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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최루액 맞은 의경 눈 씻어준 내 친구, 고통받고 있다

일산백송 2015. 11. 27. 10:25

최루액 맞은 의경 눈 씻어준 내 친구, 고통받고 있다
의경 눈 씻어준 A씨, 종편과 누리꾼들은 '전의경 부모'라고 주장하기까지..
오마이뉴스 | 장성열 | 입력 2015.11.27. 08:38

최루액 맞은 의경의 눈을 씻어준 A
사진은 객관적일지 모르지만, 무릇 그 해석은 객관적일 수 없는 법이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노란 외투를 입은 여성이 의경의 눈을 물로 씻어주는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사진의 주인공 A의 친구고, A가 의경의 눈을 씻겨주던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민중총궐기'가 있던 지난 1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는 팔이 부러진 시위 참가자를 후송하는 

앰뷸런스나 농민 백남기씨에게 물대포를 쐈던 종로구청 앞과 같이,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며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곤 했다. 


▲ 최루액에 맞은 의경의 눈을 닦아주는 A 

최루액에 맞은 의경의 눈을 A가 물로 씻어주고 있다. ⓒ 트위터 캡쳐 


시위대는 돌멩이와 진흙을 던졌고 차벽을 당겼다. 

그리고 경찰은 차벽 뒤에 숨어 그들에게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고 

살수차에 올라간 사람을 밀어 떨어트리는 등 상호 간에 폭력을 행사했다. 

유감스럽지만 그 폭력의 정당성 차원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을 떠나 적어도 상황 자체만 보자면 그렇다.

그 상황에서 한 의경이 버스 앞을 지나다 버스 안에서 진을 치고 있던 다른 의경들이 쏜 최루액에 눈을 

맞았고, 그 자리에 있던 A는 그 장면을 보고 가방에서 물을 꺼내 그 의경의 눈을 씻어 주었다. 

근처에 있던 한 시민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렸고, 1만 4000회 이상의 공유가 되었다. 

그런데 이 사진은 기대와는 다르게 프레임 싸움의 제물이 되었고, A는 그 싸움에 휘말리게 되어 버렸다.

폴리스 위키의 적반하장, 영상을 지워버린 채널 A 


▲ 폴리스위키 페이스북 갈무리 ⓒ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20일 저녁, 'Police Wiki'(아래 폴리스 위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 게시글에는 그 의경의 눈을 씻어준 사람이 '전의경 부모모임'의 회원이고, 

시위대가 아닌데 오히려 시위대가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전의경 부모이기는커녕 20대인 A는 굉장히 황당해 했고 그 즉시 게시물에 

"내가 당사자다. 며칠 전 언론사와 인터뷰까지 마쳤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지 말라"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그런데 페이지 관리자와 이용자들은 믿지 않았고 되레 

"그 사람이 네가 맞다면 '인증'을 하라"는 투로 이야기했다. 

하는 수없이 A는 사진에 나온 노란 외투와 가방을 찍어 올렸다. 

그 아래에는 "저런 옷과 가방에 세상에 한둘이냐" 하는 반응도 꽤 존재했지만, 

대개는 페이지(폴리스 위키)가 잘못했으니 사과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페이지 관리자는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A 본인이 그 어디에도 밝히지 않은, 

노동조합의 조합원 출신이라는 것을 아웃팅했고(아마 A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 알아낸 것 같다), 

A에게는 "본인이 찍힌 사진이 이번 집회가 평화적이었다는 선동의 재료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는, 일종의 '사상검증'을 시도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려는 것을 넘어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사진과 글들은 넷우익 성향을 띠는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아래 일베)에도 올라갔다. 

일베에는 폴리스 위키의 주장대로 A가 전의경 부모모임의 회원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그 글들의 댓글에서는 A가 그 모임의 회원이네 아니네, 의경의 부모네 아니네 하는 말들이 

성희롱적인 표현들과 함께 오갔다.

여기서 나는 지난 20일 오후에 방송한 채널 A의 <뉴스특급>이라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전의경 부모모임 대표 강정숙씨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거기서 "A가 그 모임의 회원이라더라"라는 내용이 방송되었다는 말을 접하게 됐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채널 A의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어 있어서 그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해당 영상을 구하고자 친구와 지인들에게 부탁하고, 여러 인터넷 사이트들을 돌아 다니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 그 영상을 보면 일베 유저들의 말대로 그런 허위 사실이 전파를 탔는지, 

아니면 그저 그들의 말에 불과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 채널A <뉴스특급> 갈무리 영상 ⓒ 채널A 갈무리 


이러한 일들 때문에, 

A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11월 20일 채널 A <뉴스특급> 중 강정숙씨가 노란 외투를 입은 사람(A)를 두고 전의경 부모모임회원이라고 지칭하였는지의 여부와 그렇지 않았다면 인터뷰와 

사진이 무관하다는 내용을 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심의를 신청했다. 

해당 영상에 대한 정보공개요청도 했으나, 심의위원회의는 해당 기관의 특성상 어렵다고 답변했는데, 

대신 채널 A에 직접 요청하는 방법을 권유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이다.

