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들이는 가면서 왜 우리는 외면하나” 무릎 꿇고 울부짖은 이태원 유족
“윤석열 대통령 사저 집들이는 참석하시고 왜 우리는 외면하십니까. 이게 상식인가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난 1일 유족 간담회를 열었으나 국민의힘 위원들은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故)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민의힘에 “이게 상식이냐”며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들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무릎을 꿇고 절규했다.
이날 오후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소속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정쟁과 무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이 간담회는 참사 희생자 67명의 유가족들이 모인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20여명의 유족들은 허망하게 떠난 가족들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고, 서로의 손을 잡거나 다독이며 발언을 이어갔다. 유족들은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도 높게 질타하며 국회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정조사 과정에서의 참여 등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대통령실 면담 신청을 한 지 거의 한 달 가까이 됐는데, 접수했다는 문자를 받은 후 가타부타 연락이 없다”며 “왜 우리한테 이런 시련을 주시냐”고 말했다. 이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으며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님, 주호영 원내대표님, 진실을 밝혀달라”며 “이렇게 사정한다. 제발 부탁드린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유가족들은 이씨의 호소를 들으며 함께 흐느꼈다.
정부가 유가족들 간 연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희생자 고 최민석씨의 어머니는 “왜 위패 사진을 못 걸게 했는지도 궁금하지만 유가족들을 왜 못 만나게 하냐”며 “왜 명단 공개를 안하냐”고 울먹였다.
정부가 국가 애도기간 중 위패와 영정 없는 분향소를 차린 데 대해서도 “유족들의 조문을 왜 그런 형식으로 했느냐”며 “그런 조문은 어디서 누구의 생각으로 나온 형식이었는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에 함께 목소리를 합쳤다.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는 “세월호 때 하지 못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관련자 처벌이 없어서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아서 우리 아이들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 부모를 위로했던 일을 언급하며 “세월호 엄마의 손을 잡고 세월이 약이라고 정말 마음 깊게 위로했지만, 지금은 제 입을 찢고 싶다”며 “국민 여러분 끝까지 분노해달라. 끝까지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불참에 “이 자리에 참석한 위원, 참석하지 않은 위원들이 계시지만 유가족을 만나는 자리만큼은 정쟁과 무관하게 만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최근 당 차원에서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최근 며칠 사이 국회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며 “이 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국정조사 보이콧 이야기까지 나오는 데 대해 위원장으로서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나는데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며 “앞으로도 여당과 협의해 유족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철저한 진상규명, 응분의 책임자 처벌, 사후 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족들은 이날 이태원 국조특위에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설치 ▲국정조사 기간 유가족 소통 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및 전문가 국정조사 참여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자료 제공 ▲국정조사 전 과정 유가족 참여 보장 ▲행정부 차원의 추모공간 및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우 의원은 “위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유가족들의 절절한 호소와 염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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