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헌정사 200년만에 첫 여성 대통령
출구조사서 63%… 2위의 두배
조부모때 이민 첫 유대계 대통령
과학자 출신으로 환경부 장관도
2018년 수도서 첫 女시장 뽑혀
멕시코 헌정사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됐다.
2일 치러진 대선 출구조사 결과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또 다른 여성 후보인 우파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국민행동당)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중심 문화’(Machismo·마치스모)가 강한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은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처음이다.
이날 멕시코 최대 방송사 텔레비자와 경제일간지 엘 피난시에로는 출구조사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갈베스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기관 엔콜은 출구조사에서 셰인바움 후보가 57.8%의 득표를 얻어 갈베스 후보(29.1%)를 크게 앞섰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 멘도사 블랑코&아소시아도스(MEBA) 출구조사에서는 셰인바움 후보가 63.2%를 득표해
갈베스 후보(26.5%)를 2배 이상 앞섰다.
셰인바움 후보는 조부모가 동유럽에서 이민 온 유대계 출신이다. 유대계 출신 멕시코 대통령 역시 최초다.
셰인바움 후보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한 뒤 미국으로 유학,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
를 받았다. 이후 멕시코로 돌아와 연구 활동을 하던 셰인바움 후보는 2000년 수도 멕시코시티의 환경부 장관,
2015년 멕시코 환경부 장관을 거쳐 2018년 멕시코시티의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되면서 주목받았다.
셰인바움 후보는 대선 기간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단 미국 정치 전문지 ‘더힐’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달리 치안권을 군대에서 경찰로 넘기고,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첨단 기술 적극 수용 등 정책을 추진하는 등 보다 내실 있는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셰인바움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면 오는 10월 1일 공식 취임하며 집권은 2030년까지다.
멕시코 대통령은 6년 임기로 한 번만 재임할 수 있다.
멕시코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은 물론 임기 6년의 상원 의원과 3년의 하원 의원, 주지사(멕시코시티 시장 포함),
구청장, 지방의원 등 2만여 명의 공직자를 한꺼번에 선출했다.
역대 최대 선거였지만 주요 후보와 선거운동원 등 최소 25명이 갱단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고 숨지는 등
폭력 사태가 오점으로 남았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선거 당일인 이날 중부 푸에블라주(州) 코요메판에서는 투표소에 난입한 괴한들이 쏜 총에 맞은 1명이 숨졌다. 푸에블라주 틀라파날라에서는 투표소에서 복면과 두건을 쓴 6∼7명이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훔쳐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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