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서글픈 선택.. '월세족' or '하우스푸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 2015.07.06 10:15 | 수정 : 2015.07.06 14:49
'어느 40대 가장의 팍팍한 살림살이'는 총 2편의 시리즈로 구성됩니다.
1편은 월세족과 하우스푸어 사이에 놓인 아빠의 고뇌를 전하고,
2편에서는 다달이 내는 월세로 더욱 가벼워진 이 가장의 주머니 사정을 들여다 봅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서울 강북에 살고 있는 4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1 딸과
장난기 가득한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이기도 하지요.
아직은 외벌이 입니다.
경력단절녀인 아내의 재취업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저희 네 식구는 넓진 않아도 아내가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전셋집에서 아옹다옹,
때로 알콩달콩 부대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방3개에 25평 남짓한 전세 2억 4천짜리 아파트였죠.
온 가족이 새로 온 집에 도배를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더군요.
그리고 지난 5월 이 집의 전세 계약이 만료됐습니다.
저도 가족도 어느새 우리의 추억이 가득 쌓인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었고요.
그러나 문제는 치솟을 대로 오른 미친 전셋값.
어제 오늘 일도 아니죠.
이미 지난해부터 전세가율이 70% 이상 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는데요 뭐..
전세가율 70%가 무슨 말이냐구요?
쉽게 말해 1억 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빌리려면 7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2년 전 재계약 때 전세보증금을 이미 한 번 올렸는데, 이번엔 또 집 주인이 얼마를 올려달라고 할까..
' 걱정을 하다 보니 잠도 잘 오지 않더군요.
그런데 집주인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이 집에 계속 살기를 원한다면,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라."
물론 백 번 천 번 집 주인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초저금리 시대' 라고 하잖아요.
90년대 7~8%였던 은행금리가 요즘에는 1~2%대라니.
말 다했지요.
전세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 두어도 이자 몇 푼 받지 못하는 겁니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
그렇지만 저처럼 눈물을 머금고 월세를 내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 또한 잔인한 현실이겠죠.
"이사를 가야 할까?"
아내는 최대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주변으로 전셋집을 옮기자고 제안 했어요.
하지만 전셋집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더군요.
전세가 있다 해도 터무니 없는 가격에 깜놀. 포기해야 했습니다.
저금리에 집주인들은 갈수록 월세는 원하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얼마 안 남은 전세에 몰리면저 전세값은 고공행진 중이니까요.
"대출을 받아 아예 집을 살까?"
답답한 마음에 아내에게 "대출을 더 받아서 집을 사버리자"고도 해보았습니다.
"'하우스푸어' 되고 싶어서 그래?"
아내는 '집 가진 가난 한 사람'이 되고 싶냐고 되묻더군요.
아내 말이 맞습니다.
빚을 많이 내서 내 집 마련했다가 집값이 떨어지거나 나중에 금리라도 올라봐요.
지금도 허리띠 졸라매고 생활 하는데..
"월세족이냐, 하우스푸어냐"
저는 양자택일의 선택지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사비용이나 부동산 중개료 등도 고려하니 집을 사서 이사하는 일이 더 무겁게 느껴지대요.
결국 주인의 요구대로 월세로 갈아타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보증금 2억원에 월세 60만원.
보증금을 더 올려 월세를 줄여보려 했지만 주인의 완강한 반대를 이기긴 어렵더군요.
오늘은 '우리 집'에 첫 월세를 낸 날입니다.
이 집에서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왠지 낯선 곳에 있는 기분이네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면서 우리 집은 재산 모으기에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거든요.
월세 내면서 더 가벼워진 우리 집 주머니 사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들려드리고 싶네요.
제 이야기 또 들으러 와주시겠습니까?
choi_ja@fnnews.com 최정아 기자, 이대성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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