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보는 뉴스가 진짜 좋은 뉴스인가
미디어오늘 | 입력 2014.12.20 12:59
[미디어오늘 최서윤 (격) 월간잉여 발행인]
종이 일간신문과 TV뉴스를 잘 안 본다.
2012년 이후부터다.
그 전까지는 언론사 입사에 '필요'한 공부로써 뉴스를 소비했다.
기성 언론사 입사를 포기하고 직접 잡지를 창간한 뒤부터,
그러니까 더 이상 시험공부 하는 마음으로 뉴스를 대하지 않은 뒤부터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공유되는 링크,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의 베스트 글들,
내 메일계정으로 오는 투고문들을 통해 뉴스를 접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로는 역시 페이스북이었다.
태초에 생존과 직결된 정보가 있었다. 색이 다른 버섯을 따먹으면 죽는다.
탐스러운 과실들이 그대로 놓인 곳은 맹수 출몰 지역일 수 있으니 의심해봐야 한다.
끓이지 않은 물을 마시면 전염병에 걸려 오늘내일 할 수 있다.
주인 나리의 심기가 불편한데 눈치 없이 굴면 (문자 그대로) 모가지가 날아가니
어떨 때 주인 나리 심기가 불편할 때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것이 '새로운 소식'이었던 시기, 제 때 정보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단명했다.
이것은 새로운 소식을 끊임없이 탐닉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생존에 이로운 일일 것이라는 본능을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확실히 새로운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는 매체다.
흥미로운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과 친구를 맺거나 그의 소식을 팔로우 하면
기성매체에서 보도되기 전에 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페이스북 친구들은 큐레이터 역할도 한다.
'인정할 만한' 교양을 갖춘 사람이 흥미로운 코멘트를 곁들어 공유한 링크는
아무래도 다른 링크들보다 클릭하고 싶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은 소식을 뉴스피드 상위에 노출하는 알고리즘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정보의 첨단에 서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는 뉴스가 꼭 '중요한' 뉴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생존과 직결된 뉴스가 아닐 가능성이 크고, 성숙한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대한항공 부사장 관련 뉴스도 그랬다.
서비스 노동자의 현실을 돌아보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생산적인 담론도 오갔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부사장 개인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외모에 대한 조롱을 왜 곁들이는지 모르겠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빠르게 유통되고 확산되는 것도 피로하다.
중요한 것을 자꾸 놓치게 만드는 정보들이 있다. 세월호 정국 때 자주 목격했다.
사람들이 세월호 뉴스를 지겹다고 하는 것은 그 시간들을 헤쳐 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대체할 수 없는, 페이스북에서만 접할 수 있는 소식이 있다.
친구들의 안부와 성취, 통찰력 깃든 쪽글을 읽는 재미는 상당하다.
다만 내 뇌가 문제다. IT· 미래학 저술가 니콜라스 카는 어른이 되어서도 뇌가 직무나 사용도구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 간다며, 맥락 없는 단편적인 정보만 추구하게 만드는 인터넷은 뇌의 물리적 변화를 가해 사고를 '경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쇄매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쇄매체가 독자로 하여금 다른 세계로 안내하고 집중력을 유지시키며
인간의 사고체계를 바꿀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다시 인쇄매체를 읽을 필요를 느낀다. 손해 보는 것 같지는 않다.
두 시간 영화 보는데 만 원 정도다.
두 편이면 이 만 원. 네 시간 동안 영화적 체험을 하는 대가다.
신문을 읽는데 하루 30분 걸린다고 치면 30일이면 900분이다.
900분 동안 골고루 정보와 재미를 제공받으며 지적인 체험을 하는데 2만원이 안 든다.
싸다 싸!
주간지나 월간지, 문예 계간지는 4000원에서 15000원,
책꽂이에 두고 오래오래 읽으며 틈새의 사유와 감정의 진폭을 경험할 수 있다.
▲ 최서윤 (격)월간잉여 발행인.좋은 종이매체를 곁에 두는 좋은 벗을 곁에 두는 효과와 같다.
좋은 벗과 눈을 마주하고 토론하는 것이 주는 위안, 망각의 덫으로부터의 탈주,
함께 이 시기를 기억해나가고 버텨나간다는 감각. 중요한 것은 매체의 선정이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편집자의 의지가 반영돼있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는 매체를 곁에 둘 것이라고, 나 역시 그런 매체를 발행하겠다고 다짐하며 2015년을 맞는다(그렇다고 페이스북 눈팅과 온라인 커뮤니티 '짤줍'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탐닉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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