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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항공사 최고참 승무원의 두 얼굴… 후배·동료 상대 수십억원 투자 사기

일산백송 2022. 8. 11. 07:50

[단독] 항공사 최고참 승무원의 두 얼굴… 후배·동료 상대 수십억원 투자 사기

경찰 “사기 혐의로 입건 후 조사”… 회사 측도 대기발령 조치
전직 동료들 “위계 이용해 투자 강요… 수억원 날린 피해자도”

입력 2022.08.09 13:50
 
한 저비용항공사(LCC) 최고참 객실 사무장이 전현직 동료들과 지인들을 상대로 수십억대 투자 사기를 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가족을 동원해 재력을 과시하며 지인들에 신뢰를 쌓은 뒤 수익금을 주겠다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다. 회사 측도 이 사건을 인지하고 해당 직원을 대기발령 조치한 상태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40대 남성 구모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구씨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 6월까지 직장동료와 주변 지인에 접근해 환차익 투자, 장외주식 및 자사주 매입,

오피스텔 투자 등을 권유하며 돈을 요구한 후 수익금이나 원금의 상당 금액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구씨 사기 행각에 당한 피해자만 현재까지 5명이 넘고, 피해금액도 20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항공사 승무원이나 기장 등 대부분 전현직 직장동료이고, 구씨의 태국인 부인이 접근한 피해자도 있다.

아직 신고되지 않은 소액 사기를 더하면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 모습. /뉴스1

피해자들에 따르면 구씨는 국적항공사 계열의 저비용항공사에서 최고참 승무원으로 일했다.

항상 명품으로 치장하고 재력을 과시하는 발언을 해서 사내에서 구씨가 부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구씨는 평소 주위에 자신의 아버지가 일본에서 큰 의료기기 회사를 운영하고, 태국인 부인이 상류층 출신의 엄청난 재력가라고 소개했다.

구씨는 재력을 과시하며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고, 신뢰를 얻은 뒤에는 매달 5%가 넘는 수익금을 주겠다며 끊임없이 각종 투자를 권유했다.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하면 한두 번 수익금을 돌려주며 계속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자사주를 싸게 매입해준다거나, 전도유망한 장외주식 종목에 투자하라는 식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부인까지 동원해 일본이나 태국을 통해 환차익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투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명품이나 고급시계 등 구매대행 사기를 친 뒤 물건이나 수익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한 피해자에게는 3억원에 달하는 강서구 주상복합 오피스텔 투자금도 허위로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의 피해금액은 최대 7억5000만원부터 적게는 1억원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구씨가 최고참 승무원이라는 점을 이용해 투자를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한 피해자에게는 ‘투자를 통해 집을 사주겠다’며 급여와 상여금을 모두 자신에게 송금하라고 했고,
돈이 떨어지자 제2금융권 대출을 받게 해 이마저도 자신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피해자 어머니에게도 운영하는 식당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올 수 있게 해준다며 수천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 항공사에서 일한 피해자 A씨는 “구씨는 회사 내 소속감과 선후배의 명분으로 친분을 쌓아 신뢰를 얻은 뒤에 투자를 권유하는 식으로 전현직 동료들에 거액을 갈취했다. 같은 회사 선배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현직에 있으면 이를 알리기 어려우니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면서 “피해자 상당수가 그의 전현직 동료고, 신고된 건 외에도 내부에서도 전자기기 구매대행 등 소액 사기를 당한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구씨의 사기 행각은 지난달 피해자 B씨가 3억원에 달하는 오피스텔투자금 반환을 요청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B씨가 끊임없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자 구씨가 사실 투자금을 모두 탕진했다고 실토한 것이다. 이후 피해 사실을 인지한 다른 피해자들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자 구씨는 “상황이 어려워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B씨는 “구씨의 태국인 아내가 내 아내에게 접근해 2년여간을 부부 동반 모임을 가지며 가족처럼 지냈고, 대형 항공사 승무원이라는 확실한 그의 신분과 평소 태도를 믿고 거액을 건넸다”면서

“구씨 아내가 사건 발생 이후 태국으로 출국해버렸는데 범죄 수익 은닉 목적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해당 항공사 역시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조치에 나섰다.

회사 측은 최근 직원들 간의 금전거래에 주의하라는 공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항공사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직원간 금전거래를 주의하라는 공지를 내렸다.

문제가 된 직원은 8일부로 대기발령 조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항공사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씨가 2016년에도 후배들을 상대로 같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내부신고가 있었지만,

당시 회사 측이 구씨에 강등 처분만 내리고 사기 행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