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이치에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修道”
선생은 도를 이루려 33세 때 부부관계를, 38세 때 생리를 끊었다. 그리고 밤마다 암산에 올라 ‘자시공(子時功)’을 드리며 천기를 받아 수련에 매진했다.
‘중국으로 가라’는 하늘의 음성을 들은 후 홀연히 중국으로 떠나 도교 성지인 화산에서 수행하며 화산파 장문인 자리까지 오른 그는 이미 여선(女仙)이 되었다.
신선(神仙). 할머니 무릎에서 신선이야기를 듣고 자란 탓인지 필자는 어릴 적 어른들이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곧잘 신선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경치 좋은 명산대천을 한가롭게 유람하면서 불로장생할 수 있는 삶. 한국사람 치고 신선팔자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신선은 수천 년 동안 한민족이 가장 동경하는 인간상이었지만, 정말 신선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전설의 고향’에나 등장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찾아보면 있다. 자신의 전 생애를 ‘신선수업(神仙修業)’에 바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정신세계사’를 세운 송순현 사장은 국내 도사들에 대해 광범위한 인맥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수도한다는 사람 치고 ‘정신세계사’ 책 한 권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웅덩이 파 놓으면 개구리 뛰어든다’는 속담처럼, 그가 80년대 초반에 이 땅에 파 놓은 ‘정신세계사’ 웅덩이는 한국 도사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그에게서 최근 한 가지 정보를 입수했다. 평생을 신선수업에 매진한 여자도인을 만나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여자도인? 남자도 하기 힘든 공부인데 어떻게 여자가 그렇게 어려운 공부를? 특히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부분은 그 도인이 중국의 화산파(華山派) 장문인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점이었다. 화산파라면 무협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파 아닌가.
김용의 ‘영웅문(사조영웅전)’을 보면 무림의 최고수들이 최종 승부를 벌이는 장소가 화산으로 설정돼 있다. 이름하여 ‘화산논검대회’다. 무협지를 애독하던 나는 화산에 대해 궁금했다. 왜 무협지 작가들은 한결같이 화산파 내지는 화산을 단골무대로 설정하는 것일까. 아무리 무협지가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역사적 근거와 배경이 있지 않겠는가. 어떻게 한국 사람이 유서 깊은 중국 화산파의 장문인 자리를 계승할 수 있었는가.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가. 그렇다면 그 내공이 상당하지 않겠는가.
온갖 궁금증을 가지고 화산파 여자 장문인을 만나게 됐다. 그가 머무는 곳은 서울 잠실. 그는 의외로 세속의 한가운데서 살고 있었다.
하늘의 이치에 도전하다
그의 이름은 곽종인(郭宗仁). 1940년생으로 올해 65세다. 위아래 검정색 도사복을 입은 그는 머리를 정갈하게 빗어 상투처럼 말아 올렸다. 전체적으로 예리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나이에 비해 주름살도 거의 없는 편이다. 서가에는 도교 경전들을 집대성한 전집 ‘도장(道藏)’ 수십 권이 꽂혀 있었다. ‘도장’은 불교의 ‘팔만대장경’에 비견되는 도교판 대장경이다. 이 책을 가지고 있을 정도라면 도교 마니아라 할 수 있다.
그와 탁자를 마주하고 앉았다. 앉은 자세를 보니 척추를 곧추세웠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수련가는 척추 아랫부분인 명문혈을 반듯하게 세워서 앉기 마련이다. 그래야만 명문혈이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 명문혈이 밖으로 휘어져 나온 것은 정기를 너무 소모해버렸다는 징표다. 일반인은 명문혈이 대개 밖으로 휘어져 있다. 그러므로 앉은 자세만 보아도 정기가 빠졌는지, 안 빠졌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빈틈없는 자세. 65세 할머니가 이런 자세로 앉아 있다는 것은 그가 내공을 상당히 축적한 고수라는 증거다. 고수를 만날 때는 곧바로 결론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
-화산파 도사들의 헤어스타일은 머리 위쪽으로 상투를 트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머리를 위로 묶는 이유는 수련이 역행(逆行)이기 때문입니다. 수행이란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태어나 자식 낳고 살다가 늙고 병들어 죽는 과정이 순행(順行)이라면, 선도의 수련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불사(不死)의 경지에 도전하는 것이죠. 단전호흡을 하고 보통사람과 달리 여러 가지 까다로운 계율을 지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범인의 삶의 방향과 역행해 하늘을 향해 올라가겠다는 의지의 표상이 바로 상투입니다. 하늘을 향해 머리를 묶는 것이죠. 선조들이 상투를 틀었던 배경도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 이런 신념과 맥락을 같이할 것입니다.
