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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무기계약직을 아시나요..휴가·화장실도 못 가는 사정은요
대전CBS 김정남 기자 입력 2019.07.02. 06:21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나서는 사연은
지난달 18일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전담사,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전담사, 급식실 조리원 등의 총파업 선언을 보도한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시험도 안 보고 교사 대우를 해달라고 한다', '무기계약직이 됐으면서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파업에 나서는 이들은 이번 파업이 학교 현장에서 수년간 누적된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역할은 엄연한 학교의 일부분이자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 대우는 땜질식으로 이뤄져왔다. 교사 대우, 공무원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 정도의 근무환경과 처우는 주어져야 된다는 것이 이번 파업에 나서는 이들의 호소다. 이들의 말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전담사의 책상. 돌봄교실에서 방과 후 돌봄 전담사들은 교사가 됐다, 조리원이 됐다, '엄마'가 됐다 한다. (사진=김정남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일반 교실과 다른 점이라면 옹기종기 모인 책걸상과 작은 주방, 놀이공간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방과 후 돌봄 전담사 김선영(가명)씨는 교사가 됐다, 조리원이 됐다, '엄마'가 됐다 한다.
학습지도부터 아이들을 위한 간식 준비, 24명의 방과 후 프로그램 참여와 각각의 하교시간까지 챙기다 보면 일과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돌봄'이라는 단어 안에는 참 많은 역할이 담겨 있다.
방과 후 돌봄 전담사는 무기계약직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흔히 알려진 '정규직'과는 차이가 있다.
하루 5시간이 넘으면 실제 일을 하더라도 근무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제' 직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급여수준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미리 출근해 학습지도 준비도 하고 행정업무도 하고 아이들이 떠난 뒤 교실 청소도 하고 부모가 늦게 아이를 찾아가면 덩달아 야근도 하게 되지만 계약된 시간 외의 노동은 '무료노동'이 된다.
김씨는 "근무시간이 현실과 맞지 않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게 되고 일을 집에 가져가서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사정'에 따라 6시간, 8시간 근무를 인정받는 직원이 일부 있지만, 방과 후 과정이 확대되고 필요성도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대다수 전담사들의 근무여건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업무 시간을 인정하고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해왔지만 교육청의 응답은 5시간 시간제 직원만 대거 채용하는 것이었다.
"교육청이 교실에 200만원짜리, 500만원짜리 교구를 들이는 데는 매년 돈을 쓰는데 전담사들의 처우 개선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 우린 교구만도 못한 걸까 때때로 씁쓸함이 느껴진다"고 A씨는 말했다.
그런가하면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전담사들은 '방과 후'에만 일을 하진 않는다.
유치원 교사가 출근하지 않는 방학기간에도 방과 후 전담사는 오전부터 출근해, 방학 때도 유치원에 나오는 아이들의 하루를 책임지고 있다.
대체인력 없이 전담사 한 명이 많게는 60명의 아이들을 돌볼 때도 있다 보니 안전 문제는 물론이고, 잠깐 자리를 비우고 화장실에 갈 엄두조차 못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전담사로 근무한 김영애씨는 "한 명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화장실에라도 한 번 가려고 하면 아이들은 그냥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생리현상을 참다 방학이 끝나면 병원 신세를 지는 전담사들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표준화된 업무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학기 중에도 오전부터 각종 교육활동 보조 업무가 주어져 정작 방과 후 과정과 관련된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할 때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교육과정(담임에 의한 정규 수업시간) 외의 모든 시간이나 부족한 인력, 업무를 방과 후 과정에 떠넘기는 식으로 운영이 되다 보니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호할 때도 있다"며 "교육과정에는 있지만 방과 후 과정에는 없는, 운영 기준과 안전대책,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의 체계를 갖춰 달라는 것인데 이렇게 말했을 때 "교사가 되고 싶으면 시험을 보라"는 날선 대답이 김씨는 서럽다.
"저희는 교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저희 업무에 대한 정당한 처우를 받고 싶은 거예요. 교사는 교육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전담사는 방과 후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구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요."
18년 동안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한 민경임씨는 조리원들의 근무환경이 어떤 '영양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때가 많다고 했다.
대전의 한 학교 조리원들은 기온이 30도를 넘나든 최근까지도 두꺼운 한겨울용 가운을 입고 일을 해야 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하절기용 조리복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
노조에서 항의를 하자 며칠 전에야 조리복을 사줬다고 한다.
민씨는 "조리와 배식 업무 외 교내 전체 정수기 청소, 2층 유리창 닦기, 영양사실 청소에 영양사실로 직접 식사를 가져오라는 영양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씨는 15일간의 연차가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하루도 쓰지 못했다고 했다. 학교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해주지 않기 때문.
"돈 없으니 병가도 쓰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며 "관련된 비용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업비에 포함되다보니 늘 돈이 없다는 말부터 듣는다"고 민씨는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갑자기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는 전직 조리원 등 조리원들끼리 알음알음 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18년을 근무한 민씨의 급여는 근속수당을 더해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했다.
민씨는 학교에서 빠질 수 없는 업무 중 하나인 조리 업무가 왜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유치원 방과 후 전담사 김씨 역시 "아무리 비정규직이라지만 20년을 일해도 신규교사보다 급여가 낮은 건 교육청이 방과 후 과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시각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속한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는 오는 3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9급 공무원의 80% 수준의 임금을 포함해 지역별, 학교별로 다르지 않은 근무형태를 갖게 해달라는 요구가 이번 총파업에 담겼다.
세종참교육학부모회 등 일부 학부모단체는 "학교가 교육의 장으로서 노동차별이 없는 모두가 평등한 노동공간이 돼야 아이들이 그 안에서 노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연대하고 응원할 것"이라며 파업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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