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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야기

강태용 “서울에 신경 써주는 사람 있다” 검·경 로비력 과시

일산백송 2015. 10. 15. 10:51

강태용 “서울에 신경 써주는 사람 있다” 검·경 로비력 과시
경향신문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4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씨(54)는 2008년 중국으로 도피하기 직전까지
‘정·관계 로비만 제대로 성공하면 평생 사기 행각을 묻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씨는 2006~2007년 한 차례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됐지만 검찰·경찰 등을 상대로 한
자신의 로비력을 과시하며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다단계 업체 임원들을 안심시켰다.

2008년 경찰은 달서경찰서(대구)·서산경찰서(충남)·영주경찰서(경북)·대구지방경찰청,
검찰은 대구지검 서부지청과 안동지청 등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조희팔 사건을 수사했다.
경인지역 총괄법인 ‘리브’, 대구·경북지역 총괄법인 ‘씨엔’, 부산·경남지역 총괄법인 ‘챌린’ 등
3개 법인 실무자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2008년 1월 달서경찰서는 씨엔, 2008년 4월 서산·영주경찰서는 각각 리브·챌린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도 이 무렵 조희팔이 리브 등을 통해 거액의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포착하고
거래내역을 경찰청에 이첩했다. 같은 해 5월 경찰은 이 사건을 대구지방경찰청에 배당했지만,
일부 다단계 업체 임원들만 사법처리됐을 뿐 사기 범행의 핵심인 조·강씨 두 사람 근처에는
수사기관의 ‘칼끝’이 닿지 못했다.

강씨는 2008년 11월2일 중국으로 도피하기 전날까지 조희팔을 보좌해 조직 관리, 배당금 지급 및
유사수신·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재판 업무를 도맡았다.
그는 평소 다른 임원들에게 “형사적으로 문제가 안되게 해주겠다”
“서울에서 신경써주는 사람이 있으니 걱정 말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 받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강씨는 대구 영신고 동문이나 인맥이 탄탄한 법조인을 내세워 주변을 안심시켰다.
강씨는 영신고 동기인 김모씨를 통해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를 소개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조희팔 측으로부터 2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2년 12월 구속기소돼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김 전 부장검사 수사 때 검찰에 출석한 김씨는
“강씨로부터 ‘내가 하는 일은 언제는 터지는 일’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검경 수사망이 좁혀오던 2006~2007년 대구에서 만나 여러 차례 술자리를 함께했다.
지난 1월 강씨로부터 15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오모 전 검찰 서기관도 영신고 출신이다.
강씨는 임원들이 수사나 재판을 받을 때 검·판사의 대학교 선배나 사법연수원 동기 등
친분이 있는 사람을 변호사로 썼다.

강씨는 정·관계 인사들에게 무이자로 거액을 융통해 주거나 차명통장을 건네는 수법으로 뇌물을 제공했다. 

강씨의 한 측근은 “운전기사 조모씨 명의로 체크카드를 만들어 거액을 입금한 뒤 로비대상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현금을 인출해서 쓰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