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망해야 절박해지나"..민주당에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
엄지원 입력 2022. 06. 06. 07:05 수정 2022. 06. 06. 08:35연패의 늪에도 반성·성찰 없이
친문·친명 책임론 이전투구만
"뼈 자르고 살 발라내는 쇄신을"
“지금 승리하는 사람은 항상 무적처럼 보일 것이다.”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이다. 2018년 휘청이는 보수를 상대로 ‘20년 집권론’을 내놓을 때 더불어민주당도 패배 없는 수권정당을 장담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줬던 민심은 4년 만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지방정부를 모두 심판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 구성원들은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잇단 패배 때문만은 아니다. 170석 의석을 갖고 있지만 개혁의 에너지도, 방향도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한겨레>는 민주당 안팎의 목소리를 모아 거대 야당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첫회에선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민주당 의원 24명을 심층 인터뷰해 당의 위기 원인을 짚는다. 선수와 계파를 안배했으며, 솔직한 답변을 위해 이름은 밝혀 적지 않는다.
“얼마나 더 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살가죽을 벗길 만큼 절박하게 개혁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정말 그렇게 절박한가.”(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질서 있는 쇄신이 어디 있나. 뼈를 자르고, 살을 발라내는 쇄신이어야 한다.”(민주당 초선 의원)
170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3·9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연패의 늪에 빠진 것도 모자라,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잠복해온 계파 갈등까지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에게 심판받은 이유를 반성하기도 전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지난 2~5일 민주당 의원 24명(초선 11명, 재선 9명, 3선 이상 4명)의 자체 진단을 들어봤다. 친문재인(친문계), 친이재명(친명계) 등 계파도 안배해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선거 참패 이상으로 당내 소통이 불가능한 현 상황이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대선과 지선 패인에 대한 의원들의 진단은 대동소이했다. ‘부동산 정책 등 문재인 정부 5년의 실패 또는 한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의 도덕적 리스크’, 그리고 ‘집권 여당의 무능과 오만’. 세 요소가 얽히고설켜 선거에서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1 원인’을 두고선 계파 간 인식의 간극이 크다는 점을 심층 인터뷰에서 재확인할 수 있었다. 친명계 의원들은 “부동산 문제 등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실패”에 방점을 찍는 반면, 친문계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의 도덕적 리스크와 반성 없는 지방선거 출마”에 패배의 책임을 돌렸다. 일부 의원들은 ‘두 진영의 간극을 좁히기엔 갈등이 너무 격화됐다’고 봤다.
당장 지방선거 직후 침묵해온 친명계 의원들은 친문계의 ‘이재명 책임론’에 맞불을 놓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전국에서 간절하게 선거 운동을 하고 있을 때,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죽이기’를 기획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분열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적었다. 6·1 지방선거 참패 결과가 나온 직후, 당 안에서 “상처뿐인 영광”이라며 ‘이재명 당권 불가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이재명살리자고_민주당죽었다” 등의 해시태그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번진 것 등을 거론한 것이다. 반면 친문 성향의 신동근 의원은 “더 큰 분열로 당을 몰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분열을 운운하는 세태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내홍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양쪽 진영의 세 대결 양상으로 번지며 격화될 전망이다.
의원들은 그럼에도 지금이야말로 집권 5년 동안 ‘당·정·청 단일대오’라는 명분에 눌리거나, 강성 지지층과 당내 강성파의 주장에 밀려 미뤄뒀던 당의 노선과 개혁 방향을 두고 진짜 논쟁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한 초선 의원은 “성역 없이, 어떤 제한도 없이 서로 의견을 나눠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재선 의원은 “말이 많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문제는 ‘의제가 오가는 소통’ 대신, ‘공격과 반격만 남은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지원 umkij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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