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나쁜 이야기

"이 사건은 명백히 문 대통령을 겨냥한다"

일산백송 2022. 8. 9. 08:13

"이 사건은 명백히 문 대통령을 겨냥한다"

이은기 기자 입력 2022. 08. 09. 06:35 
윤석열 정부는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쟁점화하고 있다. 사건 당시 청와대에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 '키맨'이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사진)을 인터뷰했다.
ⓒ시사IN 신선영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렸다. 7월25일 대정부질문 첫날 국민의힘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이었다(〈시사IN〉 제776호 “해석이 180° 다른 탈북 어민 북송 사건” 기사 참조  https://www.sisain.co.kr/48098). 여당 의원들은 부처 장관에게 탈북 어민 두 명의 귀순 의사가 있었는지, 북송 결정이 적절했는지 연거푸 물었다. 그 모습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도 지켜봤다. 윤 의원은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이 벌어진 2019년 11월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키맨’으로 남북 정상회담 때마다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다.

대정부질문 첫날인 7월25일 윤건영 의원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마주했다. 윤 의원은 최근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에서 활동하며 전임 정부의 대북 사안을 향한 여권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이유를 물었다. “내가 하는 게 당연하다. 아무 근거 없이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괴롭히는데 알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이대로 가면 정말 엉망이 된다.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잘 알고 있는 윤건영 의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정부질문에서 ‘탈북 어민 북송’ 사건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어떻게 봤나?

답답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까지 국력을 모으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상식을 깨고 일종의 북한 몰이를 하고 있다.

2018년 3월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맨 오른쪽)을 만난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단. ⓒ조선중앙통신

통일부가 탈북 어민 두 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통일부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잃어버렸다. 통일부는 한반도의 평화 정책과 통일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그런데 국내 정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통일부 노조(국가공무원노동조합 통일부지부)에서도 “통일부가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남북관계의 핵심 부서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라고 하지 않았나.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나. 더 ‘웃픈’ 일은 통일부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통일부 노조의 입장문이 외부에 공개되자 누가 공개했는지 제보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거다.

통일부가 3년 만에 탈북 어민 북송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

정부 부처는 그 부처가 갖는 말의 무게가 있다. 통일부는 3년 만에 입장을 180° 바꿨다. 그런데 근거가 하나도 없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게 추방된 탈북 어민 두 명의 합동신문(국정원 주도로 군과 경찰 등이 함께 조사하는 과정) 결과 보고서다. (보고서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다. 7월20일 통일부에 항의 방문했을 때 장관 이하 통일부 내 누구도 합동신문 결과 보고서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 어떤 근거로 입장을 바꿨는지 보고서라도 만들었을 거 아니냐고 물었다. 보고서도 없다고 하더라. 명색이 대한민국의 정부기관이라는 곳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입장을 바꾸는 걸 이해할 수 없다. 통일부 내 이러한 모습 뒤에 (윤석열) 정권이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7월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입장을 바꾸면서 무엇을 고려했느냐”라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헌법과 헌법적인 가치, 인권 이런 부분이다. (합동신문 보고서, 국방부의 SI 첩보 등은) 못 봤다. 자료를 봐야 어떻게 죽였는지, 뭐로 죽였는지 이런 정도이지 근본이 변하는 건 없다. (탈북 어민이) 사람을 죽였더라도 이 부분(북송)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다.”

통일부의 말 바꾸기를 외압 때문이라고만 볼 수 있나?

나눠서 봐야 한다. 통일부 내 공무원 대부분은 통일부가 권력의 수단이 되고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상황의 어쩔 수 없는 희생자다. 일부 정치적인 고위 관료들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서 부화뇌동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문재인 정부는 왜 탈북 어민 두 명의 북송을 결정했나?

당시 정부는 탈북 어민 두 명의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이들이 북한 어민 16명을 살해하고 처음 향한 곳이다. 만약 귀순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배의 방향을 남으로 틀었어야 했다. 이들은 북한 내에서 가장 외진 곳인 자강도로 가려고 했다. 두 번째는 이들이 공해상으로 나와서 우리 군을 처음 만났을 때 일이다. 이틀 동안 우리 해군의 통제를 전혀 따르지 않아 해군이 무력으로 제압해 나포했다. 세 번째는 이들을 체포했을 때다. 귀순할 생각이 있었다면 귀순하겠다고 말하지 않았겠나. 이들이 한 이야기는 ‘죽어도 웃으면서 죽자’라는 거였다. 이런 상황을 보고 어떻게 귀순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나.

탈북 어민 두 명은 정부 합동신문을 받는 동안 자필로 귀순 의향서를 썼다.

