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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금, 납득이 가시나요

일산백송 2014. 10. 8. 11:19

자동차 세금, 납득이 가시나요
주간경향 | 입력 2014.10.08 09:57

ㆍ2000만원대 차 보유세가 4억원 아파트보다 많아… 보험평가 20만원짜리 차 세금은 23만원

직장인 김성웅씨(52·서울 노원구 하계동)는 생애 첫 새차를 장만하려던 계획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취득세와 자동차세가 적잖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김씨가 처음 마음에 뒀던 차는 르노 삼성 자동차의 QM5(1998cc)였다. 

찻값은 사양에 따라 2250만~3310만원 정도였다. 

김씨는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사양이 가장 낮은 것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세금이었다. 취득세가 찻값의 7%로 157만5000원이었다. 

여기에 도시철도채권 매입 비용이 39만원이었다. 

찻값 외 세금과 세금 성격의 부대비용만 200만원 정도 됐다. 새차 값의 10%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 때 취득세가 1%인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 취득세율은 터무니없이 높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들이 톨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김씨는 새차를 살 때 취득세를 내야 하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이 세금 문제에 부딪쳐보니 결코 만만찮은 금액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취득세도 취득세였지만 김씨가 새차 사는 걸 뒤로 미룬 결정적인 이유는 자동차 보유 기간 내야 하는 자동차세였다.

김씨가 QM5(1998cc)를 살 경우 구입 후 해마다 내야 하는 자동차세는 51만9480원이다. 

취득 후 3년이 되는 해부터 해마다 5%씩 할인돼 12년을 타면 자동차세는 할인 하한선(신차 세금의 50%)인 

26만원 선으로 줄어든다. 이후 차를 더 오래 몰아도 자동차세는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

차 취득세는 7%, 6억 미만 주택은 1%

김씨는 자동차세를 자신이 살고 있는 학여울 청구아파트(85㎡)의 재산세와 비교해 봤다. 

그는 이 아파트를 팔기 위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3억9000만원에 매물로 내놨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2억5800만원으로 올 한 해 낸 재산세는 48만원이었다. 

시가 2250만원 하는 자동차의 보유세(52만원)가 시가 4억원에 가까운 아파트의 재산세보다 많았다. 

김씨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는 "'이거 불합리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세금에 관련한 불만이 들끓은 건 김씨만이 아니었다. 

정부가 지난 9월 15일 택시·버스와 같은 영업용 자동차의 자동차세를 3년에 걸쳐 100%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인상 대상에 자가용 승용차는 제외돼 있다. 

그러나 기사 댓글이나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카페 등에는 

'(승용)자동차세가 지금도 많은데 또 올리느냐', 

'지금 50만원 정도 내고 있는데 자동차세가 100만원이 되는 것이냐'는 등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이는 납세자들이 정부의 자동차세 인상 세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불만과 우려의 밑바닥에는 승용 자동차세가 현재 수준에도 부담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2001년 2월 납세자연맹이 주도해 시작한 자동차세 불복운동을 언급했다. 당시 납세자연맹은 차량의 연식과 상관없이 배기량에 따라 일률적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자동차세제가 조세평등주의 원칙에 어긋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자동차세 불복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불복운동에 참가했던 납세자는 전국에서 100만명을 넘었다.

김 회장은 "이후 정부가 지방세법을 개정해 같은 해 7월부터 자동차세가 새차 구입 3년이 되는 해부터 5%씩 줄어드는 것으로 바뀌었다"면서 "지금은 그와 같은 불복운동 기미는 물론 안 보이지만 납세자들이 대표적인 서민 세금의 하나인 취득세와 자동차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가 옛날에는 사치품에 해당됐지만 지금은 생활필수품이 됐는데 자동차세 부과는 여전히 옛날 잣대라는 게 문제"라면서 "선진국처럼 연료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승용 자동차세는 1000cc 이하는 cc당 80원, 1600cc 이하는 140원, 1600cc 초과는 200원이 부과된다. 여기에 30%의 지방교육세가 합쳐진 금액이 납세자들이 내는 자동차세가 된다.

차량 평가 금액보다 자동차세가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지방세수에서 자동차세 비중이 12.5%

임모씨(서울 송파구)는 1996년식 아반떼 투어링 1800cc를 타고 다닌다. 

올해 낸 자동차세는 23만4000원. 보험사가 평가한 이 차의 차량 금액은 20만원이었다.

폐차를 하지 않고 계속 타고 다닐 경우 이 차의 자동차세는 23만4000원에서 더 줄지 않지만 

보험사가 매기는 차량 가격은 이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씨는 "낡은 차를 폐차하고 새차를 사자니 찻값뿐 아니라 취득세와 자동차세가 부담이 돼 섣불리 구입할 엄두가 안 난다"면서 "자동차세 경감률을 최대 50% 하한선으로 하지 말고 오래 탈수록 세금도 비례해서 줄어드는 방안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한국의 자동차 취득세와 보유단계에 내는 자동차세가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

이라면서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 취득세를 낮춰줬듯이 자동차 취득세도 서민세금 성격에 

맞게 일정 부분 낮춰 달라는 게 납세자들과 자동차업계의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자동차 취득세는 3%다.

그러나 정부는 쉽사리 자동차 관련 세금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세수에서 자동차 관련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지방세수는 총 53조7789억원이었다. 

2012년 지방세수 53조9381억원에 비해 1592억원이 줄어든 액수다.

세목별로는 

주택·농지·자동차 등을 취득할 때 부과하는 취득세가 24.8%로 가장 많고 

지방소득세(19.2%)·재산세(15.4%)·자동차세(12.5%)·지방교육세(9.3%)·지방소비세(5.8%) 등의 순이었다.

과세표준이 큰 재산세와 그렇지 않은 자동차세의 비중이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자동차세가 재산세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자동차세와 취득세가 지방세수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기 때문에 

이를 낮출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지자체 살림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관련 세금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세와 재산세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논리적인 결함이 있고, 

사회적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태현 남서울대 교수는 

"자동차세의 체감 정도가 재산세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세와 재산세는 성격이 서로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자동차를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부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원기 참여연대 간사도 

"자동차 운행이 초래하는 도로 파손·환경 오염 등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자동차세를 현 수준에서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일부 납세자들의 주장에 무조건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병태 선임기자 cbta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