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복궁 '영추문' 43년 만에 개방 시민단체 "복원 실수 바로잡아야"
전현진 기자 입력 2018.12.05. 22:25
[경향신문] ㆍ시민단체 “고종 때 배치도와 달리 북쪽으로 45m 올라가”
ㆍ문화재청 “알고 있어…발굴 조사 후 장기 과제로 추진”
“1975년 재건 때 경복궁 좌우 균형 깨져” 6일 개방되는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의 전경(위 사진).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경복궁의 평면배치도인 북궐도형(아래 사진 왼쪽)에 따르면 1975년 재건한 영추문이 원래 자리에서 45m 떨어진 곳에 복원돼 궁궐의 좌우 균형이 깨졌다며 재복원을 주장한다. 김영민 기자
경복궁 서쪽 출입문인 영추문의 현 위치는 19세기 중반 경복궁 중건 때 들어선 위치가 아니다.
1926년 붕괴 뒤 1975년 재건하면서 제자리에서 북쪽으로 45m 올라갔다.
동쪽 출입문인 건춘문과 좌우 직선으로 대칭 연결되던 경복궁 좌우 균형이 무너졌다.
1990년대 경복궁 복원 사업이 시작되면서 여러 문화재 인사와 언론이 제자리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6일 지금 자리의 영추문을 전면 개방한다.
한 시민단체가 개방을 하루 앞두고 제자리 복원 주장을 담은 진정서를 국회에 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5일 국회에 “현재의 영추문은 좌우의 균형을 상실한 채 조성되어
애초의 경복궁 모습과는 달리 좌우의 균형이 깨졌다”며 “잘못 복원된 경복궁의 영추문을 철거하고,
좌우의 대칭을 바로잡아 제자리에 복원해 경복궁의 좌우 균형을 완성해달라”고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고종 때 만들어진 경복궁의 평면배치도 ‘북궐도형’에 따르면
영추문은 근정전을 중앙에 두고 동쪽의 건춘문과 좌우 직선형태로 균형을 이루는데,
1975년 북쪽으로 밀려난 위치에 재건되면서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됐다고 했다.
영추문은 조선시대 문무백관이나 중인들이 궁궐에 출입하기 위해 드나들던 문이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고종 때인 1862년 중건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26년 전차 노선이 주변에 생긴 뒤 경복궁 석벽 일부가 무너져내리며 함께 철거됐다. 1975년 현재 위치에 다시 지어졌다.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건물이 원래 영추문 자리에 있어 본래 위치에 재건하지 못했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경복궁의 좌우 대칭 구조는 기하학적인 완결성에 입각한 배치”라며
“경복궁의 권위를 입증하는 ‘구조적 계산’이었다는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북궐도형 등을 통해 보면 영추문의 원래 자리는 현재 위치에서 남쪽으로 45m가량
내려간 곳”이라며 “더 정확한 위치는 발굴 작업 등을 통해 고고학적 증거자료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2028년부터 2040년까지 경복궁 내부의 담장 울타리 측부터 발굴 조사를 시행하기로
내부 계획을 세운 상태다. 다만 문화재청은 예산 문제로 당장 복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영추문 개방을 약 5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잘못된 위치에 복원된 걸 알면서도 개방을 결정한 건 경복궁의 동서남북 출입문이 모두 열리는 상징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경복궁은 현재 남쪽의 광화문과 민속박물관 부근 동쪽 출입문, 청와대 쪽 신무문으로 드나들 수 있다.
개방의 또 다른 이유는 지역 활성화 요구다.
지역 사회와 정치권 일각에선 경복궁의 동쪽은 북촌과 삼청동으로 연결돼 문화 관광 자원이 활성화된 반면 서쪽인 서촌은 영추문으로 오갈 수 없어 비교적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했다.
혜문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기, 1968년 잘못된 위치에 복원된 광화문을 철거하고
원래 위치에 복원해 경복궁의 남북 축선을 바로잡았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잘못 복원된 영추문을 철거하고, 좌우의 대칭을 바로잡아
경복궁의 좌우 균형을 완성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경복궁 건축물의 정확한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다른 건축물도 지금 위치가 맞는지 제대로 확신하기 힘들다”며
“원위치 흔적을 파악하려면 인근 도로를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복원해 원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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