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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유출, 한국일보 기자 징계해선 안 된다

일산백송 2015. 2. 12. 12:08

녹취록 유출, 한국일보 기자 징계해선 안 된다
[김창룡의 미디어창] 취재윤리 위반은 사적 이익의 경우… 기자의 용기, 지원하진 못할망정 사과라니
입력 : 2015-02-12 10:50:27 노출 : 2015.02.12 11:23:12
김창룡 교수 | cykim2002@yahoo.co.kr


이완구 총리 후보의 언론인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않다. 

때론 ‘김영란법’으로 기자를 협박하고 

때론 말잘듣는 언론인들에 대해서는 ‘교수’ ‘총장‘도 시켜줄 수 있다고 당근도 내비쳤다. 

문제는 눈앞에서 언론인들을 무시하고 겁박하는 폭언을 듣고도 기자들은 이를 바로 기사화 하지도 못했다.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한국일보 국장 이상 간부들이 총리 검증 보도에 대해 

지엽적인 문제를 내세워 ‘사과’를 하는 촌극까지 빚은 모습이다. 

이런 수준의 한국 언론을 본다는 것은 미디어 소비자들에게는 비극이다. 

앞으로 이 후보가 총리에 임명되든 되지않든 그의 언론관과 그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 

‘기자정신’으로 살아가는 언론인들을 이렇게 초라하고 비겁하게 만든 그의 언어공격은 

단순히 윤리적 문제를 넘어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라는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그가 기자들 면전에서 드러낸 천박하고 교활한 언론관을 

여기서는 문제삼고자 하지않는다. 

그의 언행에서 드러난 언론관을 보고도 적절하고도 용기있게 대응하지못한 언론의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번 보도 논란의 중심이 된 한국일보의 사과는 한국언론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 지난 2월 10일자 한국일보 1면에 실린 사과문

한국일보는 이 후보 대화 보도 경위에 대해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언론관에 대한 추궁을 준비하고 있던 

김 의원실측에선 녹음 파일을 요구했으며, 

본보 기자는 취재 윤리에 대해 별다른 고민 없이 파일을 제공했습니다. 


…경위가 무엇이든, 취재내용이 담긴 파일을 통째로 상대방 정당에게 제공한 점은 

취재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습니다. 당사자 동의 없이 발언내용을 녹음한 것 또한 부적절했습니다. … 

본보는 이번 사태가 취재 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라고 사과했다.

한국일보가 이 후보측의 강력한 항의 혹은 또 다른 당근을 제시한 언론통제술의 결과로 이런 사과를 했는지, 스스로 사과를 했는지 분명하지않다. 중요한 것은 사과의 내용이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고 문제의 경중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 동의없이 녹음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은 옳지않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녹취를 한 행위는 불법이라고 규정하지만 

대화 당사자나 대화에 참여한 사람의 경우는 해당되지않는다. 

따라서 이 후보와 대화자리를 함께 한 한국일보 기자의 대화녹음은 

부절절하지도 않으며 

더욱이 불법도 아니다. 물론 취재윤리에도 해당되지않는다.

녹취파일을 정당에 넘긴 것에 대해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14조(정보의 부당이용 금지)에는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본인, 친인척 또는 기타 지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거나 다른 개인이나 기관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적시되어 있다.

이 실천요강의 핵심은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주로 주식담당 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알아낸 회사정보 등을 이용해서 주식투자로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한국일보 기자의 경우, 이 자료를 자사에서 보도할 수 없게 되자, 

야당에 넘겼고 야당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KBS측에 제보하여 보도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대화녹음 파일을 정당에 넘길 때 돈이나 자리를 보장 받는 등 사사로운 이익을 취했다면 

언론윤리 위반을 지적해야 겠지만 총리후보 검증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면 

윤리위반이라고 주장하기 쉽지않다.

이를 한국일보 스스로 ‘취재윤리 위반’이며 ‘중대사안’이라고 고백하며 나아가 ‘엄중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마치 이완구 후보측의 요구사항처럼 느껴진다. 자사 기자의 공익을 위한 정당한 취재활동을 격려,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앞서서 사과하며 책임 운운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듯 하다.

이 후보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드러낸 천박한 언론관과 협박과 당근을 일삼는 그의 언론통제술 언행을 보고 분노와 수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언론인을 그만 두고 다른 직업 찾아보는 것이 낫다. 

기자정신이 사라진 기자, 용기있는 기자를 거꾸로 책임을 묻겠다며 격려는커녕 때리기 나서는 언론사는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

총리 후보가 말잘듣는 언론인들은 일부라하더라도 교수, 총장 시켜주다보니 전체적으로 대학의 교수도 

총장도 권위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오만한 인사들이 고위 공직에 가면 어떤 식으로 법을 악용하고 언론통제술로 한국언론을 황폐화할지 

우려스럽다. 그에 적절하게 대처하지못하는 용기없고 초라한 언론인들의 입지가 더욱 안타깝다. 

취재 기자나 언론사 간부나 똑같이 논리와 용기, 정의감이 요구된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사회에 언론인이 

존중받는 것처럼, 권위주의 국가의 순치된 언론인들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래도 국민은 열악한 현실에서 노력하는 다수의 언론인들의 용기와 노력에 감사해야 한다.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격려할 때 언론자유가 더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의 사과 결정이 부장급 회의가 아니라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 결정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돼 

칼럼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2015년 2월12일 오전 11시48분.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