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한다던 전병욱, 재판은 '사절'
"절차상 위법" 주장하며 성추행 해명 없이 법리 문제만 지적
데스크 승인 2014.11.05 21:32:59 장성현 (bansug5)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전 목사 치리를 위한 첫 재판이 10월 27일 평양노회 사무실에서 열렸다.
삼일교회에서는 송태근 목사와 부교역자, 장로들이 출석했으나,
홍대새교회에서는 피고인 전병욱 목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홍대새교회는, 전 목사의 노회 재판 회부가 절차상 위법이라는 내용증명을 재판국에 제출했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갈무리)
전병욱 목사 치리를 위한 2차 재판이 11월 10일 열린다.
삼일교회 측은 성추행 피해자들의 녹취 등 전 목사의 성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평양노회(강재식 노회장) 재판국에 제출한 상태다.
홍대새교회 측은 전 목사의 노회 재판 회부는 절차상 위법이라는 내용증명을 10월 27일 재판국에 제출했다.
성추행 사실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내용증명에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중 징계는 불가하다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사안은 교회법상 징계할 수 없다
△담임목사직 사임 시 삼일교회 측이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재판국 구성 당시 노회장이 죄증 설명서를 읽지 않았다,
등의 법리적 이유를 내세워 재판 무효를 주장했다.
설교 중지했으니 징계는 이미 받았다?
홍대새교회 측 주장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이중 징계에 대한 부분이다.
홍대새교회 측은 전 목사가 9개월간 설교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어, 재징계는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타당한 주장일까.
2010년 9월 14일 삼일교회 당회는 제직회를 열어
전 목사에 대한 3개월 설교 정지와 6개월 수찬 정지 결정을 발표했다.
당시 삼일교회 당회는 설교 정지 처분은 노회의 지시가 아닌 당회에서 협의한 결과라고 제직회에 보고했다.
평양노회 관계자는 목사 징계를 위해서는 정기노회의 결의나 재판국 판결이 있어야 하지만,
전 목사에 대한 노회 결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교회법 전문가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설교 정지 처분을 징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교회법상 노회 결의나 재판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목사를 징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교 정지 처분을 일종의 행정 조치로 볼 수는 있지만, 징계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홍대새교회는 재판 무효의 두 번째 근거로 삼일교회와 전 목사의 약속을 들고 있다.
삼일교회 측이 전 목사가 사임하는 조건으로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일교회 권대원 집사는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 집사는 전 목사의 성범죄 사실을 고발하는 책 <숨바꼭질>의 편집인 중 한 명이다.
권 집사는 "전 목사는 성 중독 치료, 개척 금지에 따른 생계비 등으로 13억 원에 가까운 돈을 교회로부터
받아 갔다. 하지만 교회와의 약속을 무시한 채 교회를 개척하고 성 중독 치료를 받지 않았다.
교회와의 약속을 모두 저버린 전 목사가 할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성범죄 행위가 사실이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대해 항변할 게 없으니 절차와 법리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 '전병욱 목사 진실을 공개합니다'의 운영자인 이진오 목사는
전 목사의 사임 후에도 성추행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 목사가 사임한 시점에 밝혀진 성추행 사실은 구강성교 한 건이었지만,
이후에 성추행 피해자들이 계속 나타났다고 했다.
삼일교회가 제출한 면직 청원서에만 8건의 성추행 사실이 명시돼 있다고 했다.
삼일교회와 전 목사가 그런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없이 진행된 당회와 전 목사의 야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삼일교회 측은 말을 아꼈다.
강병희 수석부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재판 진행 중에 언론과의 접촉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중 징계 여부와 그 밖의 문제는 재판 과정에서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했다.
홍대새교회 측은 전 목사 사건이 공소시효를 넘겼기 때문에 징계가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전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헌법 권징조례에는
"범죄 안건은 범죄 발각 후 1년 내에 개심할 것이요, 교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할 범행이 아니면
3년을 경과한 후에 개심할 수 없다(제12장 116조)"고 나온다.
강문대 변호사는 '교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범행'이기 때문에,
전 목사 치리를 위한 재판국 구성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홍대새교회 측이 '3년'이라는 기간에 초점을 맞췄지만, 충분히 반대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죄증 설명서 문제는 더 간단하다.
강 변호사는 10월 13일 열린 정기노회는 전 목사 재판을 위한 치리회가 아니므로,
노회장이 죄증 설명서를 낭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법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치리회가 재판회를 소집하면, 재판국장은 그 자리에서
고소장과 죄증 설명서를 낭독하면 된다는 것이다.
권징조례 제4장 20조에는
"치리회가 재판회를 회집하면 회장이 먼저 그 이유를 공포하고 정중히 처리하기를 선언한 후
그 고소장과 죄증 설명서를 한 번 낭독할지니 만일 원피고가 당석에서 심문함을 원하지 않고
연기를 청원하면 다음 몇 사건만 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리 문제 거론은 본질 흐리려는 꼼수
전 목사 측이 성추행 사실에 대한 해명 없이 법리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계 관계자들은 문제의 초점을 흩트리려는 전 목사 측의 '꼼수'로 봤다.
줄곧 전 목사의 징계를 탄원해 왔던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
김애희 사무국장은 "홍대새교회 측에서 원칙이니 절차를 갖다 대며 자꾸 법리 싸움을 유도한다.
사건의 본질은 성추행 여부다. 전 목사가 이미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마당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어,
법리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는
"전 목사를 재판에 회부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지금에라도 피해자들과 한국교회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도 시원치 않다.
하지만 일사부재리 등의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또다시 신앙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자행한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평양노회가 바른 치리를 진행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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