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도 없이.. 특전사 잡은 '포로체험 훈련'
천주머니 쓰고 1시간 버티기, 안전통제 못해… 질식사 추정
세계일보 | 입력 2014.09.03 19:01 | 수정 2014.09.03 20:35
군의 허술한 훈련 진행 탓에 특수부대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일 오후 11시쯤 충북 증평군에 있는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포로체험 훈련을 하다 이모(23) 하사와 조모(21) 하사가 숨졌다.
이들은 청주의 한 병원 영안실에 우선 안치됐다가 유족들의 동의로 국군 대전병원에 이송됐다.
부상한 전모(23) 하사도 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국군 대전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측은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특전사 측은 부대 내 CC(폐쇄회로)TV 화면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회복 중인 전 하사를 상대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부대 내 모의훈련장에서 진행된 훈련에는 포로체험 인원 10명(장교 1, 부사관 9)과
교관 4명(상사 3, 중사 1), 대항군과 응급처치 등을 지원하는 인원 10명, 총 24명이 참여했다.
훈련은 포로로 붙잡힌 상황을 가정해 무릎을 꿇고 팔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에 천 주머니를 쓰고
1시간 이상 버티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당시 물리적 가격이나 압박, 고문은 없었다고 부대 측은 밝혔다.
미국 외에 영국, 호주 등의 특수전 부대에서도 실시하는 이 훈련은
적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경우에 대비해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한 일환의 훈련이다.
정식명칭은 '포로시 행동요령 훈련'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 특전사에서 하는 훈련을 바탕으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체계화·프로그램화했다"며
"올 4월부터 연구 준비하고 한 달 정도 유관기관과 정리하면서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외국의 부대에서도 이 훈련 도중 종종 사망자가 발생할 만큼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전사는 포로체험 훈련을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예행연습 성격으로
지난 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이번 훈련을 진행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이 훈련은 강도가 매우 높아 미국에서도 가장 위험한 훈련 중 하나로 간주된다"며
"하지만 포로가 됐을 시 아군의 기밀을 적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
행동요령을 숙달하는 이런 훈련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양 위원은 "다만 외국에서는 노하우가 쌓여 있어 훈련 목적에 맞게 '수위 조절'을 할 수 있지만
특전사의 경우에는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었다"며
"머리에 천 주머니를 씌우는 것은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통풍도 잘 안 되는 폴리에스테르 재질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특전사는 머리에 주머니를 씌우고 끈으로 밀폐하는 정도나 손발을 결박한 채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얼마의 시간 동안 훈련을 진행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시행규정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훈련간 4명의 교관은 상황실에 위치하고 10명의 대항군 중에서 2명만이 훈련 감시를 해,
훈련 진행 과정에서 제대로 훈련 통제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양 위원은 "훈련 준비도 문제지만 훈련 진행에 있어서 교관과 진행요원들이 통제를 못한 부분도
문제였던 것 같다"며 "고위험성의 훈련이라 강력한 안전 통제가 수반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이번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육군은 사고원인이 규명되고 안전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특전사의 포로체험 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김선영 기자, 청주=김을지 기자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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