양쪽의 싸움 사이에 끼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A

다른 사람을 어떻게든 자신의 논리나 생각의 구조 속으로 끌고 들어오려 하면서, 

그 안에 끼어서 고통받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A가 겪은 사건에서도, 양쪽이 평화시위네 폭력시위네 하는 프레임 싸움에만 매몰되어 

그 사진을 두고 똑같이 자기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래서 현재 당사자인 A는 강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 스트레스의 원인 중에는 당연하게 채널 A와 폴리스 위키, 일베뿐 아니라 A를 둘러싼 양쪽의 싸움도 있다. 그리고 다른 언론들의 태도 또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언론사는 그런 뉴스를 보도한 채널A가 아니라 피해자인 A에게만 '협조'를 구한다며, 

인터뷰를 종용하기도 했다.

가해를 방관하는 것은 합리가 아닌 야만


채널 A를 비롯한 (특히 보수적인) 언론과 일베, 폴리스 위키와 그 이용자들을 

이 사건으로 인해 짧은 시간이나마 지켜보았는데, 

그들의 시각은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나 11월 20일 채널 A의 보도가 나오고 나서나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기계적인) 중립'을 자처했지만, 나는 그들을 항상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가해의 방관자'라고 생각한다.

그 방관자들은 게임의 룰 자체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자신이 보고 있거나 보고 싶어하는 것들이 항상 진실되고 합리적이며, 또한 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렇게 믿는 것들은 대개 그렇지 못한데 말이다.

그들은 중립, 합리, 질서 같은 것을 말하며 불편한 것, 무질서해 보이는 것들을 조롱한다. 

그리고 자기 바로 옆에서 (국민국가에서는 특히 자국 내에서),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서 일어나고있거나 

이미 일어난 비극에 관해서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고 귀찮아한다. 이것은 일종의 야만일 것이다.

기계적 중립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차벽을 당기는 시위대 위로 쏟아지는 물대포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종로구청 앞에서 차벽을 당기는 한 시위 참가자 위로 경찰이 쏜, 

파란 색소가 섞인 물대포가 쏟아지고 있다. ⓒ 장성열 


11월 14일의 현장도 그랬다. 

일부 시위대가 차벽을 당겼고 돌멩이나 진흙 등을 던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가폭력에 대한 시민의 저항을 이야기하면서 가져오는 '대항폭력'의 개념을 가져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뒤쪽이나 인도에 물러나 있었고 차벽을 당기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 상황 자체에 대해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폭력적 모습과 평화적 모습이 혼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자가 훨씬 강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차벽과 14일 하루 사용량이 20만 리터에 이르는 물대포를 비롯한 

경찰의 초법적 진압은 '평화시위'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시위대가 승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싸움이었고 저울의 추는 이미 한참 기울어져 있었다. 

기계적 중립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시위나 집회에 노이로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채널 A의 사옥은 

모두 그날 민중총궐기가 진행된 세종로에 위치해 있다.

정말 그들의 말대로 '폭력시위'였으면 아마 그 두 언론사의 사옥부터 멀쩡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전혀 중립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중립과 합리를 쉽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 한 대로 타인의 불행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야만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14일 민중총궐기만 봐도 여러 모습이 혼재되어 있고 하나의 올바른 '가치틀'이란 존재할 수 없는데, 

기계적 중립과 합리성이라는 잣대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크루스테스가 자기 침대에 맞추어 다른 사람의 목과 다리를 잘라 죽였던 것처럼 

자신만의 옹졸한 기준으로 중립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인 것이다.

A의 솔직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말을 더 하기보다는 A가 자신의 힘듦과 솔직한 심경을 담아 작성한 글을 갈무리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아래는 A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시위가 반드시 평화 아니면 폭력으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나는 열심히 죽어 나가고 

있다. 내가 입은 피해에 대한 팩트 체크와 입증은 개인의 몫이고, 달려드는 사람은 진짜 겁나게 많다.

이쪽에서는 평화시위 참가자인데 경찰의 과잉진압 속에서 어떻게 경찰에게 물을 뿌려줄 생각을 했느냐 묻고, 저쪽에서는 의경 부모모임 회원이었네 하면서 좌좀의 선동을 이야기한다. 

사진 한 장 두고 아주 자기들 입맛대로 어떻게든 끼워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이라니.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차벽 세워놓고 높은 곳에서 물대포 사람한테 직사하고, 

최루액 뿌려대는 거 분명히 봤다. 앞쪽 경찰 버스에서 불 피어오르던 거? 봤다. 

밧줄로 차벽 끌어당기는 것도 봤고, 버스 흔드는 것도 봤다. 

근데 뭘 자꾸 그거 아니라고 하면서 저 사진 하나 가져다가 없던 일을 만들려고 하나.

경찰이 과잉진압한 것도 맞고, 선두에 있던 일부 시위대가 폭력 행사한 것도 맞다. 

둘 다 사실인데 아주 난리들이다. 

시위가 무슨 혈액형도 아니고, 이건 A형인 사람이 B형이 될 수 없는 것과는 많이 다른 문제다. 

대중이 모이는 곳에선 여러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건 마치 스무디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딸기도 들어가고, 바나나도 들어가고, 우유도 들어가고, 설탕도 들어간다. 

'딸기 바나나 스무디'를 가져다 놓고선 이건 딸기 스무디다, 아니다 바나나 스무디다 하며 

서로 우겨대기 바쁘다. 

상한 딸기가 들어간 게 확인 되었으면 딸기를 바꾸면 될 일이고, 

스무디 담을 용기가 불량이면 바꾸자고 하면 된다. 딸기 바나나 스무디를 팔지 말자고 할 게 아니라. 


나는 딸기 바나나 스무디를 한 곳에서만 팔면 안 된다고 말하려고 간 건데, 

그 말은 아무도 안 듣고 관심도 없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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