물론 귀순 의향서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선 앞서 말했던 과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오히려 국민의힘에 이런 사람들을 대한민국의 세금으로 우리가 보호해야 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권영세 장관은 북쪽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가 없다면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건 국민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16명을 죽인 엽기 살인마들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그들이 대한민국 법정에 섰을 때 무죄를 받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말한다. 특히 자백을 번복하면 무죄가 확실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그들을 받아들여 정착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정책적 판단을 한 거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7월25일 대정부질문에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바꿀 때 합동신문 보고서 등은 못 봤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사법적 판단은 어떻게 했나? 현행 법체계에는 북한 주민을 추방 또는 송환할 수 있는 명시적인 법률이 없는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정책적 판단과 함께 사법적 판단을 같이 했다. 사법적 판단의 근거가 됐던 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과 ‘난민법’이다.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르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보호하지 않을 수 있다. 난민법에는 입국 전 대한민국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인 범죄를 저질렀을 때 난민 인정이 제한된다고 나와 있다.

국정원이 이 사건으로 서훈 전 국정원장과 대북 담당이었던 김준환 전 국정원 3차장 등을 고발했다.

정책적 판단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댄 거다. (법적 공백이 있는 남북 간의 문제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다.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 서로 다른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다. 그걸 ‘당신의 생각은 법적으로 잘못되었어’라고 재단할 수 있나? 정책에 대한 건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존중해야 할 문제다. 여기에 사법적 잣대를 갖다 대면 임의성이 발현된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훈 전 국정원장은 탈북 어민들에 대한 합동신문을 조기 종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으로 다시 송환 또는 추방했을 때 합동신문 기간이 평균 3일에서 5일이 걸렸다. 전례에 비춰보더라도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법(북한이탈주민법)으로는 입국한 이후 최장 120일까지 합동신문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렇게 긴 이유는 탈북민을 대한민국으로 수용하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위장 간첩이 아닌지,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북으로 다시 송환하거나 추방할 때는 평균 3일에서 5일밖에 안 걸린다. 16명을 죽인 엽기 살인마를 추방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합동신문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원은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을 다시 쟁점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명백히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패턴이 동일하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관계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국정원은 전직 원장을 고발하고, 통일부는 자극적인 사진을 찾아내고, 검찰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여당은 거기에 불을 지핀다. 대통령실과 정부와 여당이 혼연일체가 되어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고 괴롭히고 있다. 국민이 물가 인상으로 힘든 생활을 겪고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통령실·정부 부처·여당이 하나가 되어서 북한 몰이를 할 상황인가.

왜 북한 문제인가?

북한 이슈는 우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에 용이한 사안이다. 두 번째는 정보의 독점성이 있다. 정부·여당이 정보를 독점하게 돼 있다. 세 번째로는 NLL 대화록 사건 등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의 기대에 못 미친 거 같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다수가 윤석열 정부의 의도대로 따라가지 않고 있다. 과반이 공감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몰이로 전임 정부를 혼낼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거로 생각하는데, 그건 선거 때나 가능하다. 선거라는 특정 시기에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정보 장난을 칠 때 재미를 봤던 건데,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게 문제다.

7월15~1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이 “안보 문란”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8%(공감 41.2%)였다. 중도층(공감 37.1%, 비공감 57.1%)과 무당층(공감 28.2%, 비공감 61.5%)에서는 비공감 여론이 크게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국가안보 문란 실태조사 TF가 ‘탈북 어민 두 명은 탈북 브로커’ ‘유엔사령부가 탈북 어민 북송을 승인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 내용을 권영세 장관이 반박했다.

오로지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고 괴롭히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논거들을 들이대는 거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집권 여당에서 우리 정부와 군이 발표한 정보를 불신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계속 내뱉는데,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져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어느 누구도 사과의 말이 없다. 잘못했으면 당연히 사과해야 할 문제이고 그에 따른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껏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대단히 조심스러워했다. 우리가 분단국가인 만큼 정치적 고려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큰 틀에서 국익을 우선하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그게 깨지고 있다. 일반 국민이 아는 것 자체가 보안 사고인 SI(Special Intelligence·특별취급정보) 첩보가 동네 아이들 이름처럼 돌아다닌다. 정치적인 유불리와 여야를 떠나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협력해온 것들이 있는데 그걸 다 무너뜨린다.

7월12일 통일부는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북송하던 당시에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이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 보나?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나 좀 더 크게 보면 외교·안보 전반에 대해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의 밑창에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구멍을 내고 있다. 얼마 전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가 대통령 친서가 어떻다며 남북 간의 판문점 회동 사실을 흘렸다(2019년 11월5일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 두 명을 북송하겠다는 전통문을 발송하고 2시간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탈북 어민 북송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정말 하면 안 되는 짓이다. 남북이 보안을 전제로 만났으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켜줘야 한다. 적이지만 만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가 그런 걸 공개해버린다? 상대가 우리를 언제든지 뒤통수칠 수 있고 배신할 사람이라고 여기면 만나기 힘들어진다.

어떻게 구멍을 메우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대로 가면 회복이 안 된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대북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 성찰하고 반성하는 게 첫 번째다. 왜 출범 직후 두 달도 안 돼서 국정 지지율이 30%밖에 안 나오나. 두 번째, 국민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뭔가를 새롭게 도모해볼 만한 힘이 생긴다. 세 번째, 구체적인 것들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 < 시사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