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잇단 강진에 화산 폭발까지..일본 열도 공포 확산
KBS | 이재호 | 입력 2015.06.01. 10:15 | 수정 2015.06.01. 10:21
■ '초강력 지진' 일본 열도 덮치나?
일본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오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만 8천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아직도 20여만 명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 주택에서 기약없는 피난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4년여가 지난 지금 다시 이런 초강력 지진이 일본열도를 덮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최근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사이타마 현 북쪽 지하 56km가 진앙지였던 진도 5.5의 강진에 이어 29일에는
일본 남부 규슈 가고시마 현 구치노에라부 섬에서 일어난 초대형 화산 폭발,
그리고 30일에는 도쿄 남동쪽 870km 해상에서 일어난 규모 8.1의 초강력 지진,
그리고 다음날 31일 새벽에는 인근 이즈 섬에서 또 규모 6.4의 강진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1주일 사이에 강진과 화산 폭발이 잇따라 일어난 것이죠.
일본 국민들은 4년전 동일본 대지진 참사 이후 또다시 강진이 일본 열도를 덮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 KBS 도쿄지국 건물도 심하게 요동
일본에 온 지 2년이 조금 넘은 저도 그동안에는 지진다운 지진을 겪어보지 못해 막연한 생각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25일 낮에 일어난 지진 때는 NHK안에 있는 KBS지국에 있었는데
건물이 심하게 요동치면서 좌우로 몹시 흔들렸습니다.
그것이 1분 이상 지속되다 보니 대피해야 할지 아니면 지켜보고 있어야 될지 혼란이 왔습니다.
30일 토요일 밤에 일어났던 강진은 규모가 훨씬 더 강력했습니다.
주말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서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가 흔들리면서 건물이 심하게 삐걱거렸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45층 초고층으로,저는 20층에 사는데 건물이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면서
순식간에 공포감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건물밖으로 피신까지 해야 했습니다.
고층 건물은 흔들림이 더 심하다고 하네요.
지진 규모가 8.1로 워낙 강력하다 보니 비록 해저 590km에서 일어났고,
도쿄에서 870km나 진앙지가 떨어져 있는데도
도쿄는 물론 홋카이도와 오키나와까지 일본 열도 전체에 지진이 감지되는 정도였습니다.
한국의 제주도와 남부지방에도 지진이 일어났음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으니
그 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규모 8.1의 강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규모 9의 강진이 일어난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 전철·지하철 정지…어둠에 갇힌 일본
다행히 진앙지가 해저 수백km 지점이어서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도쿄시내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습니다.
강진 여파로 초고층 빌딩을 중심으로 정전이 일어나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공포에 빠졌습니다.
소방청에 신고된 엘리베이터 정지 건수만 7천여 건에
2시간 넘게 캄캄한 고층빌딩 속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신칸센과 전철.지하철도 잇따라 멈추면서 차량 속에 갇혀 있거나 마냥 운행 재개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10여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일본 수도 도쿄시민들이 이번 연쇄 강진에 특히 공포를 느끼는 것은 앞으로 30년 안에 규모 7이 상의 강진,특히 좌우로 흔들리는 기존 지진 대신 도쿄에는 상하로 흔들려 그대로 땅이 꺼져버리는 '직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70%가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5년전부터 도쿄에 짓는 대형 건물은 좌.우는 물론 위.아래 흔들리는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내진 설계'가 의무화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 직하지진 위력이 어느 정도이냐 하면
사망 2천 3백여 명에 부상 12만 3천여 명,
그리고 재산 피해는 970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네팔에 이어 미국과 칠레 등 환태평양 화산대,이른바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면서 이 지대에 속해 있는 일본에서 잇따라 강진이 나면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 초대형 화산 폭발까지…경고인가?
여기에 5월 29일에는 규슈 가고시마 현의 구치노에라부 섬에서 초대형 화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화산재를 머금은 시커먼 연기가 9km 상공까지 치솟았고,그 폭은 2km가 넘어 섬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화산 폭발력은 지난해 9월 나가노 현 온타케 산 분화 때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온타케 화산 폭발 때는 단풍철이라 등산객들이 분화구 부근까지 가 57명 사망,6명 실종이라는
참사를 기록했었는데,주변에 그나마 등산객들이 없어서 인명 피해는 얼굴 화상 2명 정도에 그쳤습니다.
화산 폭발이 난 곳이 가고시마 현 외딴 섬으로 주민이 78세대 14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도쿄에서 불과 1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일본의 상징 후지산도 지난 1,700년대 분화한 이후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어 분화할 때가 됐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도
일본 국민들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계에서 2천만 명이 넘게 찾고 있는 도쿄 인근 가나가와 현의 '하코네'에서도
화산 분화 조짐이 계속되고 있어 주요 출입 통로가 봉쇄된 지 한 달여가 돼갑니다.
일본은 현재 분화 중인 활화산이 110개로 전 세계 활화산의 7%나 됩니다.
지진과 화산 폭발이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일본 국민들의 생활은 지진과 분화에 대한 대비가 일상화돼 있습니다.
최근 1주일 사이에 연쇄적으로 발생한 잇단 강진과 화산 폭발은 대형 재해를 예비하는
일종의 전조 내지는 경고일까요?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 [뉴스9] 강진에 화산 폭발까지…일본 국민들 공포 확산
☞ 화산의 나라, 계속되는 '온타케 공포'
이재호기자 (ho300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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