역행은 인간의 의지와 관계됩니다. 도가 수행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아명재아불유천(我命在我不由天)’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명은 내게 있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흔히 도를 닦는다고 하면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알고 보면 하늘의 이치에 인간이 도전하는 것입니다.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수행자는 성관계 하지 말아야
-수행은 순행이 아닌 역행이라고 했는데, 역행의 예를 설명해 주시죠.
“마음장상(馬陰藏相)이 그것입니다. 부처님의 신체적인 특징을 설명한 대목이 32상80종호라는 표현입니다. 부처님은 32가지 특이한 상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도교에서도 마음장상을 중시합니다. 그 말은 ‘말의 성기가 번데기처럼 움츠러든 모양’이란 의미입니다. 도교 수행을 제대로 하면 남자의 성기가 어린아이의 고추처럼 변합니다. 수축되는 거죠. 이는 성적 에너지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몸 안의 임독맥(任督脈)을 타고 순환하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성적 에너지가 머리 위로 올라가 뇌세포를 강화시키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가리켜 ‘환정보뇌(還精補腦)’라고 하죠. 정액을 되돌려서 뇌를 보강한다는 뜻입니다. 환정보뇌 단계에 이르면 남자의 성기가 줄어들어 어린아이 고추같이 변합니다.
인간은 섹스를 함으로써 생명을 잉태합니다. 이게 순행입니다. 하지만 수행자는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섹스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섹스를 하는 것이 순행이라면, 하지 않는 것은 역행이죠.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 마음장상과 환정보뇌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만 신선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남자가 사정(射精)하려는 순간 마음을 굳게 먹고 정액 누출을 멈추는 것을 접이불루(接而不漏)라 한다. 아마추어들은 접이불루가 되면 환정보뇌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환정보뇌가 제대로 되려면 밖으로 배출되려는 정액을 180도 돌려 두뇌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이때 온몸의 경락이 열려 있어야 한다. 즉 도교 내단학에서 말하는 임독맥과 기경팔맥(奇經八脈)이 뚫려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환정보뇌가 가능한 것. 몸의 경락이 뚫려 있지 않은 사람이 정액이 나가려는 순간 이를 악물고 사정을 참는다고 해서 환정보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몸에만 해롭다. 방아쇠를 당겨놓고 총알이 총구에서 나가지 못하게 붙잡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아마추어가 어설프게 방중술을 실습하다가는 부작용만 일으키기 쉽다.
결과적으로 마음장상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은 환정보뇌가 불가능하다. 도교 내단학(內丹學)에 의하면 제대로 도를 닦으면 반드시 마음장상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진짜 도인인지 가짜인지 감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같이 목욕탕에 가 보면 안다.
그런데 여자 도인은 어떻게 감별해야 하는가. 남자 도인이 생식기가 줄어든다고 하면 여자는 어떻게 변하는가. 평소 대단히 궁금했던 부분이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이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해줄 만한 여자 도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단서(內丹書)를 보면 여자가 도를 닦으면 생리가 끊어지고, 젖가슴이 줄어든다는 정도로만 설명되어 있다. 아마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만 비밀리에 전해지는 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여자에겐 어떤 생리적인 변화가 있습니까.
“여자는 적룡(赤龍 : 붉은 용)을 끊는다고 표현합니다. 여자의 생리를 붉은 용에 비유한 거죠. 남자의 에너지는 정액인 반면 여자의 에너지는 피에 있습니다.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생리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본격적으로 수도를 하려면 부부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저는 남편이 있었지만 33세부터 부부관계를 끊었습니다. 물론 남편이 양해했어요. 그리고 나서 적룡을 끊는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정확하게 38세 때 끊었습니다. 36세 때에도 6개월 간 생리가 끊어진 적이 있었지만 도중에 실패했습니다. 아들문제 때문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다 보니 잠시 끊어졌던 월경이 다시 나오더군요. 적룡을 끊는 초기단계에는 심리적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집안문제로 애태우다 보니 심리적으로 흔들렸고 그 연쇄반응으로 생리가 되살아난 것이죠. 그러다가 38세에 이르러서 제대로 끊었습니다.
