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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한동훈의 ‘직업윤리와 양심’, 검증대 통과할 수 있나

일산백송 2022. 4. 30. 22:45

[논썰] 한동훈의 ‘직업윤리와 양심’, 검증대 통과할 수 있나

등록 :2022-04-30 09:24수정 :2022-04-30 17:49

박용현 기자 사진
4일 청문회 앞둔 법무장관 후보자 검증 쟁점
후보자 신분으로 선 넘는 언행, ‘검찰정치’ 우려 키워
휴대전화 비번 버티기, 법 집행관의 윤리와 충돌
어김없는 위장전입·농지·증여 의혹, ‘법 경시’ 지적
 
[논썰] 한동훈의 ‘직업윤리와 양심’, 검증대 통과할 수 있나. 한겨레TV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6일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비판하며 “현장을 책임질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건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직업윤리와 양심’을 거론한 게 눈에 띄는데, 한 후보자는 이제 인사청문회를 통해 직업윤리와 양심에 따라 살아왔는지 철저히 검증받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5월4일로 예정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썰’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벌써부터 ‘소통령’ 행세하나우선 한 후보자 발언의 문제점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앞서 한 후보자는 지난 13일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고통받을 것이기 때문에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틀 뒤인 15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명분 없는 야반도주”라고 비난했습니다. 아직 임명도 되지 않은 행정부 공직 후보자가 국회의 입법권을 폄훼하는 오만한 발언입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JTBC>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찬성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그길로 가더라도 충분한 과정을 거쳐야 된다거나 이렇게 말할 수 있겠으나 ‘반드시 막겠다 저지하겠다’ 이런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한 후보자가 이튿날 ‘직업윤리와 양심’ 운운하며 받아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를 깨는 과정에서도 이준석 대표와 장시간 통화하는 등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벌써부터 ‘소통령’이라는 말이 나오고 “국민의힘은 한동훈 후보자의 거수기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입니다. 현직 검사에서 장관 후보자가 되자마자 보여주는 이런 행보에서 정치검사의 본색을 감지하는 게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논썰] 한동훈의 ‘직업윤리와 양심’, 검증대 통과할 수 있나. 한겨레TV
 
그런데 한 후보자는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추진이 본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이 훼손되고 정권-검찰이 한통속이 되는 ‘검찰공화국’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이번 법안 추진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장본인이 한 후보자였습니다.검찰은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 후보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풀지 못한 채로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근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조처입니다. 그럼에도 한 후보자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기세등등했습니다. 그러더니 며칠 안 가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습니다. 윤 당선자가 최측근을 법무부 장관에 앉혀 검찰을 직할 통치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한 검찰권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검찰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의 명분을 더하게 됐습니다.한 후보자는 윤 당선자와 본인이 자초한 수사-기소권 분리에 대한 거친 언사를 자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인사 검증에 충실히 임해야 할 것입니다. 직업윤리와 양심에 비춰 검증할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검언유착 의혹’ 감찰·수사 과정의 불공정대표적인 게 검언유착 의혹입니다. 한 후보자가 <채널에이(A)> 기자와 공모해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사람을 협박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비위를 캐내려 했다는 의혹인데,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했기에 법정에서 따져볼 기회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뒤 검찰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 자체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대검찰청 감찰부가 한 후보자에 대한 감찰을 시작하자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당선자는 이를 중단시킨 뒤 수사권이 없는 인권부가 대신 조사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습니다. 또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윤 당선자는 최측근이 관련된 수사에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해놓고는 소집 요건도 갖추지 못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했습니다. 이같은 감찰·수사 방해 행위는 윤 당선자에 대한 징계 사유가 됐고, 윤 당선자는 이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공정한 직무수행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윤 당선자가 한 후보자를 감싸기 위해 관련 법령과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직업윤리 위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면 한 후보자는 윤 당선자의 이런 행위로 이득을 본 입장인데, 윤리적으로나 양심적으로 가책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논썰] 한동훈의 ‘직업윤리와 양심’, 검증대 통과할 수 있나. 한겨레TV
 
