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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야기

6년만에 드러난 '포스코-MB실세'의 유착

일산백송 2015. 11. 12. 10:04

6년만에 드러난 '포스코-MB실세'의 유착
머니투데이 | 이경은 기자 | 입력 2015.11.12. 05:46

'포스코 회장 선임에 왕차관이 개입했다.' 

2009년 정치권에서 떠돌던 말은 사실로 드러났고 포스코의 비리도 6년만에 만천하에 밝혀졌다.

11일 검찰 등에 따르면 

'포스코 비리'의 시작은 2009년 초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67)이 수장 자리에 앉게 된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있던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물러나고 정 전 회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 회장은 경영능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선임된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포스코 비리와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포스코 비리와 관련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 회장을 끌어내리고 정 전 회장을 앉히는데 작용한 결정적인 입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80)과 

'왕 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었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이자 '왕차관'이라 불리던 실세 박 전 차관을 시켜 

2008년 12월 당시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이 회장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정 전 회장이 회장에 오른 뒤 이 전 의원은 대가를 챙기기 시작했다. 

포스코의 자금 26억여원으로 자신의 정치활동을 도운 측근은 물론 지인의 사위까지 챙겨줬다. 

박 전 차관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64)에게 지인의 취업을 청탁했다. 

정 전 부회장은 2011년 초 박 전 차관이 얘기해둔 고위 공무원의 고교 동창을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 상무 자리로 앉혔다. 

이 상무는 취업 후 역으로 로비를 벌여 이듬해 8월 정 전 부회장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금탑산업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취임부터 정권에서 빚을 진 정 전 회장은 회사 운영에서도 외풍에 흔들릴수밖에 없었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3월 성진지오텍의 부실한 재무상황을 알면서도 높은 가격에 인수를 강행해 

회사에 1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다. 

당시 성진지오텍은 부채가 5545억원, 부채비율이 1613%에 이를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성진지오텍 인수 외에도 정 전 회장과 정권과의 유착 관계로 인해 여러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동안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5조원 가까이 감소하고 부채는 20조원 증가했다. 

경제상황이 안좋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정 전 회장이 포스코그룹에 큰 손해를 입힌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5년간 회장 직을 유지하며 129억원을 임금으로 챙겨갔다.

검찰이 정 전 회장 등에 대한 비리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해라고 한다. 

정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비리 첩보가 접수된 셈이다. 

검찰은 관련 첩보를 모아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포스코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이 전 의원의 비리 뿐만 아니라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도 추가됐다.

올해 3월 13일 검찰은 포스코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한다. 

수사 시작부터 정 전 회장과 정 전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 대상이 포스코건설에서 그룹 차원으로 확대됐다. 

포스코와 거래하던 선재 제조업체인 코스틸, 세화엠피, 동양종합건설 등도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포스코건설 수사는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했다. 

포스코건설 임원들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잡아들이는 것이 전부였다.

이 전 의원에게 칼날을 겨누기까지 검찰은 6개월의 시간을 썼다. 

조명보수업체 S사, 전기배선 공사업체 P사 등 이 전 의원, 정 전 회장 등 사이의 '은밀한 거래'로 탄생한 

기획법인들이 드러나고 나서야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다시 올릴 수 있었다. 

검찰의 '용두사미' 수사를 우려하던 목소리도 이 전 의원의 전횡이 차츰 드러나자 일정부분 사그러들었다.

검찰은 이 전 의원과 정 전 회장과 정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 처리하며 

8개월 수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비록 '청와대 하명수사' '전 정권을 겨냥한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있지만 

검찰은 포스코의 ‘정경유착’ 관행을 끊는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검찰은 다만 이번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이 전 의원과 정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해 아쉬움을 남겼다. 

검찰은 이에 대해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범죄에 맞는 형이 선고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63)의 협력사 수주 비리 의혹 역시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이경은 기자 kel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