크게 반발했다. 이 감독은 혐의에 대해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자, A씨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성추행 혐의로 상대 여배우에게 소송당한 배우 조덕제도 ‘미투’ 운동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미투 운동은 옳고 그름이 아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정당한 운동”이라며 “다만 미투 운동이 무조건 여성은 피해자라는 강박관념에만 사로잡혀 남성 혐오를 유발하는 성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문화계 성폭력 사태가 극단적인 ‘남성혐오’나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성폭력이 결국 남성인 가해자와 여성인 피해자의 이분법을 넘어 권력관계에서 기인한다는 것에 문제의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 미술계도 재점화… 어디까지

 

2년 만에 재점화한 ‘문단 내 성폭력’ 사태는 영화계는 물론 음악, 미술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국내 클래식계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SNS에 ‘클래식계 성폭력’을 검색하면 교수와 제자 간의 부적절한 행위를 고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술계 역시 성추문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년전부터 ‘미술계 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국립미술관은 물론 독립 예술 공간 등의 큐레이터가 여성 작가나 여대생 등을 상대로 성폭력을 가했다는 이야기들이 온라인상에 쏟아졌다. 한 신인 여성작가는 “여성 작가들은 분노하고 답답해한다. 대부분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공론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