나아가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윤 당선자는 징계가 정당하다는 1심 판결에 항소했는데요, 이 재판에서 윤 당선자의 상대방은 징계를 내린 쪽, 즉 법무부 장관입니다.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 자신을 감싸주려다 징계를 당한 윤 당선자의 소송 상대방이 되어 ‘징계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과연 한 후보자가 그런 주장을 할까요. 명백한 이해충돌입니다. 이 점에서도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부적절하다고 할 것입니다.
 
미국선 진술 거부하는 법 집행관에게 불이익직업윤리와 관련해 더 중요한 사안이 있습니다. 한 후보자가 수사를 받으면서 압수당한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끝내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즉 자기부죄금지 원칙이 헌법에 보장돼 있습니다. 따라서 한 후보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진술하지 않는 것은 피의자의 권리로서 인정돼야 합니다. 결백하다면 진술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어쨌든 피의자의 권리인 것은 맞습니다. 그럼에도 뭔가 찜찜한 생각은 남습니다. 일반 범죄 혐의자라면 몰라도, 법을 집행하는 검사가 수사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역할에 대한 부정이 아닐까요.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에게 법 집행 권한을 주고 우리의 안전을 믿고 맡겨도 될까요.잠시 미국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미국도 이런 사회적 고민을 겪었습니다. 미국 헌법도 수정헌법 제5조에서 자기부죄금지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법 집행을 하는 공직자가 수사 대상이 됐을 때는 사실상 진술을 강요받았습니다. 진술을 거부할 경우 파면된다는 위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한 경찰관이 파면될 게 두려워 진술을 하게 됐고 이 진술을 바탕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1960년대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연방대법원은 이 경찰관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이처럼 강요된 진술 내용이 형사 처벌의 근거로 사용될 수는 없지만 파면 등 징계의 근거로 사용될 수는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런 화이트 대법관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논썰] 한동훈의 ‘직업윤리와 양심’, 검증대 통과할 수 있나. 한겨레TV
 
“피의자의 헌법상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한편으로, 피의자가 돼 진술을 거부하는 신뢰할 수 없는 법 집행관을 직위에서 배제시키는 것 또한 국민의 정당한 권리다. 이 두가지 권리를 조화시키는 길은 강요된 진술을 형사 처벌에는 사용하지 않되 법 집행관의 자격을 따지는 데는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 판결 이후 법 집행관들은 직무와 관련된 비위 혐의를 조사 받을 때 진술 내용이 기소나 재판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는 대신, 진술을 계속 거부하거나 진술 내용상 비위가 드러날 경우 파면 등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을 연방대법원 판례에 등장하는 경찰관의 이름을 따 ‘개리티 원칙’ 또는 ‘개리티 권리’라고 부릅니다.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법 집행관들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 이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투영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 수사 무력화시킨 주인공을 오히려 장관 발탁한동훈 후보자의 경우로 돌아와보면 어떻습니까. 일선 경찰관도 아니고 고위 검찰 간부 신분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 진술을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습니다.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감춰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킨 사례의 주인공이 법 집행 주무 부처의 장관이라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법 집행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런 행위를 권장하자는 게 아니라면, 부적절한 인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게 과연 검사의 직업윤리와 양심에 맞는 일인지, 이러고도 법 집행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바랄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이 문제와 관련해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논썰] 한동훈의 ‘직업윤리와 양심’, 검증대 통과할 수 있나. 한겨레TV
 
“휴대폰 문제는 인사청문회 때 해결해야 된다.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는 자기부죄금지 원칙에 의해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적어도 공직 후보자가 돼 공직을 맡으려고 하는 순간에는 모든 의혹들을 풀어야 될 책임이 후보자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동훈 후보자는 적어도 의문이 집중돼 있는 휴대폰의 <채널에이(A)> 기자 통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명백하게 국민들한테 제공을 해야 된다. 이것은 한동훈 후보자한테 주어진 정치적인 의무다. 수사 때와는 전혀 다른 국면이니까 진술거부권이나 방어권이라는 논리가 들어갈 부분이 아니다.”
 