적룡을 끊으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우선 아랫배가 끌어당기는 듯합니다. 그리고 생리 때가 되면 배가 아픕니다. 생리는 없지만 배는 아픈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통증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성기의 음핵도 말려서 올라간다는 사실입니다. 음핵이 수축되는 것이죠. 일종의 마음장상입니다. 또 젖가슴도 줄어듭니다. 제가 애를 둘 낳아 젖가슴이 처져 있었는데, 적룡을 끊은 후 마치 처녀 젖가슴처럼 단단해지면서 줄어들었습니다. 젖꼭지 빛깔도 검정에서 분홍으로 바뀌었고요.”
적룡 끊으면 무병장수
여자가 생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인간이 의지를 가지고 수행하면 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곽 선생은 이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 일단 적룡을 끊으면 무병장수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된다. 누구나 노력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일반인이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곽 선생에 따르면 불규칙한 수면, 폭음·폭식, 과도한 노동, 지나친 섹스로 인해 몸이 망가져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수행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학에 의지는 토(土)로 표현하는데, 사주팔자에 토가 많으면 도 닦는 일과 관련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종합해보면 인격이 바르지 않으면 장수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곽 선생은 인간이 의지를 가지고 적룡을 끊으면 무병장수할 수 있듯 동물도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도가에서 전해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거북이가 수행하면 야명주(夜明珠)를 얻는데, 그러면 등에 붙어 있는 단단한 껍데기가 떨어져나간다. 용이 수행하면 벽화주(?火珠)를 얻는데, 그러면 하늘로 올라간다. 뱀이 수행하면 정풍주(定風珠)를 얻는데, 그러면 오래 산다. 여우가 수행하면 월화주(月華珠)를 얻는데, 여우가 밤에 달을 보고 짖는 것은 달의 정기를 얻기 위해서란다. 월화주를 얻으면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이처럼 동물도 우주자연의 정기를 먹으면 존재의 차원을 변화시킬 수 있다.
도를 닦는 수행자 주변에는 뱀이 모여들 수 있다. 기가 뻗치기 때문에 뱀들이 그 기를 먹기 위해서 모여든다는 것. 뱀들도 수행자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를 먹는다는 증거다. 그래서 수행자는 ‘웅황(雄黃)’을 휴대하고 다닌다.
웅황은 붉은 황토색 돌을 가리킨다. 붉은 황토색은 양기를 강하게 머금고 있다는 징표다. 웅황을 가루 내어 집 주변에 뿌려놓으면 뱀이 접근하지 못한다고 한다.
-화산은 중국의 오악(五嶽) 중에서도 가장 험한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번 가봤는데 해발 2100m의 험한 바위산이더군요. 바위가 대부분 화강암이라 아주 강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곽 선생은 한국인이자 여성의 몸으로 어떻게 화산에 들어가서 도를 닦게 됐습니까?”
“한마디로 전생의 인연입니다. 1995년 중국에 처음 갔습니다. 당시 중국에는 살아 있는 신선으로 알려진 왕리핑(王力平) 선생이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기공 수련을 하던 수련가들이 왕리핑 선생을 찾아가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름에서 한달 정도의 단기교습 과정이었죠. 선도의 대가인 왕 선생 밑에서 공부하면 수행의 비전(秘傳)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습니다.
1995년부터 3년간 수련을 했는데, 당시 왕 선생은 ‘여자는 하단전보다 유계혈(乳鷄穴 : 젖가슴 사이의 혈)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남자는 의식집중을 하단전에 하지만 여자는 유계혈에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왕 선생 문하에서 공부하던 중 우연히 화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화산에 가면 여자 도인이 있는데, 적룡을 끊고 중국에서 유일하게 여단도(女丹道)를 성취했다는 거였죠. 제가 여자니까 자연히 여단도에 관심이 갔어요. 그래서 화산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제 사부인 조상정(曺祥貞·82)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 분이 화산(華山) 남천문파(南天門派) 22대 장문입니다. 남천문은 여자들이 수행하는 문파이기 때문에 여자가 장문인 자리를 이어받습니다. 제가 23대입니다. 항렬을 보면 상(祥), 종(宗), 태(太), 우(宇)로 내려갑니다. 22대는 상, 23대는 종, 24대는 태, 25대는 우자가 들어가죠. 제가 23대니까 법명에 종(宗)자가 들어갑니다.
