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母 위해 우물 파다 매몰된 孝心
40대 흙더미 깔려 사망
조선일보 |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 입력 2016.01.18. 03:05
광주광역시에 사는 조모(49)씨는 지난 15일 아내와 아들(26)을 데리고
전남 화순 춘양면 고향 집에 홀로 지내는 어머니(76)를 찾았다.
용달차 운전을 하는 조씨는 평소 고향 집에 자주 갔다.
지난해 여름 아버지가 작고한 뒤엔 거의 매주 한두차례씩 고향 집으로 내려가 노모를 보살폈다.
이번엔 낡은 지붕을 수리하고, 텃밭 농사에 쓸 물을 확보하려고 오래전 메운 마당의 우물(관정)을
다시 팔 생각이었다.
16일 지붕 수리를 마친 조씨는 오후 4시쯤 현관 앞의 옛 우물 자리를 파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땅을 파고 설치했던 수도꼭지에서 최근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우물을 좀 더 깊이 파려고 했다.
어머니는 "우물이 없어도 괜찮으니 하지 말라"고 한사코 말렸지만,
조씨는 "가뭄 때 텃밭에 물을 주려면 꼭 필요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아들과 함께 길이 2m, 폭 1.2 ~1.3m 크기로 구덩이를 파내려 갔다.
삽과 곡괭이만으로 작업하느라 시간이 많이 들었다.
조씨는 밤 깊도록 일을 계속했고, 아들은 파낸 흙을 옮겼다.
이튿날 새벽 3시쯤, 구덩이 깊이가 3m쯤 됐을까. 바닥에 조금씩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파내면 되겠다' 싶어 부지런히 삽을 놀리던 조씨 위로
갑자기 구덩이 양쪽 벽면의 흙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조씨는 순식간에 흙더미에 파묻혔다.
조씨의 아내가 119에 구조 요청을 하는 사이, 아들은 급히 흙을 파내며 매몰된 조씨를 구하려 했다.
하지만 거의 모래에 가까운 마사토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려 속수무책이었다.
119 대원과 마을 주민들이 포클레인을 동원해 2시간여 만에 조씨를 구조했으나 이미 숨진 채였다.
경찰은 모래 성분이 많은 사고 지점 흙더미가 갑자기 허물어지면서 조씨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3남 1녀 중 막내로 평소 부모를 극진히 섬겼던 조씨의 죽음에 마을 주민들은
"착하고 부지런한 효자에게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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