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침몰하는 자영업
[프랜차이즈 잔혹사]빚 내서 치킨집..1년 못버티고 폐업, 또다시 빚 '악순환'
아시아경제 | 오주연 | 입력 2015.12.28. 06:15 | 수정 2015.12.28. 06:41
'평생직장'은 사라진 반면 기대수명은 길어지면서 은퇴 후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어렵사리 대출까지 끌어안고 치킨집, 커피전문점 등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이 중 절반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이 경우, 대부분 창업 초기 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다시 은행을 찾아 돈을 빌린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자영업자 수와 이들이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대출규모가 동반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기업은 504만5000개였다.
이는 지난해대비 15만개(3.1%) 증가한 것으로 이중 부동산임대업(5만5000개),
숙박·음식점업(3만8000개), 도소매업(1만2000개) 등이 크게 늘면서 자영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영세사업자로 10명 중 7명(71.3%)은 매출액 규모 1억원 미만이었다.
특히 연매출 5000만원 미만의 자영업자는 전년대비 5만5000명 늘어 전체의 56.7%에 달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자들도 매출이 높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선호하는 치킨집과 커피전문점이지만,
가맹점당 매출액은 프랜차이즈 업종 가운데 하위권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편의점이 2만6000개로 가장 많았고,
치킨집(2만4000개)과 커피전문점(1만2000개)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전년대비 42.2% 급증해 7개 업종 중 1위를 기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총 매출액도 51.5% 증가해 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가맹점당 매출액으로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가맹점당 매출액은 편의점이 4억309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커피전문점은 1억6820만원으로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치킨집은 이보다 더하다. 치킨집의 가맹점당 매출액은 1억1410만원으로 주점(1억3170만원)보다도 낮아
7개 업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비롯한 자영업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과 동시에
자영업자들의 대출규모도 비례해 늘어났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의 대출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222조90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98조5096억원)대비 24조3647억원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은퇴 연령층의 비중이 60%를 훌쩍 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들이 운영한 사업체의 생존기간은 짧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커피숍, 치킨집, 호프집 등의 업종은 1년 생존율이 55.6%였다.
이들 중 절반은 1년도 못 버틴다는 의미다.
국세청 자료를 봐도 결과는 같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자영업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였다.
생존율로 따져보면 16.4%에 불과해 창업 후 6개 중 5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결국 창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대부분이 대출받아 사업을 벌이지만
1년도 채 버티지 못한 채 문을 닫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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