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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조명창고 대기' 발언 MBC서도 갑론을박…그가 앉았던 자리는?

일산백송 2018. 3. 13. 06:19

중앙일보
배현진 '조명창고 대기' 발언 MBC서도 갑론을박…그가 앉았던 자리는?
기사입력 2018-03-13 02:48

MBC PD "피해자 코스프레"
전 시사제작국 부국장 "창고에 '사무실' 종이만 붙이면 되나"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입당 소감을 밝히고 있다.(왼쪽) [뉴스1 등]

배현진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9일 "조명창고에서 대기해야 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MBC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에게 태극기 뱃지를 달아주고 있다. [뉴스1]

배 전 앵커는 이날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이같이 밝힌 뒤 "약 석 달 전 정식 통보도 받지 못한 채 8년 가까이 진행해 온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MBC 측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조명기구들이 복도에 놓여있지만, 배 전 앵커가 근무했던 곳은 보도본부의 사무공간이다"라며 배 전 앵커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MBC 관계자들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박건식 PD가 올린 글. [사진 박건식 PD 페이스북]

박건식 MBC 시사교양국 PD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것이 진짜 조명창고"라고 주장했다.


박건식 PD가 페이스북에 올린 MBC 조명창고 사진. [사진 박건식 PD 페이스북]

박 PD는 이날 올린 글에서 "배 전 앵커는 진짜 열악한 조명창고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가"라며 "MBC에서 근무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조명창고를 가본 적이 없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박 PD에 따르면 배 전 앵커는 MBC 상암 미디어센터 6층에 있는 조명 UPS실에서 근무했다. UPS실은 스튜디오 전원이 나갔을 때 비상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런데 UPS실이 있던 6층은 MBC플러스가 일산 MBC로 이전하면서 원래 목적이 아닌 빈 곳으로 남게 됐다고 한다. 박 PD는 "'조명 UPS'라는 간판만 흔적으로 남았다"고 했다.


박건식 PD가 페이스북에 올린 MBC 조명창고 사진. [사진 박건식 PD 페이스북]


박 PD는 "6층 복도에 조명 장비 박스가 많이 쌓여있으나 UPS실은 전혀 상관없다. UPS 시설장비는 MBC 미디어센터에도 들어온 적 없다"며 "6층에 있던 박스들은 빈 곳으로 인식되던 이곳에 임시로 옮겨놓은 것이다. 배 전 앵커가 있던 곳이 최적의 근무 공간은 아니지만 MBC는 필요에 따라 재배치를 통해 사무공간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배 전 앵커가 있었던 곳은 실제 조명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인 곳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공개한 배현진 전 MBC 앵커의 자리. [사진 박상후 전 부국장 페이스북]

반면 박 PD와 달리 배 전 앵커의 주장에 힘을 싣는 의견도 있었다.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창고에다가 사무실이라고 종이로 써 붙이면 사무실이 되는 모양"이라며 MBC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올린 글. [사진 박상후 전 부국장 페이스북]


그는 "배 전 앵커와 지난 1월 25일 같은 곳으로 발령받았다"며 

"6층에 있는 보도본부 사무실은 사람이 상주하는 사무공간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올린 글. [사진 박상후 전 부국장 페이스북]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올린 사진. [사진 박상후 전 부국장 페이스북]


박 전 부국장은 11일 페이스북에 또다시 글을 올리고 

"조명 사람의 거주공간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며 

"중앙난방이 안 돼 에어컨을 히터 용도로 사용했는데 처음에 온풍이 안 나와 추위에 떨었으며 

다른 층과는 달리 화장실이 아예 없다. UPS나 조명기구들은 생리현상이 없기 때문이리라"라고 적었다. 

배 전 앵커가 있던 곳은 애초에 사람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배 전 앵커를 반박하는 측은 배 전 앵커가 근무했다는 6층 UPS실이 "실제로 조명창고로 쓰인 곳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배 전 앵커에 동조하는 측은 "사무실이라곤 하나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배 전 앵커는 한국당에 입당하면서 "MBC 안에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는 사라졌다.

MBC를 포함한 공영방송이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역할을 해야겠단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6월 국회의원 재·보선 때 배 전 앵커의 서울 송파을 전략공천설이 나온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