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마, 벌 받아야지" 의사가 악으로 살려낸 日흉악범
의사 "재판정에 세우기 위해 치료했다"
97% 사망 확률 깨…日검찰, 사형 구형
2019년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불을 질러 직원 36명을 숨지게 한 범인 아오바 신지(45)에 일본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범인은 당시 방화로 자신도 전신에 화상을 입어 의식불명에 빠졌지만 "죽음으로 도망치게 내버려 둬선 안된다"며
그를 재판에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치료한 의사 덕분에 사건 4년여가 지난 다음에야 법정에 섰다.
'교토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의 범인 아오바 신지가 2020년 5월 27일 들것에 실려 병원에서 경찰로 이송되는 모습 [사진출처=AP 연합뉴스]
7일 교도통신과 NHK 등은 2019년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화 사건' 용의자 아오바 신지에
일본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교토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원한을 품고 복수를 위해 불을 지른 사건"이라고 해당 사건을 정의하며
"일본 형사 재판 사상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사형 구형 이유를 밝혔다.
변호인 측은 범행 당시 범인이 망상으로 인한 정서 장애가 있어 선악을 구별하거나 행동을 제어할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범행 직전 현장 인근 골목길에 앉아 10여분 간 생각에 잠긴 뒤 범행에 이른 점을 봤을 때 명확한 판단력이 있었다고 봤다.
아오바는 2019년 7월 18일 일본 교토시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교애니 제1스튜디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그는 교애니 소설 공모전에 지원했다가 낙선한 후 악감정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직원 70명 중 36명이 죽고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살인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이었다.
2019년 사건 당시 화재 연기에 뒤덮인 '교토 애니메이션' [사진출처= 교도 연합뉴스]
아오바는 당시 방화로 자신도 전신의 93%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오사카 긴키대학 병원의 화상 전문의 우에다 다카히로는 헌신적인 치료 끝에 그를 살려 법정으로 보냈다.
그는 현지 언론에 "예측 사망률 97.45%로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걸로 보였다"면서도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죽음으로 도망치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를 치료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아오바는 목숨을 건졌고, 2020년 5월 살인 등 방화 혐의로 경찰에 정식 체포되었으며,
지난 9월 1심 재판이 열렸다. 4년여가 지나서야 공판이 열린 것도 치료 탓에 재판이 계속 연기됐기 때문이다.
아오바는 지난 6일 피고인 신문에서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사건을 일으킨 뒤 4년 만에 처음으로 한 사과였다.
1심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5일에 열릴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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