조상정 사부님은 화산의 다상팡(大上方)에서 평생 수도를 하셨습니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 중간에 굴을 만들어서 수행처로 삼은 것이죠. 화산의 서봉과 북봉 사이에 있는데, 대대로 여자들이 수행하던 곳입니다. 무협지에서 묘사하는 동굴 수도처와 같아서 경관도 기막히게 좋아요. 다상팡에 올라가는 길은 아주 험합니다. 쇠줄을 붙잡고 60∼70도 경사 진 돌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있는 바위 동굴이라서 겨울이면 엄청나게 춥습니다. 이런 곳에서 10대 중반부터 수도를 하신 것이죠. 조상정 사부님 어머니도 화산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어머니를 따라 소녀시절부터 화산에 머물며 출가를 한 것이죠.
화산에 있던 도사들은 1960년대말 문화혁명 때 곤욕을 치렀습니다. 홍위병들이 올라와 유서 깊은 도관 수십여 곳과 동굴내부의 조각, 석상, 벽화들을 모조리 망가뜨렸던 거죠. 도사 가운데 일부는 죽고 일부는 강제로 산에서 내려와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강제로 환속하게 된 겁니다.
사부님도 처음에는 산밑의 약재공장에서 일하다가, 서안(西安)에서 가까운 태백산으로 피신했습니다. 3500m가 넘는 태백산에는 사람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험난한 곳이 많습니다. 문화혁명 시절 도사 중 일부가 태백산에 숨었다고 합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초근목피하며 수행했던 것이죠. 겨울 태백산은 너무 추워서 발가락이 동상에 걸리는 등 고통을 겪었다고 합니다. 문화혁명이 끝난 후 사부님은 다시 화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 도맥을 지켜온 것입니다. 조 사부님은 현재 중국의 8대 도인 중 한 분입니다. 80세가 넘은 고령이지만 도력이 대단합니다. 이 분을 만나려고 많은 사람이 화산에 옵니다.
그러나 아무나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인연이 있어야죠. 그 인연은 꿈으로 예시하는 경우가 많죠. 제가 처음 조상정 선생님을 만나러 갔을 때, 다상팡을 자주 출입하는 여자 신도가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꿈에 황룡이 다상팡을 올라가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깨어난 후 실제로 다상팡에 가서 ‘여기 용띠가 있습니까’ 하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조 선생님이 ‘지금 올라오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해요. 그리고 나서 제가 다상팡에 올라간 거죠.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제가 경진(庚辰)생 용띠입니다.
저는 전생부터 조 선생님, 화산 다상팡과 인연이 있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처음 다상팡에 도착했을 때 조 선생님이 대접에 설탕물을 타 놓고 기다리더군요. 올라오느라 피곤할 테니 설탕물을 먹으라는 거였죠. 그리곤 첫마디가 ‘천상에서 같이 있었다’였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다상팡에 머물면서 조 선생님의 지도를 받게 된 겁니다.
처음에는 동굴에서 잠을 잤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깜깜한 동굴 바닥에 걸상 하나 놓고 그 위에다 이불을 깔고 잔 거죠. 해 떨어지면 자고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보통 새벽 2시30분에 기상해 세면한 후 3시쯤 옥황동이라는 동굴 법당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아침 7시까지 무릎을 꿇고 ‘옥황경’을 읽었습니다. 몸에 경락이 열리지 않으면 4시간 동안 꿇어앉아 있을 수 없죠.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4시간을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조 선생님이 그 인내심을 보고 저를 제자로 삼기로 마음먹은 것 같아요.
