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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인의 리더십

일산백송 2014. 12. 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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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인의 리더십
이숙이 편집국장 | sook@sisain.co.kr
[379호] 승인 2014.12.15 17:45:32

박근혜·조현아·박현정.
지난 한 주 세 여성이 뉴스를 뜨겁게 달궜다.
정치·경제·문화 분야에서 드물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들인데,
어이없게도 성희롱, 폭언, 고압적인 자세 등 여성 리더십과는 통상 거리가 먼 단어들과 뒤범벅이 된 채
언론의 전면에 등장했다.
여성 리더십의 강점으로 여겨지는 소통과 배려, 수평적인 리더십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
한 주였다. 나의 한 주는 또 어땠나, 돌아보게도 되고.

세 명 가운데 ‘땅콩 회항’의 주인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전 세계의 조롱과 날로 악화되는 여론도 원인이 되었지만
검찰의 기습적인 압수수색이 ‘신의 한 수’가 된 듯하다.
사고를 크게 쳐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40대 딸을 대신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처지가 비감했다.
문득 정몽준 전 서울시장 후보가 떠올랐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폄훼한 철부지 아들을 대신해 그도 고개를 숙였었다.
결국 선거에 지고 말았지만.

회장까지 나섰음에도 땅콩 회항 사건은 여진이 오래갈 조짐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사무장과 닦달한 승무원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고 한 날 저녁, 해당 사무장은 방송 뉴스에 나와 새로운 폭로를 했다.
조 전 부사장이 무릎을 꿇리고 심한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지침서 케이스로 자신의 손등을
수차례 찔러 상처까지 났다는 것.
또한 회사 측에서 검찰이나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받게 되면,
거짓 진술을 하라고 강요했다고도 털어놓았다.
이번 주 김은지 기자가 쓴 커버스토리에 따르면 그동안 대한항공 직원들은 언론과의 접촉은 물론이고
서로 간의 카톡 대화까지도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내부 사정이 외부로 알려지면 회사 측이 끝까지 색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이번처럼 내부 폭로가 이어진다는 건 그만큼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았다는 얘기다.

사실 사안의 심각성으로만 보면 더 큰 문제인 쪽은 박근혜 리더십이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지고,
국민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이른바 문고리 라인과 동생인 지만씨 라인이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한쪽 편만 들면서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특히나 청와대가 나서서 박지만씨를 끌어들이고,
‘정윤회 게이트’를 남매간 갈등으로 전환시키는 건 도무지 이해 못할 대목이다.

세 여성이 뉴스를 장악하는 사이, 평소 같으면 요란했을 한 뉴스는 조용히 묻혔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남편과의 이혼소송에서 양육권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 삼성가 자녀들은 제일모직 상장으로 대박이 나기도 했다.
계열사를 팔고 통합하고 새로 상장하면서 삼성가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번 들여다봐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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