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문자’ 속 MBC 출신 이인용의 민낯
전직 삼성전자 사장, 경제지 사설 빼고 지상파 보도 체크 주력…
“사장님, OO경제 사설은 일단 빼기로 했습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8년 03월 06일 화요일
삼성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충기 문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사IN이 지난해 보도했던 장충기 문자 특종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한국사회 유력 인사들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지난 4일 장충기 문자를 추가 공개하며 권력과 유착한 언론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장충기 문자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는 이인용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다. 지난해 11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삼성사회봉사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82년 MBC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뉴스데스크 앵커 등을 지냈다. 삼성은 2005년 그를 삼성전자 홍보담당 전무로 영입했다.
▲ 이인용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지난 2014년 5월2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2차교섭 마치고 교섭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 전 사장은 당시 MBC 직원들에게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는 회사의 홍보의 틀을 새로 짜고 싶고, 그래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제의에 마음은 조금씩 움직였다”며 퇴사의 변을 밝혔다.
MBC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제일모직이 상장된 2014년 12월18일 이 전 사장은 장 전 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사장님, 방송은 K, M, S 모두 다루지 않겠다고 합니다. 종편의 경우 JTBC가 신경이 쓰여서 김수길 대표께 말씀드렸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신문은 말씀하신대로 자극적인 제목이 나오지 않도록 잘 챙기겠습니다. 이인용 드림.”
실제 이날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는 제일모직 상장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家) 3남매는 제일모직 상장으로 5조8999억 원의 평가 차익을 거뒀다. 시민사회에선 이 부회장이 편법으로 상속받은 제일모직 주식을 상장해 700배가 넘는 차익을 얻었다고 비판했다.
▲ 장충기 문자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는 이인용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다. 사진=MBC 화면 캡처 |
▲ 장충기(오른쪽) 문자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는 이인용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왼쪽)이다. 사진=MBC 화면 캡처 |
▲ 장충기 문자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는 이인용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다. 사진=MBC 화면 캡처 |
반면 JTBC는 당일 보도를 포함해 2014년 관련 내용을 3차례 다뤘다. 언론을 통제·제어하려던 삼성의 입김이 JTBC에는 닿지 않았던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사장 이름은 2015년 7월13일에도 등장했다. 이때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셌다. 이날 이 전 사장은 장 전 사장에게 주요 경제지 사설을 들어내기로 했다며 다음과 같이 문자를 보냈다.
“사장님, OO경제 사설은 일단 빼기로 했습니다. 정말로 글로벌 미디어에 이런 이슈가 퍼져나가면 그때 쓰자고 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이인용 드림.”
MBC는 사설을 누락한 언론사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실제로 다음날 지면에서 삼성 관련 사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시사IN이 보도한 ‘장충기 문자’를 보면, 장 전 사장은 한 인사에게 “아들은 어디로 배치 받았니.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이 안광한 사장과 MBC 입사 동기라 부탁한 건데 안 사장이 쾌히 특임하겠다고 한 건데 어떻게 되었지”라고 묻기도 했다. 장 전 사장이 이 전 사장을 통해 안광한 당시 MBC 사장에게 접근,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MBC 측은 보도 직후 입장을 내고 인사 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이인용 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이 2015년 8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영상을 갖고 있던 제보자를 삼성과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에도 등장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
이 전 사장은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이 2015년 8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영상을 갖고 있던 제보자를 삼성과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에도 등장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당시 류 실장이 YTN 취재 기자들 몰래 이건희 성매매 영상 제보 사실을 삼성 측에 알리고 삼성 측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들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사장은 이건희 성매매 영상에 대한 대응 업무를 총괄했다.
류 실장은 뉴스타파에 “(이인용 전 삼성전자 사장 연락처를) 받아서 (제보자에게) 전해준 것 같기도 하고. 왜냐면 (제보자가) 삼성 이인용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경제부에서 번호를 받아서 줬을 것 같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내가 번호를 갖고 (제보자와) 왔다갔다한 것 같진 않다. 왜냐면 내가 삼성을 직접 접촉하진 않았으니까”라고 말을 바꿨다. SBS 보도에 따르면 삼성 측은 제보자들과 접촉했지만 누가 연결시켜줬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6일
오후 이 전 사장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이 전 사장은 “커뮤니케이션팀에 문의해주시기 바란다”고만 했다. 삼성 관계자는 MBC 스트레이트
보도와 관련해 “별도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류 실장의 삼성 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해서도 입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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