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특급호텔 "샴푸 꼭 챙겨가세요"
헤럴드경제 | 입력 2014.09.19 08:59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지난 여름 동남아 리조트로 휴가를 다녀온 30대 주부 A씨는 마지막날 호텔에서 짐을 싸다가
욕실 내 샴푸, 컨디셔너, 로션 등 이른바 아메너티(Amenity)를 담을까 말까 고민했다.
향도 좋고 용기도 예쁜데 누가 볼까 부끄럽고 왠지 '없어' 보여서 결국 포기했다.
그러나 일류 호텔의 어메너티 제작 목표가 "고객이 집에 가져가고 싶게 만드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주부 A씨는 어땠을까.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특급 호텔의 어메너티 제작 목표가 '부디 가져가세요'"라며
이를 위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보도했다.
어메너티란 손님에 편의와 격조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객실 등 호텔에 무료로 준비해 놓은
각종 소모품 및 서비스용품을 말한다.
메리어트 호텔의 디자인ㆍ상품 개발부문 대표 스콧 미첼은
"어메너티를 챙겼다는 것은 손님이 호텔에 머문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는 시금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첼은 전세계 메리어트 호텔에 어울리는 어메너티를 찾기 위해
52개 브랜드의 삼푸와 컨디셔너, 바디젤, 로션, 비누를 꼼꼼히 체크했다.
지역별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야 했기 때문에 선별작업은 더욱 까다로웠다.
미국과 아시아 고객들은 '멋있고 세련된 제품'을 선호한 반면,
유럽과 아프리카 고객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족경영 회사 제품"을 요구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브랜드는 미국ㆍ아시아의 경우 태국 방콕의 자연 스킨케어 브랜드 '탄(THANN)'이었고,
유럽과 아프리카는 1869년 전통의 이탈리아 스파용품 브랜드 '아카카파(ACCA KAPPA)'였다.
브랜드를 선정한 후에는 패키지에 공을 들였다.
용기의 구멍은 내용물을 꺼내기 쉬워야하고 연배 있는 손님이 읽기 쉽도록 활자 크기도 키웠다.
또 뚜껑을 돌려서 여는 타입보다 손으로 열수 있는 플립 형태로 바꿨다.
미첼은 "플립 형태는 캡 1개당 1센트 정도가 비싸다"며
"연간 1억병을 주문할 경우 누적 비용은 '산'처럼 쌓인다"고 말했다.
메리어트는 '탄' 제품 구입에 연간 2000만달러(208억원), '아카카파'에는 670억달러(69억원)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카파 구입액이 3분의 1가량 적은 이유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호텔 수가 적기 때문이다.
한편 호텔 어메너티는 여행 스타일 변화도 보여준다.
쉐라톤, 웨스틴, W 등을 거느린 호텔그룹 스타우드의 호이트 하퍼는
"항공사의 액체 반입 금지에 따라 호텔 화장품류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퍼는 "10년 전 샴푸 등 어메너티 사용 고객은 전체의 35%에 불과했지만,
현재 쉐라톤 투숙객 중 75%가 객실에 준비된 어메너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객실마다 비치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제품은 일부러 빼기도 한다.
치약과 칫솔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메리어트와 쉐라톤 호텔은 프론트에 말하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하퍼는 "부디 샴푸는 짐에 챙겨달라"며 다만 "수건과 목욕가운은 남겨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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