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조희팔式 투자사기'.."돈 돌려받기 어려워"

조희팔 사기사건
늘어나는 '조희팔式 투자사기'.."돈 돌려받기 어려워"
머니투데이 | 이태성|황재하 기자|기자 | 입력 2015.10.20. 14:57

(上)조희팔 사기 수법, FX마진거래, 이숨투자자문 사건에서도 그대로 활용

#1920년대 미국의 찰스 폰지는 '원금의 50%에 해당하는 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높은 이익보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이 사업의 실체는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 사람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폰지는 3년간 사업을 이끌었으나 투자자를 계속 모으는데 실패하면서 사업은 망하고 사기범이 됐다.
당시 폰지가 입힌 피해는 1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중국에서 검거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58)의 2인자 강태용(54)의 국내 송환이 임박하고 있다. 

사진은 1988년 경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앨범에 있던 강태용(왼쪽)과 

지명수배 전단에 찍힌 강태용의 모습. /사진제공=뉴스1

1920년대 폰지가 사용한 수법은 금융사기의 고전이 됐다.
'고수익 보장'이라는 사탕발림은 현재도 유효하다. 저금리와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사례는 많아지고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희팔부터 이숨투자자문 사기 사건까지

조희팔 일당은 의료기기 임대업을 통해 높은 수익을 장담하며 투자자를 모았다.
3만여명의 투자자들이 4조원을 투자했고 조씨 일당은 '돌려막기'로 수익금을 지불했다.
조씨 등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금 조달 등이 어려워지자 마지막으로 투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은 뒤
중국으로 도주했다.

이 수법은 조희팔 사건 이후 사그라들었다가 최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처럼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유사수신 행위를 한 업체는
115곳에 달했다. 올해 1분기만 25건이 적발됐고 2011년 48건, 2012년 65건, 2013년 108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계속되는 저금리 추세로 고수익을 찾는 투자자들을 노린
유사수신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연 최고 96%이율에 원금을 보장한다며 65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은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해외통화 선물거래를 명목으로 1000여명을 상대로 투자금을 모았고
매달 최고 8%의 배당을 해주겠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통화 선물투자 명목으로 받은 돈을 펀드 투자와 개인 사업체 운영,
아파트 구입 등에 써버렸다. 조씨와 마찬가지로 돌려막기 수법으로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고
투자 수익금은 배당금을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 적발된 이숨투자자문의 1300억원대 투자사기 사건도 마찬가지다. 2700여명에게 1380억여원의 투자금을 모집하며 ‘해외선물투자를 통한 연 30% 수익 및 원금 보장’을 내걸었다. 선물투자는 위험이 커 원금 손실이 날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이들은 투자자들을 거짓으로 현혹했다.

◇피해회복 어려워…처벌은 어떻게?

이런 업체들로부터 투자사기를 당하게 되면 피해를 회복받기가 어렵다.
이미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투자수익 명목으로 원금이 소진된 후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의 피해액이 4조원이라는데 지금 조희팔을 잡는다고 해서
이 피해를 다 회복할수는 없다"며 "배상받는데도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고수익 및 원금보장을 장담하는 업체는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런 투자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을 들어 중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
75억원대 금융사기를 저지른 정모씨(75)에게 법원은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만
피해금액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조희팔 사건에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최규대씨 역시 수사에 적극 협조해 정상참작이 됐음에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법원 관계자는 "실제로 회복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높은 형량이 선고되는 것"이라며
"같은 유사수신 사례에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모두 돌려주는 경우에는 사기죄가 적용되지 않고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황재하 기자 jaejae32@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