아침 독경이 끝나면 숙소에 내려와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는 벽곡(?穀 : 곡기를 피하는 법)입니다. 대신 하루에 한번 아침 무렵에 솥에 찐 사과를 먹었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식사를 하지 않고 수련을 했는데, 이를 오시공(午時功)이라고 하죠. 한밤의 자시와 한낮의 오시가 인체 리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오시에는 반드시 수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후 4시경 식사를 했어요. 이때 먹는 음식은 산에서 나는 더덕, 마(麻), 대추, 약초 등을 솥에 넣고 찐 것입니다. 이게 하루에 먹는 식사의 전부였습니다. 바로 화산파의 벽곡법이지요.
겨울에는 추워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난방장치가 없거든요. 화장실도 절벽 끝에 만들어 놓았어요. 물론 수세식이 아니죠. 찬바람이 계곡에서 슁슁 불어와요. 한번 변을 보고 오면 찬바람에 노출되어선지 1시간 가량 배가 아팠습니다. 화산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이처럼 쉽지 않습니다.”
72개 동굴은 수행자들의 요람
화산은 도교성지로 유명하다. 다른 명산들은 도교의 도관과 불교의 사찰이 혼재되어 있지만 화산은 유일하게 불교 사찰이 없고 도교 도관만 존재한다. 여기에는 화산에서 수도했던 진희이(陳希夷)와 관련된 일화가 전해진다. 그는 북송(北宋) 초기 120년을 산 도사로 화산의 옥천원(玉泉院)에서 수도했다.
그는 수공(睡功)으로 유명했는데, 수공이란 잠을 자면서 도를 닦는 공법이다. 그가 한번 수공에 들어가면 49일간 깨지 않고 계속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그만큼 도력이 높았던 그는 송나라를 세운 조광윤의 존경을 받았다.
한번은 황제인 조광윤과 진희이가 화산의 암봉에서 내기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진희이가 그 바둑에서 이긴 대가로 화산은 정부로부터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세금을 면제받으면서 화산은 도교만의 성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화산은 중국 북파의 중심지가 됐는데, 북쪽 지역에서 도를 닦는 사람 치고 화산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화산은 중국의 도사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성지다.
중국 도교는 크게 남파와 북파로 갈라진다. 남파는 몸을 먼저 닦고 그 다음에 마음을 닦는다는 노선이고(先命後性), 북파는 마음을 먼저 닦은 다음에 몸 공부로 들어가는 노선이다(先性後命). 이 중 북파를 대표하는 그룹이 전진칠자(全眞七子)이다. 전진칠자 가운데 한 사람인 학대통(?大通)으로부터 화산파가 시작됐다.
전진칠자라 하면 전진도(全眞道)를 창시한 왕중양(王重陽)의 직계 제자 7명을 가리킨다. 7명은 도를 이룬 뒤에 각기 문파를 창립하여 진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구처기(邱處機 : 1148~1227), 유처현(劉處玄 : 1147~1203), 담처단(譚處端 : 1123~85), 마옥(馬鈺 : 1123~85), 학대통(?大通 : 1140~1212), 왕처일(王處一 : 1142~1217), 손불이(孫不二 : 1119~82)가 바로 이들이다.
화산에는 72개의 동굴이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이 동굴들은 학대통이 판 것이라 한다. 화산은 암산이라 집을 짓기보다는 동굴수행이 입지조건에 맞았던 셈. 이런 까닭으로 화산에는 동굴이 많다. 학대통은 고층빌딩 유리를 닦는 사람처럼 굵은 밧줄에 매달려 바위 절벽의 중간으로 내려와 동굴을 팠다고 한다. 처음에는 학대통 본인이 수도하기 위해 동굴을 팠으나 완성되면 다른 수도인들이 찾아와 자신이 쓰겠다고 간청했다고 한다. 도량이 넓은 학대통은 자기 동굴을 양보하고 다른 곳으로 가 다시 동굴을 팠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동굴을 72개나 파게 되었다는 것.
화산에는 자연동굴도 많다. 수백 살 먹은 신선이 살았다는 동굴이 여러 개 포진하고 있다. 이름난 동굴은 옥녀석실(玉女石室), 연화동(蓮花洞), 일월암금동천(日月岩金洞天), 삼원동(三元洞), 장춘석실(長春石室), 호공석실(壺公石室), 서현동(西玄洞) 등이다. 이 동굴을 순례하려면 최소한 1주일은 잡아야 한다. 기록에 따르면 서자평(徐子平) 역시 화산의 동굴에서 수행했다고 한다. 사주명리학의 창시자로, 사주명리학의 고전인 ‘연해자평(淵海子平)’을 쓴 서자평 역시 화산파 도사였다.