외제차 값 아끼려…‘위장전입 새 유형’ 등장한 후보자에게는 위장전입, 농지법 위반, 편법 증여 등 인사 검증의 단골 의혹들도 어김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이 가운데 위장전입 의혹은 그동안의 인사 검증 역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유형입니다. 한 후보자의 배우자인 진아무개씨가 지난 2007년 5월 한 후보자와 함께 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부아파트에서 경기 구리시 인창동 주공아파트로 혼자 주소지를 옮겼다가 한 달 뒤 다시 삼부아파트로 전입했는데요, 당시 외제차를 구매하면서 비용을 아끼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차량 구입 때 의무적으로 따라붙는 지방채 매입 비용이 서울시보다 경기도에서 적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면 “6000만~7000만원대 차량의 경우 50만~100만원 정도 차액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한 후보자의 배우자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 대형 로펌 변호사인데 이 정도 비용을 아끼려고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불법을 저질렀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한 후보자 쪽은 “경위를 불문하고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후보자의 불찰”이라고 사과하면서도 자동차 매수 및 등록 절차를 위임받은 자동차 딜러가 한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불법인 일을 당사자 모르게 자동차 딜러가 감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 후보자 쪽은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꽤 있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남들도 많이 하는 일이니 불법이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는 검사 출신으로서 옹색한 해명입니다. 더구나 당시 이같은 행위를 고발하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였으니 이미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YTN>의 2005년 10월25일치 보도를 보면, 수입차 업자들이 차 값을 싸게 해주겠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위장전입을 권유하는 실태가 고스란히 나와 있습니다.
[논썰] 한동훈의 ‘직업윤리와 양심’, 검증대 통과할 수 있나. 한겨레TV
 
한 후보자가 지난해 자신 명의의 서울 서초구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약 43%, 5억3000만원 올려 받은 것도 눈길을 끕니다.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기존 임차인에 대해선 임대료를 5% 이상 올릴 수 없는데, 한 후보자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계속 거주하던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큰 폭으로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 쪽은 “기존 임차인이 본인 소유 주택으로 이사하겠다고 하여 후보자 쪽이 시세대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던 중 기존 임차인이 마음을 바꿔 시세대로 계약을 다시 체결하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임차인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됐다는 설명인데, 이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이 쉽지 않습니다. 법무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주무 부처라는 점에서도 더욱 주목해야 할 사안입니다.
 
같은 불법이라도 법무장관의 무게 달라
 
이밖에 한 후보자는 2004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상속받은 농지를 13년간 소유하다 2017년 매각해 농지법 위반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상속받은 농지도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했는데, 직접 농사를 지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후보자가 1998년 어머니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아파트를 한 달 뒤 매입하고 다시 한 달 뒤 근저당권이 해제된 것도 편법 증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습니다.법을 어기거나 교묘히 피해가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우리 사회 일부 기득권층의 행태를 한 후보자도 그대로 답습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자체로 고위 공직자로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한 후보자는 나라의 법무를 총괄하는 장관 후보자이기에 하나하나의 법 위반에 실리는 무게가 다릅니다. 법치를 수호해야 할 책임자가 내로남불로 법치를 껍데기로 만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지금까지 한동훈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표를 찍게 만드는 여러가지 지점들을 짚어봤습니다. 한 후보자는 자신의 ‘직업윤리와 양심’에 비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법의 이름으로 가차없이 검찰권을 휘두르는 대표적 검사였던 한 후보자가 자신에게는 어떤 법의 칼날과 잣대를 대는지 4일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연출·편집 조소영 피디도움 채반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