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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교인들이 한국을 떠났다

일산백송 2014. 11. 18. 12:29

목사와 교인들이 한국을 떠났다
12월 전쟁설에 출국·회개·땅굴 찾기에 나선 교인들…한기총·한교연, "현혹되지 말라"
데스크 승인 2014.11.16 21:31:08 박요셉 (yoseb8613) 기자 

 
11월 16일 E교회 김 아무개 목사는 20여 명의 교인들과 한국을 떠났다.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3~4개월 머물 예정이다.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면 1년 더 있을 계획이다. 

선교를 위해 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당분간 호텔에 머물면서 집과 사역지를 마련할 거라고 한다.

이들이 갑작스럽게 출국하는 이유는, 한 달 전 홍혜선 전도사에게 들은 메시지 때문이다. 

10월 3일 E교회에서 열린 집회에서 홍 전도사는 12월 한국에 전쟁이 날 거라고 했다. 

김 목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기도했고, 하나님에게 해외로 나가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 자신을 선지자로 소개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1300여 차례나 다녀왔다는 홍혜선 전도사는, 

다음 달 한국에 닥칠 전쟁에 대해 경고했다. 전쟁은 한국교회의 죄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홍 전도사는 12월 한국과 북한 사이에 전면전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10월 초부터 유튜브 사이트에 '한국전쟁 메시지' 동영상을 올려 왔다. 

그는 자신을 선지자로 소개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1300여 차례 다녀왔고 하나님께 직접 메시지를 받는다고 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서울과 일산, 인천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인구 절반이 사망할 것이라고 했다.

총 10편의 '한국전쟁 메시지' 영상은 두 가지 메시지로 모아진다. 

땅굴과 종북 세력을 경계하고,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전도사는 이미 15개나 되는 땅굴이 청와대·국회의사당·군 기지 등까지 뚫려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납치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막지 않을 경우, 적화통일이 될 확률이 85% 된다고 했다. 

종북 세력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45%나 되는 종북 세력이 이러한 위험을 숨기고 있다고도 했다. 

 



▲ '한국전쟁설'과 '땅굴설'은 홍혜선 전도사, 공군 소장 출신인 한성주 장로의 간증 영상을 통해 확산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홍 전도사에 따르면, 전쟁은 하나님의 징계다. 

한국교회가 성령을 훼방하고 WCC에 가입하는 등 

죄를 지었다는 것이다. 

WCC에 가입한 교회들은 이번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을 

거라고 했다. 홍 전도사는 전국의 교회가 죄를 뉘우치고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전쟁설'과 '땅굴설'은 홍혜선 전도사 이외에도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서 아무개 목사는 홍 전도사와 같이 유튜브에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 

땅굴의 위험성을 알리는 전 공군 군수사령관 한성주 장로의 간증 영상도 인터넷과 SNS를 달궜다. 10월 17일 업로드된 한 장로의 동영상은 11월 16일 기준 30만여 건을, '한국전쟁설' 영상은 10만에서 20만여 건의 조회 수를 보였다. <국민일보>,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에서도 이들에 대해 보도했다.

전쟁과 땅굴은 갸우뚱, 회개는 끄덕이는 교인들

'한국전쟁설'이 불거지면서 몇몇 교회는 미국에 있는 홍 전도사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서울·인천·대전·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홍 전도사를 찾았다. '한국전쟁 메시지' 영상이 알려진 10월 초부터 지금까지, 서울역 기도회를 포함해 약 15번의 집회가 열렸다.

