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선지 5시간뒤 휴대전화 끊겨… 등산로 벗어난 곳서 시신으로
지민구 기자 , 김태언 기자 , 박종민 기자 입력 2020-07-10 03:00수정 2020-07-10 03:34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朴시장, 모자-마스크에 배낭 멘 채
9일 오전 10시44분경 공관 나서… 고개 숙인채 빠른 걸음으로 이동
딸, 17시17분경 112에 신고 전화… 나무 빽빽한 곳서 수색견이 발견
경찰, 드론 6기-수색견 9마리에 770여명 동원 와룡공원 등 수색
경찰, 수색견 동원 심야 수색 박원순 서울시장의 딸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9일 밤 박 시장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기록이 남아 있는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일대를 수색견들과 함께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기동대 770여 명과 드론 등을 동원해 박 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수색을 벌여 10일 0시 1분경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64)이 경찰의 밤샘 수색 작업 끝에 10일 0시 1분경 서울 성북구 삼청각 인근 야산에서
수색견에 의해 결국 숨진 채로 발견됐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인적이 드물고, 나무가 빽빽한 곳이었다.
시신 인근에는 휴대전화 등 유류품이 있었다.
처음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박 시장의 딸 박 씨가 울면서 전화한 시간은 9일 오후 5시 17분경이었다.
박 씨는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하고 나갔다. 지금 전화기가 꺼져 있다. (아버지를) 찾아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내용은 관할서인 서울 종로경찰서에 곧장 접수됐다.
서울 종로경찰서와 성북경찰서는 위치추적을 통해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서울 성북구 주한 핀란드대사관저 근처에서 오후 3시 49분경 끊긴 것으로 파악했다.
○ 수색 7시간 만에 삼청각 인근에서 발견
경찰은 오후 9시 반경 1차 수색에 이어 2차 밤샘 수색을 진행한 끝에 박 시장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주변에서 별다른 흔적은 찾지 못했으며, 박 시장이 공관을 나설 때와 같은 차림새였다”며
“정확한 사망 시점이나 원인 등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은 오후 5시 30분경부터 2개 중대 경찰 2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수색을 시작했다.
이후 해가 저물자 인원을 770여 명으로 늘렸다. 드론 6기와 수색견 9마리, 서치라이트 등도 동원했다.
경찰은 종로구 와룡공원을 올라가는 길목부터 경찰을 길게 배치해 그물망 형식으로 수색을 진행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사건 접수 직후 이용표 청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하고, 수색 상황을 지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역시 “밤을 새워서라도 수색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박 시장이 와룡공원을 거쳐 주한 핀란드대사관저 방향으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등산로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공관 인근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오전 10시 44분경 공관에서 혼자 밖으로 나왔다.
공관에는 박 시장과 부인 강난희 여사만 거주하고, 아들과 딸은 살지 않고 있다.
딸 박 씨는 경찰에 “(연락이 안 된 지) 4, 5시간 정도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CCTV에는 박 시장이 이후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후문 담벼락을 따라 북촌로 큰길로 나가는 장면도 잡혔다.
박 시장은 청색 모자를 푹 눌러 쓰고 하얀색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었다.
흰 셔츠 위에 검은색 점퍼를 걸친 박 시장은 서울시 브랜드 ‘아이 서울 유(I SEOUL U)’가 적힌 배낭을 메고 있었다.
박 시장은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북촌로 큰길에서 빠져나간 박 시장은 와룡공원 입구 근처 CCTV에서 오전 10시 53분경 포착됐다.
○ 오후 3시 49분, 박 시장 휴대전화 꺼져
경찰의 수색 과정에서 와룡공원 입구를 지난 박 시장의 행적은 오후 3시 49분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시점까지
5시간 정도 확인되지 않았다.
박 시장 측근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집값 안정 등 부동산 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마련 등에 따른
격무로 주변에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생전에 소셜미디어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8일 오전 11시 작성한
‘서울판 그린 뉴딜’ 발표 관련 내용이다.
박 시장은 평소 서울시 정책이나 사회 현안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사적인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페이스북을 제외한 모든 박 시장의 소셜미디어는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지민구 warum@donga.com·김태언·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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