‘기도발’ 잘 받는 바위산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에 자리잡고 있는 화산은 전체가 백색 화강암으로 이뤄진 대표적인 바위산이다. 오행에서 백색은 금(金) 기운을 상징한다. 쇠처럼 단단한 기운이 바로 금 기운이다. 도사들 가운데 금 기운이 약한 사람은 화산에서 공부하면 효과를 본다고 한다. 금 기운을 보강받을 수 있기 때문. 금 기운은 결단력과 추진력을 상징한다. 이는 수행자에게 요구되는 필수항목이기도 하다. 이게 없으면 사람이 흐물흐물해져서 어떤 결심도 실천하지 못한다. 그런데 화산에는 금 기운이 엄청나게 장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화산파 검법이 유명했던 이유도 산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과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바위산은 ‘기도발’이 잘 받는다. 기도에 대한 응답이 기도발이다. 그렇다면 기도발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생할까. 인간의 의지, 하늘의 뜻, 땅의 기운(地氣), 세 가지 요인이 상호작용해야 한다. 즉 지기가 뭉쳐 있는 장소에서 간절히 기도하면 하늘이 응답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도처는 모두 지기가 뭉쳐 있는 곳이다.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 인도의 아잔타 석굴, 모세가 십계를 받았다는 시내산, 미국 애리조나주의 세도나(sedona), 한국의 계룡산 등은 하나같이 지기가 강하게 뭉친 곳이다.
지기가 강하게 뭉쳤는지 아닌지는 바위를 보면 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도처는 모두 바위산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기도발은 바위에서 발생한다. 지구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기 때문에 ‘지자기(地磁氣)’가 계속 방출되고 있다. 이 ‘지자기’는 바위나 암반 속에 들어 있는 광물질을 통해 방출된다. 그래서 인간이 바위산에 앉아 있으면 지자기가 인체에 그대로 전달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체의 혈액 속에도 철분을 비롯한 광물질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피와 바위는 철분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철분을 연결고리 삼아 지자기가 인체 내로 유입된다고 보아야 한다. 예민한 사람들이 바위에 앉아 있으면 몸이 찌릿찌릿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바위의 지자기가 핏속에 들어 있는 철분을 통해서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는 미세한 혈관을 통해 뇌세포까지 공급되고 바위에서 분출되는 지자기가 뇌세포를 자극하면 신비로운 감응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필자가 세계의 바위산을 답사하면서 정리한 ‘기도발이론(祈禱發理論)’의 골자다. 이런 기도발 조건을 가장 완벽하게 갖춘 곳이 바로 화산이다.
그러다 보니 화산에는 도를 닦는 사람들이 운집했다. 도사라 하면 일반적으로 불교가 아닌 도교의 수행자를 가리킨다. 도교에선 산을 대단히 중시한다. 왜냐하면 산에서 나오는 기를 받아서 인간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협지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운기조식(運氣調息)’ ‘주천화후(周天火候)’ ‘기경팔맥(奇經八脈)’ ‘전음밀입(傳音密入)’ ‘주화입마(走火入魔)’ ‘경신술(輕身術)’ ‘장풍(掌風)’ 등은 모두 도교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남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초인이 되어 명산대천을 유람하며 불로장생하자는 것이 도교의 목표이다. 죽어서 천당 가자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학수대에서 女仙 태어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도를 닦는가. 다분히 타고난 기질, 또는 사주팔자가 작용한다. 곽 선생은 부산 동래의 수안동(壽安洞)에서 태어났다. 수안동에는 학수대(鶴守臺)라는 동산이 있었다고 한다. 풍수가들에 따르면 학수대는 금정산의 정기가 뭉쳐 내려온 지점으로 학의 기운이 어려 있다고 한다. 예부터 학의 기운이 있으면 여자 신선(女仙)이 태어난다고 했다. 곽 선생은 ‘학수대에서 여선 태어난다’는 풍수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 역시 도가 계통 수련에 관심이 많았다. 곽 선생은 아버지가 찬물을 떠놓고 배를 세 번 친 다음 주문을 외우던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그 주문은 동학에서 자주 외우는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라는 ‘시천주’였다.
