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평택 아동 학대사망
'비정의 끝'..원영이 시신 둔채 '정관복원 수술' 예약(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6.04.04. 14:14 | 수정 2016.04.04. 14:27
검찰 수사서 '사망 이틀 뒤 계모 아이 낳을 궁리' 드러나
죽기 전 "엄마" 불러…전문의 "헐떡이는 체인스톡 호흡"
"숨진 날 밤 부부는 족발·소주 먹고 모바일 게임 열중"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이영주 기자 =
7살 신원영 군을 잔인하게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친부가 원영이 사망 이틀 뒤 새 부인과의 아이를 갖기 위해 비뇨기과에 전화를 걸어 정관수술 복원 수술을 예약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새롭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관 복원 수술을 예약한 2월 3일은 원영이가 숨진 지 불과 이틀 지난 시점으로
원영이의 시신을 집 베란다에 그대로 둔 상태였다.
밝게 웃는 원영이 (평택=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2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시립추모관에서 열린
신원영(7)군 49재 추모식에서 영정사진 속 원영이가 밝게 웃고 있다. 2016.3.21 kyh@yna.co.kr
4일 수원지검 평택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3개월여간 원영이를 화장실에 가둔 채
학대하던 계모 김모(38)씨는 1월 29일 오후 원영이 몸에 락스 2리터를 부었다.
원영이가 며칠간 식사를 못하고 굶자 김씨는 다음날 강제로 사과 한쪽을 먹였고,
이로 인해 다음날인 31일 오후 원영이는 바지에 설사를 했다.
화가난 김씨는 31일 오후 1시께 원영이의 옷을 벗겨 찬물을 퍼부은 뒤 오후 6시께
남편 신모(38)씨가 퇴근하고 집에 오자 오후 7시께 또다시 원영이 몸에 찬물을 뿌렸다.
원영이는 이날 밤 화장실 안에서 "엄마"라고 부르며 신음했고,
두 부부는 화장실 문을 열어 원영이의 상태가 굉장히 나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원영이는 그 뒤에도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에 신씨가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했으나,
김씨가 "아이 상처 들키면 어쩔려고"라며 반대하자 그대로 방치해뒀다.
소아과 전문의는 당시 원영이가 숨지기 직전 숨을 헐떡이며 호흡하는 '체인스톡호흡(Cheyne-Stokes)' 증상을 보인 거라고 분석했다.
신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이날 원영이가 숨질 당시 신씨는 족발과 소주를 사서
김씨와 나눠 먹고 있었고, 당일 오후 11시 30분께에도 동네 슈퍼에 가서 술을 사온 사실이 드러났다.
오후 10시 30분에는 김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을 구입한 내역도 확인됐다.
아이가 죽음을 목전에 놓고 신음하고 있을 당시 친부는 술을 마셨고,
계모는 술과 함께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인 2월 1일 오전 원영이가 숨진 채 발견되자 둘은 시신을 유기할 계획을 세우고 비닐팩과
아동용 이불 등을 구입했고, 청북면 야산을 한차례 찾아갔다가 땅이 너무 얼어 팔 수 없자 되돌아왔다.
이에 따라 원영이 사망 시점은 당초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2월 1∼2일이 아니라
1월 31일∼2월 1일인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원영이가 사망한 지 이틀 지난 2월 3일 신씨는 한 비뇨기과에 전화를 걸어
"과거 정관수술을 했는데 복원할 수 있느냐"며 문의한 뒤 3월에 수술을 예약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신씨는 검찰에서 "아내(김씨)의 몸을 빌어 원영이가 다시 태어날 거라 생각했다.
새로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원영이로 지으려 했다"는 뻔뻔한 변명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한 관계자는 "수사자료를 종합해 볼 때 두 부부는 아이가 사망하길 바란 것으로 보일 정도로 잔인하고
치밀하게 행동했다"며 "아이가 사망한 바로 다음날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점이나,
며칠 뒤 아이를 갖기 위해 문의한 점 등은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강수산나)는 이날 김씨와 신씨 모두에게 살인·사체유기·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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