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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가 은혜 잊은 아이스하키 선수들

일산백송 2014. 8. 7. 11:02
[취재파일] 국가 은혜 잊은 아이스하키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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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가 은혜 잊은 아이스하키 선수들

출처SBS | 권종오 기자 | 입력 2014.08.07 09:30

 

윤모 일병 사망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 또 터지고 말았습니다. 전직 유명 피겨선수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김모 병장을 포함한 국군체육부대 소속 아이스하키 선수 3명이 지난 6 27일 개인차량으로 합숙소를 무단이탈한 뒤 태국전통마사지를 받고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입니다. 사고 병사들은 이런 사실을 소속 부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하다가 익명의 제보를 받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로 관련 사실이 드러나게 됐습니다. 국군체육부대는 마사지업소 출입과 교통사고 미보고 등 부대 예규 위반을 이유로 김 병장과 이모 병장, 이모 상병의 선수 자격을 박탈하고 일반병으로 복무토록 했습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소속된 국군체육부대는 일명 '상무부대'라고 불립니다. 1981 9 
서울올림픽 유치 성공 이후 부대 창설의 필요성이 제기돼 2년 정도의 검토 끝에 출범됐습니다. 이후 국내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이 군복무에 대해 갖는 걱정이 사라지면서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무부대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인과의 형평성, 즉 스포츠선수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며 폐지와 축소 주장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됐습니다. 그럴 때마다 체육계가 올림픽-아시안게임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해 위기를 모면해왔습니다. 상무부대 상징인 '불사조'처럼 죽지 않고 시련을 버텨낸 것입니다

아이스하키는 원래 국군체육부대에 없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해 새로 편입해야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일반인처럼 똑같이 군복무를 하게 돼 선수 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그만두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한국 스포츠에서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던 아이스하키는 2011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신분'이 달라졌습니다. 아이스하키가 동계올림픽의 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실력으로는 자력 출전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외국인인 캐나다 선수 3명의 한국 국적 취득을 대한체육회와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승인해줬습니다. 정부의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12 11월 아이스하키 선수 10명을 상무부대에 새로 편입시킨 것입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에이스'로 불리는 김모 병장도 이때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아 상무에 들어왔습니다.

상무부대는 군복무 특혜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정원은 물론 종목별로도 정원을 엄격히 관리합니다. 아무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도 정원을 늘리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이때문에 아이스하키를 바라보는 이른바 '효자종목'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전통적 메달밭으로 꼽히는 어떤 종목의 지도자는 이렇게 저에게 말합니다.

"
우리 종목의 경우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정말 아까운 선수들이 일반인처럼 군복무를 합니다. 정원을 늘려달라고 해도 상무부대측이 총정원을 변경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하키는 올림픽 메달은커녕 출전 자체도 어려운데도 많은 인원이 배정돼 있습니다. 아이스하키 정원을 2-3명 줄이고 그 인원을 우리에게 주면 얼마다 국익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김모 병장을 비롯한 아이스하키 3명의 일탈을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는 국민 세금의 지원으로 운동을 하고, 국군체육부대도 역시 국가 예산을 받습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아래 선배들이 누리지 못했던 상무부대 입소라는 혜택도 받았습니다. 국가의 은혜를 이렇게 쉽게 망각하고 태극마크의 의미를 이렇게 가볍게 생각한다면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는 없습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일벌백계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권종오 기자kj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