곽 선생은 현풍 곽씨로 임진왜란 때 홍의장군으로 활약한 망우당 곽재우 장군의 후손이다. 망우당은 도가 수련자로도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현풍 곽씨들은 도가 수련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런 집안에서 자란 곽 선생은 20대 중반부터 정신세계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그는 대학 졸업 후 교사생활을 했고 결혼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 주변의 암산에 올라 ‘자시공(子時功)’을 드렸다. 자시라면 밤 12시 무렵이다. 여자임에도 한밤중에 겁도 없이 산을 오르내렸던 것.
자시공을 드리고 내려오면 새벽 4시쯤. 남편은 그때까지 산밑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남편도 보통남자가 아니다. 이처럼 부인의 도(道) 공부를 헌신적으로 후원했던 남편은 2000년에 작고했다.
도 공부를 계속하면서 스승을 찾아 헤맸다. 도가 수련은 스승이 있어야만 난관을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문 선생을 만났다. 1980년 어느 날 밤 12시경이었다. 곽 선생을 만나자마자 문 선생은 ‘다 된 밥이 굴러들어 왔구나’고 말했다고 한다. 문 선생은 군복을 물들인 검정 옷을 입었는데,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소매가 때에 절어 있었다. 그는 평생 염소 수염을 기른 연극배우 같은 모습을 하고 누항(陋巷)에 숨어 지냈다.
문 선생은 무당권법(武當拳法)으로 유명한 중국 무당산의 장삼봉(張三峰) 도맥을 이은 인물이었는데, 지도방법이 독특했다. 우선 수도는 도시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탁한 기운을 먹으면서 도를 닦아야 제대로 단련된다는 것. 공기 좋고 조용한 산에서만 공부하면 도시에 나올 수 없다. 교회나 절, 하천이 없고, 하늘이 잘 보이는 꼭대기의 옥상을 찾아라. 거기에 목욕시설이 있어야 한다. 수련에 들어가기 전 목욕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을 찾다 보니 서울 신설동 부근의 어느 호텔 옥탑방이 눈에 띄었다. 호텔의 이불을 보관하는 방이었다. 그 방을 빌려서 수련을 시작했다.
수련 도중 정신세계의 여러 가지 체험을 하게 됐는데, 학신(鶴神)이 내려오는 체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정신집중을 하고 삼매 상태에 들었을 때 하늘에서 수천 마리의 학이 땅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목격했던 것. 그 수천 마리의 학신이 내려오면서 일으키는 바람이 태풍처럼 강해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만약 그 바람에 놀라 자세를 흐트러뜨리면 수련에 실패할 뿐 아니라 정신이상이 올 수도 있다.
누구나 삼매에 들면 정신세계의 여러 환상과 마주치는데, 사람마다 기질이나 무의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장면이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사천왕과 같은 무서운 인물이 나타나거나 무수한 뱀신이 나타날 수 있다. 곽 선생은 다른 장면들이 나타날 때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지만, 유독 학신들이 나타나면서 거세게 불어온 바람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태생이 학수대와 관련 있어 그런 장면이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수경신(守庚申) 공부도 했다. 경신일이 돌아오면 잠을 자지 않고 꼬박 새는 수행법이 바로 수경신이다. 조상들은 경신일에는 우리가 잘 때 몸 안에 있는 삼시충이라고 하는 벌레가 하늘로 올라가 염라대왕에게 우리의 단점을 일러바친다고 믿었다. 그래서 예부터 경신일에는 잠을 자지 않는 관습이 있었다. 곽 선생도 3년 동안 총 18회의 수경신을 지켰다.
1980년대 말부터는 경기도 화현면 운악산(雲岳山)의 바위봉우리 밑에 수진선도원(修眞仙道院)을 지어놓고 수련에 집중했다. 운악산도 악산이라 바위가 많고 기가 강해 수련에는 적지였다. 그러다가 1994년 여름에 재난을 만났다. 산에서 큰 바위가 굴러 떨어져 곽 원장이 수도하던 방을 덮쳤던 것. 그 사고로 무릎뼈, 갈비뼈, 대퇴골이 망가지는 중상을 입었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그때 죽었을 거라고 한다. 병원에 옮겨져 10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을 5차례나 받았다.