11월 13일에 열린 서울역 기도회에는 300여 명의 교인들이 참석했다. 자원봉사자들이 광장 중앙에서 기도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들고 사람들을 안내했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행사 총괄을 맡은 신승훈 씨는, 이들이 특정 단체나 교회에서 나온 게 아니라고 했다. 모두 집회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신 씨는 경찰서에서 신고서를 작성할 때도 어떤 명의로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이날 서울역 광장은 두 시간 내내 홍 전도사와 참석자들의 방언 기도와 찬양 소리로 가득했다. 최저 온도가 영하 3도까지 내려간 한파였음에도, 일부 교인은 차가운 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죄를 대신해 회개했다. 전도와 선교에 무관심했고 이기적으로 살았다고 고백했다. 홍 전도사가 흐느끼며 기도하자,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홍 전도사는 하나님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부르짖자고 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합니다. 종북 좌파 해고해 주십시오. 땅굴 찾아 막아 주십시오"라는 구호를 십여 차례 외쳤다. 

 

▲ 11월 13일 서울역 광장에 열린 기도회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랑합니다. 종북 좌파 해고해 주십시오. 땅굴 찾아 막아 주십시오"라는 구호가 십여 차례 반복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홍 전도사의 집회를 가졌던 다른 교회들도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다음 달에 전쟁이 일어나고 국내에 남침 땅굴이 십여 개나 있다는 말에는 다소 이견을 보였지만 

한국교회가 타락해 회개해야 한다는 말에는 대다수 동의했다.

A교회 오 아무개 목사는 지난 10월 12일 교인의 추천으로 홍 전도사를 초청했다. 

오 목사는 땅굴이 있고 전쟁이 일어난다는 말에 쉽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변질되었고 다원주의에 물들었다는 말에는 공감했다. 

교인들도 은혜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오 목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교회가 거듭나면 좋겠다고 했다. 

10월 19일 홍 전도사의 집회를 가진 B교회도 비슷한 반응이다. 

천국과 지옥을 갔다 왔다는 간증과 예언에 대해서는 '옳다', '그르다'라고 확답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 회개가 필요하다는 말은 틀린 게 아니라고 했다.

평소 땅굴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집회를 통해 땅굴안보국민연합(한성주 대표)에 가입한 이도 있다. 

C교회 이 아무개 목사는 10월 16일 홍 전도사의 집회를 통해 땅굴의 위험을 깨달았다고 했다. 

인근 목회자들과 함께 경기도 김포, 양주, 화성 등에 있는 땅굴 현장에도 가 보았다고 한다.

말씀은 없고 공포감만 조성…교계, "확인되지 않은 설에 현혹되지 말라"

집회를 한 교회들 중에는 홍 전도사의 메시지에 반발하는 곳도 있었다. 

D교회 이 아무개 목사는 홍 전도사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이라 생각하고 초빙했다. 

그런데 성경 말씀을 전하지 않고, 전쟁과 땅굴, 프리메이슨, 공산화 등을 언급하며 공포감만 조성하는 것을 

보며 후회했다고 했다. 목사도 그랬지만 교인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몇몇 교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교계에서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한국전쟁설'과 '땅굴설'에 현혹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연합(한영훈 대표회장)은 11월 7일 공식 입장을 냈다. 

"최근 한반도 전역에 남침용 땅굴이 존재한다거나 12월에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중략) 일부 교회의 간증 집회를 통해 기독교인 사이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더욱 문제"라면서, 

"사회가 불안할 때마다 종말론과 전쟁설은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중략) 목회자들은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인 주장을 하는 간증자들을 교회 강단에 세우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성도들은 일부 간증자들의 일방적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맡기고 

각자의 맡은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라"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영훈 대표회장)도 11월 10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증거나 사실 확인 없이 '땅굴' 혹은 '전쟁' 등을 주장하여 대한민국 1200만 성도와 5000만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가의 안보를 불신하게 하는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고 

"교회 내에 간증 집회 시 불확실한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 역시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교계에 이러한 반응에 대해 묻기 위해 홍 전도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홍 전도사는 처음에 승낙했다가 나중에는 몸이 안 좋다고 거절했다. 

홍 전도사는 11월 15일 대학로 소극장에서 마지막 집회를 가졌다. 

홍 전도사의 일정 담당자는 그가 이번 달 안에 한국을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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