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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린 '사채王 판사(사채왕에게서 2억6800만원 받은 최민호 판사)'.. 전화 걸어 "다 말할게요"

일산백송 2015. 2. 6. 07:48

사채왕 판사 사건
제발 저린 '사채王 판사(사채왕에게서 2억6800만원 받은 최민호 판사)'.. 전화 걸어 "다 말할게요"
조선일보 | 안중현 기자 | 입력 2015.02.06 03:05

토요일인 지난달 17일 오전 수원지법 최민호(43) 판사가 극비리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채왕' 최모(61)씨로부터 검은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10개월 만이었다.

검찰은 사채왕 최씨의 전 내연녀까지 불러 최 판사와 대질 조사를 벌였지만,
최 판사는 끝내 돈을 받은 혐의를 부인(否認)했다.
검찰은 일요일인 18일 오전 1시쯤 최 판사를 돌려보냈다.
당시만 해도 검찰은 사채왕 최씨와 관련자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최 판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불과 3~4시간이 지난 새벽, 수사검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최 판사였다.
그는 "지금 들어가서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검사는 부랴부랴 검찰청으로 돌아왔고, 검사실에 온 그는 어찌 된 영문인지
대질신문에서 그렇게 부인하던 자신의 금품 수수 사실을 술술 불었다.
검사는 최 판사의 급변에 적잖이 놀랐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의 말을 조서(調書)에 담았다고 한다.

일요일 오전 검찰은 대구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사채왕 최씨를 부랴부랴 소환해
최 판사와 대질 조사까지 벌였다.
여기서 다시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통상의 금품 비리 사건에서 준 사람은 "돈을 줬다"고 하고, 받은 사람은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다.

그런데 사채왕 최씨는 "돈을 준 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는데,
최 판사는 "분명히 내게 돈을 주지 않았느냐"고 따지더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 판사는 횡설수설하거나 통곡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 최 판사를 풀어주면 혹시 밖에 나가 극단적인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판단한 검찰은
일요일 오후 최 판사를 긴급 체포했다.

주말 밤과 일요일 사이에 검찰청사에서 벌어진 극적 반전 내막을 잘 아는 판사들은
"검찰은 수사한 게 없다. 일요일 새벽에 최 판사가 스스로 찾아가 자백하지 않았으면
무혐의로 끝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 최 판사는 이렇게 행동했을까?

몇몇 법조인은 '아는 것이 많아 도리어 근심을 산다'는 뜻의 식자우환(識字憂患)을 꼽았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최 판사가 판사 임용 전 7년간 검사로 일했기 때문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순순히 받아 적은 토요일 밤 조사 상황을 '검찰의 함정'이라고
지레짐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 판사가 그 나름대로 '10개월간 조사해 방증 자료를 모두 확보한 검찰이
우선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조서를 받고 난 뒤 다음에 다시 소환해 증거를 들이대면서 시인하게 해
철저히 나를 옭아매려 하는구나' 오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원에서 재판할 때 양형이 매우 불리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최 판사가
'자수 감경(자진 출석해 자백하면 형량의 절반을 깎아주는 제도)'을 노리고
급히 마음을 바꿔 자백했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 판사가 끝까지 완전범죄를 꿈꾸다 막판에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수 있다고 분석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5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사채왕 최씨로부터 2억6800여만원을 받은 혐의
(특가법상 알선 수재)로 최 판사를 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08년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사채왕 최씨는 마약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게 되자
동향 출신인 최 판사의 삼촌을 통해 최 판사를 소개받은 뒤 수차례에 걸쳐 이 돈을 건넸다.
최 판사는 생활비나 주식투자 등에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호 판사 사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