곽 원장은 이 사고를 당한 후 자신의 수행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동안 제대로 수행한다고 자부했는데, 진짜 도인이라면 어떻게 이런 사고를 당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사고는 자신의 한계에 대해 처절하게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어느 날 비몽사몽간에 ‘중국으로 가라’는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그래서 연고도 전혀 없는 중국으로 무작정 떠났고 그곳에서 왕리핑 선생과 화산의 다상팡을 만나게 된 것이다.
화산에서 수련하면서 그는 운악산의 부상을 완전히 회복했다. 보통사람이 그 정도 다치면 장애인이 됐겠지만 그는 이미 몸 속에 내단(內丹)을 형성하고 있었기에 원상태로 회복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5번 수술을 하면서 꿰맸던 흉터도 말끔하게 지워졌다. 몸 안에 축적된 기운이 피부를 통과하면 흉터가 저절로 지워졌기 때문이다.
곽 선생은 진정한 수행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런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장애인이 된다면 수도할 자격이 모자란 탓이다. 고난과 장애를 극복해야만 프로 수도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곽 선생과의 대화에서 인상깊게 들은 대목이 있다. 바로 ‘표주(漂周)’다. 표주는 주머니에 돈을 갖지 않은 채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화산 도사들의 커리큘럼에는 ‘전공필수’ 과목으로 표주가 들어있다고 한다. 대략 3년에서 5년 동안 표주를 경험해야만 한다.
그런데 돈 없이 어떻게 여행을 다닌단 말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의약에 관한 기술이고, 둘째는 사주팔자를 보아주는 능력, 셋째는 학문이다. 이를 갖추면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굶어죽지는 않는다. 그래서 도사들은 보따리에 침과 약재를 넣고 다닌다.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치료해 주고 사주와 주역으로 인생상담을 해주고 총기 있는 소년들에게 글공부를 가르쳐준다. 이렇게 하면서 천하의 인심이 어떻게 돌아가고 물류의 흐름은 어떻게 되며, 각 지역마다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어떠한지를 직접 체험한다.
세상 물정 모르면 엉터리 도사
표주를 해야만 사람이 겸손해지면서 세사를 간파하게 된다. 수도인이 공부하는 데 필수 지침으로 알려진 ‘학인이십사결(學人二十四訣)’이 있다. 24가지 항목 중 첫 번째 나오는 것이 ‘간파세사(看破世事)’다. 세상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면 영점짜리 도사다. 표주는 간파세사를 하는 데 있어 필수 과정이다. 아울러 표주를 통해서 고향을 떠나는 경험을 한다. 그래야만 인간관계의 구속을 벗어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표주 도중 진사(眞師)를 만나기도 한다. 진사를 만나기 위해 표주를 자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곽 선생은 표주가 현빈일규(玄牝一竅·단학(丹學) 수련의 경지를 표현한 말. 현빈은 단전(丹田)의 다른 말이며 일규란 호흡수련을 통해 단전에 쌓인 기운이 나아갈 통로를 뜻한다)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선도의 핵심은 현빈일규라는 한 구멍을 찾는 일이다. 이를 찾지 못하면 백날 공부해봐야 도루묵이다.
현빈일규는 외규와 내규(內竅)로 나눠진다. 외규는 밖에 있는 것이고 내규는 몸 안에 있다. “현빈일규를 이루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물었더니 곽 선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수명이 연장되고 병 없이 장수할 수 있죠. 그리고 지능이 개발됩니다. 뇌세포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작업이기도 해요. 신선들이 현자(賢者)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체의 신비를 밝혀낼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인체를 아직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수련을 해서 세포가 활성화되면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인체의 비밀이 상당부분 밝혀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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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좁은 나라 같지만 인물을 찾아보면 없는 것은 아니다.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지기가 강한 나라라서 그런지 영적인 자질을 갖춘 인물이 끊임없이 태어난다. ‘후천개벽(後天開闢)’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21세기는 여자도인들이 활동하는 시기라 하는데, 곽 선생도 그 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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